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지난 시간을 꺼내보면,
그해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여기까지 잘 왔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흔들렸고, 어떤 날은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
결국 나는 또 한 해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1. 또 한 해를 보내며…
— 2009년
“흔들리던 해, 그래도 다시 걸어가기로 했다.”
잃고 버티며 버텨낸 어느 겨울, 그때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이兄.
누군가 인생 육십은 시속 60km로 달린다더니,
올해도 어느덧 며칠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세상이 늘 내 마음 같을 수는 없지요.
그럼에도 올해는 유난히 마음고생이 깊었던 해였습니다.
동생의 갑작스러운 떠남, 호주 사업의 부진,
아내에게 더해지는 미안함과 눈치,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의 버거움,
그리고 실낱같이 붙잡고 있던 아들 녀석에 대한 기대마저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신 하나로 버텨왔건만, 허전함과 강박 같은 감정이 뼛속까지 스며듭니다.
그냥 흘려버리면 될 말들이 왜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맴도는지…
무엇 때문에 그리 연연하는 것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말입니다.
나이 들면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살아야 한다지만
성질이 어디 그리 쉽게 바뀌겠습니까.
요즘은 상념이 많아 잠 못 이루고, 입술은 부르트고,
펜만 잡으면 떠오르던 생각들은 어딘가로 흘러가 잊힐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
올해 힘들었던 일들은 저 강물에 던져 보내렵니다.
그리고 새해에도, 늘 그래왔듯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여전히 꿈을 꾸며 살아가려 합니다.
이兄.
병상에 계신 형에게 사치스러운 말을 한 것 같아 용서를 구합니다.
형을 뵌 지도 어느덧 일 년이 되어갑니다.
제가 총무 맡았을 때 많이 귀찮아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대강대강 하는 성격이 못 돼서 말이지요.
이兄.
내년에는 꼭 한번 만납시다.
그리고…
저도 형처럼 교회에 나가보려 합니다.
주님과 함께 걸어보려 합니다.
그분의 보살핌이 저에게도 함께하길 바라며.
오늘은 영하 13도.
코끝이 시뻘겋게 얼어붙은 채 남산을 오릅니다.
운동하라면 게으름 피웠겠지만,
월급 받으며 오르내리니 운동도 되고 일도 되고 일석이조입니다.
크리스마스 전이면 이 편한 현장도 마무리됩니다.
작은 산새들의 지저귐이 오늘따라 유난히 형 생각을 데려옵니다.
이兄. 새로운 해에는 꼭 건강 회복하시고
주님의 가호가 형과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2009.12.18.
[2009년]
작은 다짐이 나를 이끌던 해**
그해 나는,
말없이 다짐 하나를 마음에 넣었습니다.
누구에게 말하지도 않았고,
어깨에 힘을 주지도 못했던 시기였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 하나가
나를 조금씩 앞으로 끌어냈습니다.
돌아보면 참 서툴렀지만
그 해의 나는 그래도 버티고 있었고
그 버팀이 훗날의 나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었습니다.
2. 2011년을 보내며
— 2011년
젊음의 끝자락과 중년의 시작에서, 친구에게 건넸던 마음.
친구여.
가슴 설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한 가닥이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요즘입니다.
말 한마디 없어도 그냥 만나기만 해도 좋았던 친구들,
아무 때고 불러내어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친구들…
어느새 올해도 하루를 남겨두고 있군요.
정말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가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그래도 그 시절 큰소리치던 여운이 남아
어쩌면 허튼소리라도 내뱉으며 ‘내가 아직 있다’고
확인하고 싶은 나이가 되어갑니다.
우리 다시 한번,
시대의 변화에 주저앉지 말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신감 있는 삶을 위해
남은 인생을 힘껏 걸어가 봅시다.
건강하시고,
생존(survival)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2011.12.31.
[2011년]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나던 해**
2011년의 나는
자꾸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던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잘 가고 있는 걸까.”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가.”
확신보다 불안이 더 많았고,
기댈 곳이 필요했지만
결국은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던 시기였습니다.
픔은 컸지만
그만큼 단단해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아주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3. 참! 고마웠습니다
– 2024년
“함께라서 가능했던 한 해.”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도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해를 살았다는 것은
넘치는 행복이고
한량없는 감사입니다.
세월은 흐를수록 아쉬움이 크지만,
세상을 알아갈수록 만족함도 커지더군요.
함께했던 올 한 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내 마음에 남은 따뜻한 사랑과 깊은 관심은
2025년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영양분이 될 것입니다.
서로를 위하며 더불어 사는 인연이
기쁨으로 승화되기를 바라며,
남은 2024년도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2025년에도
넘치는 행복과 이루시는 모든 일이
성취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덕분입니다.
2024년 12. 20
[2024년]
감사를 배우고, 마음이 다시 열리던 해**
2024년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 자리 잡았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거나 잡아야 한다는 긴장보다
“이만하면 그래도 괜찮다”는
잔잔한 감사가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이 떠오르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생각나고,
일과 삶이 천천히 균형을 찾아가는 순간들이 보였습니다.
이 해의 기록들은
내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이 무엇인지
조용히 알려주는 문장들로 가득했습니다.
4. 25년을 보내며 —
— 2025년
“번뇌의 끝에서 다시 희망을 바라본다.”
한 해가 또 저물었습니다.
부산했던 발걸음들이
이제 25년의 끝자락에서 고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해의 끝에 서서
사랑하고 행복했던 날들,
별빛처럼 찬란했던 순간들,
열정으로 깨어 있었던 시간들을
조용히 되뇌어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 사이에서
비우고 또 비워도
마음은 외면한 듯
제 갈 길만 가더군요.
비바람 몰아치는 날도,
삶의 무거운 짐을 지고
온 힘을 다해 진액을 쏟아낸 한 해였습니다.
생의 나이만큼
고갯마루를 넘고 또 넘어
이제 25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그 끝을 부여잡으며
은혜와 감사로 기도합니다.
다가오는 26년에는
새 희망의 꽃이 활짝 피어
찬란히 빛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도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5.12.12.
[2025년]
버티며 걸어온 시간에게 인사하는 해**
그리고 2025년.
나는 다시 한번,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오늘도 잘 견뎌냈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
큰 성취는 없어도 괜찮았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무언가가 없어도
나는 충분히 나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이 한 해는
그저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게 불이 켜지는 것 같은 그런 해였습니다.
[에필로그]
그래도 다시, 한 해를 시작합니다**
네 해를 지나 돌아보니,
부족했던 날도, 서운했던 날도,
웃을 수 있었던 날도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해
어떤 자리에선가 묵묵히 견뎌준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를 다독이며 이렇게 적어봅니다.
“내년의 나야, 우리는 또 한 해를 잘 살아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