혼자 맞이하는 추석 아침의 심경
지나간 계절과 함께 마음도 젖어드는 날.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
추석이라, 할 일도 별일도 없는데
새벽 다섯 시, 습관처럼 눈이 트여
직장에 가듯 허둥대는 그림자.
며칠째 흐느적거리던 하늘이 오늘 아침도
찌뿌드드, 괜한 우울이 빗물처럼 번진다.
제사도 파하고 산소마저 사라진 자리,
갈 곳도, 올 사람도 없다.
안부 전화 한 통화도,
조심스러워 끝내 누르지 못한 이름들.
문밖을 나서도 발길 닿을 곳 없으니
지지난해 떠나신 어머니 빈자리만 아득하다.
책을 펴도 글자는 흩어지고,
TV 속 내용은 눈 돌리는 찰나에 사라진다.
힘없이 내딛는 발끝이 초라한 빗물 스미는
공원 길을 천천히 걷는다.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삶의 무게가
요즘 따라 너무 버겁다.
모두 다 잊고 싶어, 그저 빗속을 걷는다.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
주위의 모든 것이 나를 힘들게 하는 이유 같아.
평생 선하게 살아왔다 믿었는데,
왜 나는 이렇게 힘겨운 걸까.
오늘은 그 답을 찾지 않아도 좋다.
그저 빗속을 걸으며,
이 마음이 잠시만 멈추기를,
고요해지기를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