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인을 오마주 하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단장지애(斷腸之哀)의 사월과 시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깝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촛불로 어두움을 훤히 밝힌 광화문의 그 함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래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굶주리고 아프고 병든
아담과 하와가
평화의 명동성당 앞에 서서
통곡하며
서로 부둥켜안을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정의와 진실과 평화의 우주적 에너지만 남고
그 모오든 거짓부렁이는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