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오래된 나의 친구야.
세월이 손끝을 스쳐도
네 이름은 여전히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릴 적 우리는
말없이 웃고
말없이 기대던 시절이 있었지.
햇살 속에서 흘러가던 시간은
지금도 기억 속에서
조용히 머문다.
하지만 나이 들어 돌아보니
세상엔 친구라 부를 사람이 많아도
끝까지 마음에 남는 이름은 참 적더라.
그 적은 이름 중에서도
너는 유난히 오래 머문다.
아마 내 삶의 책갈피마다
너의 흔적이 스며 있기 때문일 거야.
우리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한 가지를 비로소 알 것 같다.
내가 너에게 바라던 건
크지도, 무겁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저,
“넌 여전히 소중한 친구야.”
그 짧은 문장 하나면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그런 마음.
나는 너에게 깊이 마음을 주었고
너는 너대로의 방식으로
너의 세월을 살아왔다.
서운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세월 앞에 두고 보면
그 서운함조차
조용히 모서리가 닳아 없어지더라.
친구야,
고향 같고 책갈피 같은 내 친구야.
사람마다
마음을 담는 그릇의 크기는 다르다.
너는 너대로의 넓이를 갖고
나는 나대로의 깊이를 안고 살아왔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의 결이 달랐던 것뿐.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네 이름을 쉽사리 지우지 못한다.
세월 속에서도
조용히 남아 있는 한 사람.
가끔은 예전처럼
불쑥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야, 지금 나와라. 소주 한 잔 하자.”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집이 있고
각자의 저녁이 있으며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하는 나이라는 걸
나도 안다.
그래도 말이다.
마음이 동하는 날이 있다면,
아주 잠깐이라도 괜찮은 날,
우리
한 번쯤 얼굴 보고 웃어보자꾸나.
친구야,
늘 건강하고
마음 편안하기를.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
— 너의 오래된 친구가
지난밤 뒤척이다가
잠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