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by 펠렉스

겨울 끝자락의 찬 기운이

골목마다 숨어들어 아직은 완강한데

온종일 눈인지 비인지 모를 것들이

대지 위를 질퍽거리며 서성입니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겨울의 미련이

봄을 시샘하는 심술궂은 바람이 되어

묵직한 외투 깃을 다시 치켜올리게 하지만,

혹독한 발길에 짓눌려도 억척스레 살아남아

기지개 틀 사이도 없이 기습적인 추위를 맞은 새싹들.

일제히 몸을 낮추어 다시 대지의 품으로 스며듭니다.

견뎌온 인내만큼 더 깊은 향기를 품으려나 봅니다.

어둠이 부드럽게 내리는 이 시간

길섶의 들풀은 어느새 햇살의 기억을 깨우고

꽃들은 기다렸다는 듯 꽃망울을 터뜨릴 채비를 합니다.

한적한 길가, 이름 모를 아주머니의 여유로운 미소처럼

오늘의 추위 또한 막걸리 한 잔에 녹여 보냅니다.

희망은 언제나 이 눈부신 꽃비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

이제 곧 벚꽃 흩날리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다정히 부르겠지요.

오늘 당신의 퇴근길이 그 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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