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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May 12. 2023

정말 착한 거 맞나요?

요즘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

뭘 많이 담은 것 같지도 않은데 장바구니 물가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정말 월급 빼고는 다 오른 듯하다.


직장인들이 만원으로는 제대로 된 점심도 먹기 힘든 시대이기에, 저렴한 식당들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식당을 소개하는 기사 제목들은 100이면 100 모두 "착한 식당"이라고 소개한다.


'가격이 저렴하다'라는 표현을 '가격이 착하다'라고 대체해서 사용해 오기는 오래되었다.


평소 그리 예민한 성격은 아니지만, '착한 식당'이란 표현은 늘 귀에 거슬린다.


장사의 원칙은 이윤을 남기는 것인데,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듯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하나는 정말 저렴한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산지에서 직접 공수해 올 수도 있지만, 소규모로 운영하기에 식자재 전반을 컨트롤할 수 없는 작은 식당들은 저렴하지만 질이 낮은 식자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최저 시급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인건비를 줄일 수는 없으니 본인의 노동력을 스스로 착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대료와 전기세, 수도세,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 데 착한(?) 가격을 유지하려면 식자재비를 낮추거나, 본인의 노동과 영혼을 갈아 넣는 수 밖에는 없다.


평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일인으로써, 소득의 편차를 떠나 누구에게나 건강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엔 저렴하지만 질이 낮은 음식을 '착하다'라는 표현으로 포장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영혼을 갈아 넣는 자영업자 스스로의 노동력 착취도 '착하다'라고 표현한다.


이것이 정말 "착한가?"


누구를 위한 '착함'인가?


질이 낮은 식자재를 사용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착하지 않다.


자영업자 스스로 노동력 착취를 강요받는 구조라면 그건 사회의 책임이 크다. 


언론에서 '착한 가격' '착한 식당'이란 표현을 쓸 때에는 한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 '착함'이라는 이미지 뒤에 감춰진 '강요된 희생'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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