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이야기

by eunice 유니스

어느 마을에는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


마을 사람은 이 느티나무를 아끼고 좋아해 주었지.


아이들은 느티나무랑 같이 숨바꼭질이랑 말뚝박이 하면서 신나게 놀았고, 어른들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서 새참도 먹고 바둑도 두었지.


밤이 되면 연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주기도 했어.


느티나무는 행복했지.


그러던 어느 날, 제비가 날아와 느티나무 가지 위에 앉아 말을 걸었어.


“ 느티나무야, 너는 오랫동안 한 곳에만 서 있는데 지겹지 않니? 너도 날개가 있다면 나처럼 세상 곳곳을 여행하면서 살 수 있을 텐데.... ”


그리고는 느티나무의 대답도 듣지 않을 체 그냥 휘리릭 날아가 버렸지 뭐야.


느티나무는 갑자기 우울해졌어.


제비의 말처럼 너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땅 속 깊이 박혀있는 뿌리 때문에 여행을 다니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처지가 너무 처량해졌지.


마음의 병이 생긴 느티나무는 시름시름 말라가기 시작했어.


마을 사람들은 그런 느티나무를 걱정하기 시작했지.


마을 사람들은 자연의 모든 생명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스님 한 분을 모셔왔어.


그리고 스님께 느티나무의 병을 좀 고쳐달라고 부탁드렸지.


스님은 느티나무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셨지.


느티나무는 제비가 날아와 이야기한 후로 마음의 병이 생겼노라 자초지종을 설명했어.


“ 그럼, 너두 제비로 한 번 살아보겠느냐? ”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지만, 느티나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 네 ” 라고 대답했어.


대답을 하고 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을 날고 있는 제비가 되어 있는 게 아니겠어?


제비가 되어 하늘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니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아서 가슴이 벅차올랐어.


작은 심장이 하도 뛰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지.


그렇게 신나게 비행을 하고 어느 빈 집의 빈 제비둥지를 발견하고는 거기서 잠시 하룻밤 묵어가려고 했지.


세상 구경이 너무 신나 피곤한 줄도 몰랐는데, 밤이 되니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스르르 잠이 들었어.


그런데 무언가 가슴을 조여 오는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깨어 보니, 커다란 구렁이가 꼬리로 제비를 감싼 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게 아니겠어?


깜짝 놀란 제비는 소리소리를 질러댔지.


느티나무였을 때에는 구렁이가 친구였는데, 제비가 되니 구렁이가 천적인 거야.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소리치자,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느티나무로 돌아와 있었어.


스님은 느티나무에게 또 물었지.


“ 이번에는 무엇으로 살아보고 싶으냐? ”


느티나무는 곰곰이 생각했어.


‘ 제비는 날아다니며 여행하기에는 좋은데 작고 힘도 약해서 안 되겠어. 구렁이는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땅 위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잖아? 그리고 모두 구렁이를 무서워하니까 이번에는 힘이 센 구렁이로 살아봐야겠어. ’


“ 이번에는 구렁....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도 눈 깜짝할 사이에 구렁이로 변해 있었지.


구렁이가 돼서 세상 여기저기를 기어 다녔어. 다니면서 다행히 천적을 만나지 않아서 마음 편히 세상 여행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땅 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확 낚아채는 게 아니겠어?


소스라치게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뱀을 잡으러 다니는 땅꾼이 나무 지팡이로 확 잡아채어 자루 안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어.


“ 요놈 토실토실한 거 보소. 요놈으로 뱀술 담가 팔면 돈 좀 꽤나 받겠구먼. 허허허~”


구렁이는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어두컴컴한 자루 안으로 던져지고 말았지.


분명 깜깜했었는데 눈을 떠보니 다시 느티나무로 돌아와 있었어.


스님은 느티나무에게 또 물어보셨지.


“ 이번에는 무엇으로 살아보고 싶으냐? ”


“ 이번에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


이번에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한 여인으로 변하였지.


두 발로 걸어 다니고, 두 손으로 무언가를 만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


걷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에 다다르게 되었지.


이것저것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동네 꼬마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여인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막 놀리기 시작하는 거야.


“ 아유~ 저 얼굴 좀 봐. 세상에 저렇게 못 생겨놓고 어떻게 밖으로 돌아다니지? 에이~ 재수 없어! ”


생전 처음 들어보는 비난에 가슴이 너무 아파오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지. ‘ 아마 아이들이라 짓궂은 장난을 한 걸 거야. ’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다시 길을 걸었어.


사람들이 힐끗힐끗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걷다 보니 인기척 없는 한적한 길이 나왔어.


어디 하룻밤 묵을 곳이 없을까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사내 무리들이 소리를 치기 시작했어.


“ 어이~ 곰보! 놀아줄 사람 찾아? ( 키득키득 ) 오늘은 우리가 놀아줄게. 어때? ”


여인은 순간 너무 무서워서 마구 내달리기 시작했어.


뒤쫓아오는 사내들 때문에 심장도 미친 듯이 뛰었지.


정신없이 달리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정신을 잃었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행히 느티나무로 돌아와 있었어.


느티나무로 돌아와 있었지만,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어.


스님은 또 느티나무에게 무엇으로 살고 싶으냐고 물어보셨지.


느티나무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생각했어.


“ 저는... 느티나무로 사는 게 좋습니다. 느티나무로 살 때에는 제비도, 구렁이도, 사람도 모두 다 제 친구였거든요. ”


느티나무의 대답을 다 들은 스님은 오셨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셨지.


그 일이 있은 후, 느티나무는 조금씩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어.


가지도 다시 튼튼해지고, 잎사귀도 다시 초록빛을 띠게 되었지.


다시 건강해진 느티나무를 보고 마을 사람은 잔치를 열어주었어.


온 동네 사람들이 느티나무 주위로 모여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함께 노래도 부르면서 느티나무의 회복을 기뻐해 주었지.


느티나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깨달았어.


느티나무는 그 사실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잎사귀를 마구 흔들어 대며 함께 춤을 추었지.


느티나무는 그 후로도 몇 백 년을 그 자리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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