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늘, 나는 비로소 나를 다시 데려옵니다.
나는 최근,
한 친구를 내 기억 속에서 조용히 놓아주기로 하였습니다.
다툰 것도, 배신당한 것도 아닙니다.
네가 맞다 틀리다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슬그머니 나 혼자 내려놓으면 되는 일입니다.
그저, 오래된 어느 계절로 나를 편히 돌려놓기 위해서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
내 나름 잘해보려 했는데
내 속의 쓸쓸함과 미안함은
이상하게도
그 사람을 만나고 나면
내가 더 서먹한 사람처럼 느껴지던 관계.
나는 그 감정을 오래도록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는 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나에게는 오래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버텨낸 시간들이 있었기에
쉽게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머뭇 거렸습니다.
내 마음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서운함은 늘 뒤로 미뤄두었습니다.
괜찮은 척하는 일이
어느새 나의 버릇이 되어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좋은 친구로 기억되고 싶어서
나는 늘 한 발 물러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관계 속에서
정작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그 마음으로 버텨온 시간들.
그러나 끝내 알아주지 않는 마음 앞에서
지쳐버린 건
어쩌면 관계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건 우정이라기보다
나 혼자 애쓰고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봐야 했다는 것을.
아픈 딸을 핑계로
사람 노릇을 다하지 못했던 시간들,
나만 열심히 살면 된다고 믿으며
주위를 돌아보지 않았던 날들.
물질을 앞세우고
마음을 뒤로 미뤄두었던 나.
그 서툶과 무심함에 대해
이제야 고개를 숙입니다.
미안합니다.
이제 인생의 종반전,
나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합니다.
모두에게 잘 보이려 애쓰기보다
내 마음을 먼저 살피는 사람.
상처를 참고 쌓아두기보다
조용히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말을 아끼고,
감정을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
그렇게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여유 있게
나를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나는 아직도
지갑 속에 한 장의 글을 넣고 다닙니다.
힘들 때마다 꺼내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문장들.
사람 때문에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방법,
그리고 오래도록 나를 지켜내는 방법.
결국 그것은
누군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비로소 나를 지켜냅니다.
오래된 마음 하나를 접어
해묵은 편지 속에 넣어두듯,
조용히,
그리고 다 늦은 용기로 인사를 건넵니다.
친구여, 안녕.
그리고 이제는,
나를 더 아껴주겠다는 말로
나에게도 안녕이라고 말해봅니다.
나는 관계 속에서 나를 잃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