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공감도 잘 해주는 친구입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직장도 다닙니다. 하루가 바쁩니다. 정신이 없는 중에도 가끔 인스타에 근황을 전합니다. 인스타에 가입만 해놓은 상태라 친구의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간 사진, 아이들의 웃는 모습, 때로는 남편과의 다정한 사진. 보기가 좋습니다.
사느라 바빠서 한동안 못 봤습니다. 친구가 연락을 줘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지요. 오래간만에 봤는데도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요. 누구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친구라 더 그랬습니다. 며칠 전에 만난것 같은 기분. 그 친구를 만나면 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만나서 밥을 먹었습니다. 친구가 소개한 멋진 한정식 집으로 갔습니다. 가격이 약~간 비싸긴 했지만 진짜 맛납니다. 처음보는 재료도 있고 다양한 모양에 감탄하면서 먹었습니다. 밥을 먹고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좀 놀랐습니다. 잘 살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이 달랐습니다. 그간 남편과 있었던 불화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시댁과의 갈등, 남편의 무책임함,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등등. 친구가 처한 상황이 말도 못하게 힘들어 보였습니다. 소통이 안되는 남편과의 불화로 오래전부터 이혼을 준비해오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는 사진에서는 모두 웃는 모습이었거든요. 그랬더니 친구가 이야기 합니다. 친정엄마와 멀리 떨어져 사는데, 취미가 '인스타그램 보는 거'라고 합니다. 엄마를 위해서 올리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며칠동안 사진을 안 올리면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고 합니다. 무슨일 있냐고. 그러다보니 습관적으로 사진을 올리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SNS라고 불리는 플랫폼이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보이는게 다가 아니구나.... 그날 이후로 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지더군요. 모두 잘 살고, 잘 먹고, 잘 노는 '척'으로 느껴졌습니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맞습니다. 사진 프레임 바깥의 모습은 전혀 다른 세상일 수 있습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그런 사진을 본적이 있습니다. 멋들어지게 차려진 상차림 사진입니다. 적포도주가 있는 근사한 와인잔. 예쁜 꽃병에 꽂힌 프리지아 한 다발, 멋지게 담겨 있는 치즈와 나초과자, 그리고 슬라이스 햄. 우아하기 이를데 없는 사진 입니다. 하지만 다음 사진이 가히 충격입니다. 방 전체를 찍은 사진입니다. 식탁부분을 제외 하고는 짐하고 옷이 섞여 엉망진창입니다. 사진 프레임안에 있는 부분만 딱 멋들어집니다.
근데 주변에서 그러더군요. 인스타그램은 해야한다고. 필수라고 말이죠. 나를 드러내야 하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물론 나의 모습을 드러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관심분야가 어떤 건지 알리라는 말입니다.
인스타그램을 잘 다루는 지인분이 '인스타 무식쟁이'인 저를 위해 계정도 만들고 게시물도 올리고 링크도 걸어줍니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하며 보고 있습니다. 아직 다루는 게 서툴기만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그나마 적응이 되는데, 인스타는 게시물하나 올리는 것도 어색하기만 하네요. 소통이 필요한 시대라고 하니 따라가는 수 밖에요. 많은 소식을 발빠르게 볼 수 있다는 점과 자주 못보는 지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모든 일에는 좋은부분이 있고, 못지 않게 나쁜 부분도 있습니다. 저는 그저 나쁜면만을 보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안 좋은건 따라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좋은 점은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면 되는건데 말이지요.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문제입니다. 뭐든지 균형을 찾아가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