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화가 많은 임금님이 살고 계셨었어.
아침에는 잠을 깨우는 새들에게 화를 내시고, 수라를 드실 때에는 입에 맞지 않는 찬이 있으시면 또 버럭 화를 내시고, 경연에 참여하시라 신하들이 권하면 귀찮다며 또 화를 내시고, 왕자들이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 같으면 또 화를 내시고, 잠자리가 불편하시면 시도 때도 없이 왕비와 후궁들에게도 화를 내시곤 했어.
하루는 영의정이 몸이 좀 불편한 관계로 회의에 조금 늦게 입궐을 하였지.
화가 잔뜩 나신 임금님은 고관대작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영의정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시며 무안을 주셨지.
얼굴이 벌게진 영의정은 집에 돌아갈 때까지도 수치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했어.
화를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온 영의정은 남편이 돌아왔는데도 여편네가 버선발로 마중 나오지 않는다며 생떼를 부리며 부인에게 화를 퍼부었어.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이 화벼락을 맞은 아내도 화가 나기 시작했어.
‘ 어디서 빰 맞고 와서는 또 나한테 지랄이야? ’
사대부 여인으로써 입밖에 꺼낼 수 없는 욕을 속으로 삼키며 끓어오르는 화를 참아보려고 애를 썼지.
그때, 마당에서 졸고 있는 몸종이 눈에 들어왔고,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 지르며 몸종의 잠을 깨웠어.
자다가 또 날벼락을 맞은 몸종은 투덜거리며 빨래 거리를 챙겨서 빨래터로 갔어.
빨래에다 냅다 몽둥이질을 해가며 분을 삭였지.
그때, 지나가던 강아지가 물가 근처 바위에 오줌을 누자 그냥 그 꼴이 맘에 들지 않았던 몸종은 빨래방망이로 강아지를 한 대 후려갈겼지 뭐야.
강아지는 깨갱 낑낑 거리며 도망을 갔지.
화가 난 강아지는 마침 길가에서 떨어져 있는 음식 찌꺼기들을 주워 먹고 있던 까마귀의 날개를 이유도 없이 달려들어서 콱 물어버렸지.
강아지에 날개가 물려 다친 까마귀는 날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퍼덕거리며 성을 내었어.
그때 음식 찌꺼기를 입에 물고 지나가는 생쥐를 보고는 그냥 또 화가 나서 부리로 생쥐의 꼬리를 싹둑 잘라내었어.
놀란 생쥐는 나살려라 쥐구멍으로 쏙 도망쳤지.
잘려나간 꼬리에 끙끙 거리며 아파하고 있는데, 그때 쥐구멍 안으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
성질이 난 생쥐는 바퀴벌레의 다리를 물어뜯었어.
바퀴벌레는 다행히 다리가 여러 개라 절름 절름거리며 도망쳐 나왔지.
화가 난 바퀴벌레는 분을 참지 못하고 부엌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새까만 콩자반 위에 새까만 알들을 낳아버렸지 뭐야?
이 사실을 모르는 여인네는 밥 상을 곱게 차려서 윗 분에게 올려드렸지.
그날, 임금님은 새까만 콩자반을 아주 맛나게 드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