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

by eunice 유니스

옛날 옛적에 솜씨 좋은 도공이 한 명 있었어.


그 도공은 하도 솜씨가 좋아 임금님께 관직도 하사 받았지.


도공이 만든 도자기들은 모두 임금님과 왕비, 궁궐에서 높은 분들만 쓰셨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했던 도공은 어느 날 재미있는 걸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도공은 자신이 집에서 사용할 요강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어.


비록 요강으로 사용할 거지만 임금님께 진상할만한 정도로 최고로 화려하게 만들었지.


도공은 요강을 사용할 때마다 히죽 히죽이 웃음이 나왔어.


임금님께서 자신이 만든 도자기에 밥과 국과 반찬을 담아 드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매번 혼이 났지.


그러던 어느 날, 도공은 도저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수라를 들고 계시던 임금님 앞에서 배꼽을 잡고

“푸하하하~~ 하하하~~” 웃어댔지.


신하들은 놀란 토끼눈을 하고 도공과 임금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어.


임금님의 용안은 벌겋게 달아오른 숯불마냥 붉어지더니

“저 미치광이 같은 도공을 당장 끌어내서 곤장 100대와 함께 관직을 박탈하고 궁에서 쫓아내라”라고 명하셨지.


너무 놀란 도공은 울며 불며 사정해보았지만, 결국 끌려 나와 관복도 벗겨진 채 죽을 만큼 곤장을 두들겨 맞고 나서는 다리를 질질 끌며 집으로 돌아갔어.


놀란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방 안에 들어가 몸을 누였는데 그 옆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요강이 보이는 거야.


도공은 요강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어.


실성한 사람처럼 실실 웃기만 하다가 집에 온 지 닷새만에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지.


도공이 관직도 박탈된 채 죽자, 부인은 생계를 위해서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을 팔아야만 했어.


비록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도공의 실력은 나라 안팎으로 유명했거든.


그래서 그가 만들어놓았던 도자기들은 후한 값을 받으며 팔려 나갔어.


요강은 어떻게 되었냐고?


요강은 중국 상인이 후한 값을 치르고 사가서 구매액보다 몇 곱절 더 비싸게 되팔았지.


요강은 다른 사람에게 팔릴 때마다 몸값이 계속 올라갔어.


외국사람들은 유명한 도공의 작품이라는 것만 알았지, 요강이라는 것은 몰랐거든.


어느 날, 교역을 위해 임금님께 잘 보이고 싶었던 페르시아 상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를 임금님께 선물로 드렸어.


임금님은 그 도자기를 본 순간, 그 화려한 아름다움에 홀딱 반하고 말았지.

그 도자기가 요강인건 모두 눈치챘겠지?


하지만 임금님은 그게 요강인 줄 모르셨어.


임금님은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물건이었기에 요강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셨던 거야.


임금님은 그 요강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져서 피식피식 웃으셨지.


수라를 드실 때에도 바라보시고, 혹여나 먼지 한 톨 쌓일라 손수 용포 자락으로 닦으시며 애지중지 하셨어.


시간이 흘러 임종을 앞둔 임금님은 세자에게 자신이 죽으면 꼭 도자기와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어.


세자는 아버님이 얼마나 도자기를 아끼셨는지 잘 알기에, 도자기를 아버님의 발 밑에 넣어드리지 않고 아버님이 도자기를 두 팔로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묻어 드렸어.


그리고는 실록에 '가장 위대한 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와 함께 잠들다.'라고 기록하였지.


그러나, 후대 역사가들은 그 도자기의 정체가 요강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그 임금님은 '요강을 껴안고 죽은 왕'이라는 오명을 쓴 채 지금까지도 놀림받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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