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의 눈물

by eunice 유니스

옛날 옛적에 한 선비가 집안에 멋진 도자기를 두면 풍수적으로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줄 거란 한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유명하다는 도공에게 찾아가 멋진 도자기 작품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어.


나이가 많은 도공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온 힘을 다해서 작품을 만들었어.


아니나 다를까, 도공의 예상대로 이 도자기가 도공의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지.


이름 있는 도공의 마지막 작품이었기에 선비의 집은 그 도자기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날마다 인산인해였어.


스님의 말처럼 선비는 도자기를 집으로 가지고 온 날부터 동네에서 유명인사가 되었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더 높은 관직에도 올랐고, 가족 수도 늘어나고, 뭐 하나 부족함 없이 모든 일들이 잘 풀려나갔어.


시간이 지나자 도자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고, 선비도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고, 아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다가 놀음 빚을 지기 시작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어.


결국 세간살이를 시장에 내다 팔 지경이 되었고, 놀음에 빠져 세상 물정 모르던 아들은 도자기를 헐값에 한 과부에게 팔아넘겼지 뭐야.


홀로 지내는 날들이 외로웠던 과부는 도자기를 볕이 잘 두는 곳에 두고는, 오며 가며 꺾어온 예쁜 꽃들을 도자기에 꽂아 넣고 꽃들을 벗 삼아 살았지.


과부는 꽃병도 아껴주었고, 꽃들도 아껴주었어.


날이 좋은 날에는 장독대에 올려놓고 햇빛과 바람을 쐬게 해 주었고,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하얀 배추흰나비와 노란 꿀벌이 놀러 오곤 했어.


추운 겨울에는 외로이 서 있는 꽃병이 안쓰러워서 장에서 사 온 큼지막한 눈깔사탕들을 꽃병 안에 넣어주곤 했지.


여름에는 꽃병으로, 겨울에는 사탕 단지로 쓰였지만 도자기는 외롭지 않고 행복했어.


도자기보다 사람 명줄이 더 짧기에, 과부도 세상을 떠나고 도자기는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팔려 다니는 신세가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 헐값에 내놓인 도자기를 눈썰미 좋은 한 상인이 사가면서 도자기의 가치을 알아봐 주기 시작했어.


오랜 시간이 지나, 도자기가 유명한 도공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서 지금은 국립 박물관 유리벽 안에서 아름다운 빛깔 뽐내며 서있지.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도자기는 지금 전혀 행복하지 않대.


도자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해도 꽃병으로 살았을 때, 사탕 단지로 살았을 때가 더 행복했대.


도자기의 영롱한 옥빛은 도자기가 그때를 그리워해서 흘리는 눈물 때문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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