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남는 이름”
친구야,
오래된 내 친구야.
세월이 여러 번 이름을 바꿔 불러도
너는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말없이 웃던 시절,
말없이 등을 내주던 시간은
지금도 기억 한쪽에서
조용히 숨을 쉰다.
사람은 많았지만
끝내 남는 이름은 적었다.
그 적은 이름들 중에서도
너는 오래 머문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알게 된다.
내가 바라던 건
큰 말도, 긴 설명도 아니었다.
“넌 여전히 내 친구야.”
그 한 문장이면
마음은 이미 가득했다는 걸.
서운함이 없지 않았지만
세월은 그것마저
둥글게 닳게 만들었다.
너는 너의 넓이로,
나는 나의 깊이로
각자의 그릇을 안고
살아왔을 뿐이었다.
그래도
네 이름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가끔은 말하고 싶다.
“야, 지금 나와라. 소주 한 잔 하자.”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저녁과
먼저 챙겨야 할 몸이 있다.
그래도
아주 잠깐,
마음이 허락하는 날
우리 다시 한번
웃을 수 있기를.
친구야,
부디 건강하기를.
— 어느 늦은 밤,
아직 남아 있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