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히어로는 인류에게 재앙이다. 이런 나의 지론에서 듄이 만들어졌다. 설사 진정한 영웅이 있다손 치더라도 결국에는 오류투성이의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며 권력구조를 장악해 버린다. 영웅의 실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재앙에 빠뜨린다. “ 듄의 원작자 - 프랭크 허버트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히어로의 등장을 갈망한다.
수세기동안 인간은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필요에 의해 수많은 신들을 만들어내었듯, 지루한 일상 속에서 찾게 되는 즐거움과 시간 때우기의 욕구를 마블이 끊임없이 새로운 히어로를 만들어냄으로써 충족시켜주고 있다.
마블식 히어로는 각 나라에 영향을 주어 각 나라별 히어로의 탄생으로 분화되었지만, 유독 히어로에 대한 거부감 없이 흡수하여 자체적으로 히어로를 탄생시키는데 열심인 나라 중에 한국과 인도가 포함되는 것 같다.
한국과 인도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영화 산업이 발전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히어로에 대하여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문화에 맞게 변형하여 새로운 히어로를 탄생시키는데 열심인 것에 있다.
유일신 문화에 익숙한 문화권에서는 굉장히 낯설고 생경할 수 있겠지만, 인도는 역사 이래 그들의 필요에 의해 신들을 만들어 내었고, 필요에 따라 신들을 조합하고 변형하면서 인도국민수보다 신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굉장히 많은 신들은 현대 인도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렇다 보니 마블의 히어로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드라마틱한 신화는 기원전부터 수없이 많이 있어왔다.
일상 속의 폭력과 카르마에 갇힌 현실 속에서 히어로처럼 등장하는 신들은 힌두스탄을 정치이념으로 삼는 국가의 막강한 보호를 받으며 무한 발전, 성장해 왔다.
현실과는 정반대로 영화 속에서만 넘쳐나는 히어로들에 인도인들은 이미 익숙해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 서양문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인도인들의 자국중심주의와 엄청나게 성장해 있는 영화산업이 결합하여 그들만의 마블식 히어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 극장가에서도 점점 히어로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마블식 히어로를 인도식 색채를 입혀서 만드는 인도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마블과는 결이 다르게 히어로들을 창조해 가는 것 같다.
여하튼, 주목할 것 점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한국형 히어로들이 계속 창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히어로의 등장은 거부감 없이 문화콘텐츠로써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그런데 히어로는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걸까?
사회가 부패할수록, 정의를 상실할수록, 부가 편중될수록 약자들은 생존을 위하여 메시아적 존재, 히어로의 등장을 갈망한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히어로가 넘쳐난다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현실이 지옥이라는 말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히어로물은 서민들의 대리만족과 영화사의 수익창출이라는 임무만 완수하고, 사회변혁에 대한 서민들의 각성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는 듯싶다.
슈퍼 히어로의 등장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거라는 영화 ‘듄’의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독교 세계관에서도 하나님은 필요에 따라 사람을 세우시고 큰 일들을 이루시지만, 그에게 막강한 권력과 힘이 주어지는 것을 견제하셨다. 이스라엘을 출애굽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모세도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신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이지 아닐까 싶다.
왕을 달라고 떼쓰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왕정국가의 폐해를 언급하시며 반대하셨던 이유도 그렇고, 예수조차도 이스라엘 민족을 로마로부터 구원해 줄 예언된 메시아, 사회를 전복시킬 쿠데타 또는 독립군을 이끄는 정치적 리더로서 히어로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반응하시지 않았다.
예수는 단 한 명의 슈퍼 히어로가 아닌 우리 모두 각자가 작은 예수가 되어야만 우리가 바라는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히어로 문화에 익숙한 인도에서는 여전히 간디, 네루 집안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박정희를 히어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박근혜를 박정희 딸이라는 이유로 대통령 삼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필요에 의해 집중되었던 권력과 힘은 유효기간이 끝나면 흩어져야 한다.
필요에 의해 등장한 히어로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사라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슈퍼 히어로가 필요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슈퍼 히어로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정의와 평등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