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동강을 마주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하늘엔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어느 계절이었는지, 날이 더웠는지 추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 마음만큼은 분명히 겨울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동강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강은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 흐름 앞에 조용히 머물렀다.
그때 알았다.
아무리 복잡한 마음도,
이 강물처럼 흘러가게 두면
언젠가는 저 바다에 닿을 수 있다는 걸.
삶도 결국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라고.
나는 그날,
무언가를 버리고,
무언가를 받아들이며,
조금은 다르게,
조금은 단단하게
나 자신을 마주했다.
돌아서 오는 길,
내 마음 깊은 곳엔
아직 마르지 않은 강물 한 줄기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