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술병(1)

by eunice 유니스

옛날 옛날 추운 한 겨울에 노(老) 스님 한 분이 탁발을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고 계셨어.


그 해는 흉작이었어서 마을 사람들 모두 먹을거리가 부족했었더랬지.


반나절 동안 마을을 돌아다니셨지만 바가지 안에는 감자 두 개가 전부였어.


산 중턱에 있는 암자까지 걸어 올라가기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마을 입구에 있는 주막에서 잠시 쉬었다 가시기로 했지.


" 주모~ 내가 다리가 너무 아파서 그러니 여기 평상에 잠시 앉아 쉬었다가만 가리다. "


주모는 곁눈으로 힐끗 바가지 안을 들여다보았어. 바가지 안에는 말라빠진 감자 두 개만 덩그러니 담겨져 있는 게 영 마음이 좋지 않았어.


마음씨 좋은 주모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노스님 앞에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지.


" 스님~ 올해는 너무 흉작이라 사람들 모두 형편이 좋지 않네요. 우리도 손님 드릴 재료 구하기가 힘들어서 국밥에 고기 한 점 없는 시래깃국이 전부네요. 넘 서운해하지 마시고 이거라도 뜨끈하게 배 채우시고 날 더 저물기 전에 언능 올라가시지요. "


그리고는 바가지 안에 통통한 감자 세 개도 슬며시 더 넣어드렸어.


스님은 눈가가 붉어지시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셨지. 그리고는 부엌에 있는 술병 중 가장 깨끗한 것으로 하나 가지고 와 보라고 하시고는 합장을 하시고 뭐라뭐라 중얼중얼 읊어대셨어.


" 앞으로 이 술병에 찬물을 넣으면 아주 맛있는 술로 변할 걸세. 내 그대에게 보답해줄 것이라고는 이거밖에 없구려. 단, 꼭 찬물이어야 하네. 명심하시게나. "


주모는 스님이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냥 하시는 말씀인 줄 알고 웃어넘겼지.


다음 날, 주막에 웬 산적같이 생긴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떼거리로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


" 주모~~ 여기 국밥 서른 그릇이랑 술 서른 병 내어오시오~ "


" 이보시게. 이 마을에는 지난가을 지독한 흉작이라 먹을 쌀도 없는데 술이 웬 말이요. 국밥도 시래깃국밖에 없으니 그거라도 드시고 가시구려. "


" 이런 염병할 여편네를 봤나! 주막에 술이 없는 게 말이 돼? 우리가 돈이 없어 보여서 그러는게지? "


돈뭉치를 꺼내 보이더니 어서 술을 내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쳐댔어.


주모는 벌벌 떨며 ' 이를 어쩌나 ' 고민하다가 어제 스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 에라 모르겠다. 밑져야 본전이다.' 생각하며 술병에 찬물을 넣었는데 진짜로 물이 술로 변하는 거야.


화들짝 놀랐지만, 성이 잔뜩 난 사내들의 성화에 얼른 술을 가지고 나갔지.


왜 있으면서 없다고 거짓말했냐고 화를 내다가 술 한잔 딱 마시고 나니 술맛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아졌지.


한껏 취하고는 돈을 뭉치째 주면서 " 술이 맛이 좋으니 내일도 또 오리다. " 하고 서로 어깨동무하며 노래를 부르며 사라졌어.


약속대로 사내 무리들은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매일매일 와서 술을 마시고는 돈뭉치를 던지고 갔어.


주모는 쌓여가는 돈뭉치를 보며 생각에 잠겼어.


' 마을 사람들 다 굶고 있는데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뭐하나... 이건 분명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으라는 부처님의 뜻일 거야. '


그리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먼 마을까지 나가서 먹을 것을 잔뜩 사다지고 와서 빠진 집 없이 골고루 나눠주었어.


마을 사람들은 주모를 환생한 부처마냥 존경하였지.


그 해 겨울은 그렇게 마을 사람들 모두 따뜻한 겨울을 보냈대.


이쯤이면 술병을 탐내는 나쁜 사람이 등장할 때가 됐지?


글이 길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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