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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GP] 피렐리의 타이어 실험은 왜 망한 걸까?

"Box, Box" 츠노다의 뚝배기 "What the Hell?!!

by 스필노트spilot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2025년 벨기에 그랑프리 잘 보셨나요? :)

F1은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드라마가 매번 펼쳐지는데요. 이번 스파-프랑코샹에서 개최된 그랑프리 또한 비가 오며 레이스가 상당히 지연되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신 구독자님이라면, 이미 그랑프리 결과나 기술적인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많이 들으실거라 생각해서 오늘 저는 언제나처럼 마이너(?)한 이야기들을 가져와봤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오늘의 주제:
1."Box, Box" 츠노다의 뚝배기 "What the Hell?!!"
2."노잼 레이스 만든 거 우리 아니에요!" 피렐리의 역대급 타이어 실험은 왜 망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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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Box" 츠노다의 뚝배기 "What the Hell?!!"

오늘은 뚜껑 열린 츠노다 이야기를 먼저 가져왔는데요.


토요일 퀄리파잉에서 오랜만에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유키 츠노다였습니다. 스타팅 그리드 7위!

오, 이건 포디움까지도 노려볼 만한 기회였습니다. 팬들과 관계자들 모두 "오랜만에 츠노다가 일 내는 거 아니야?"라며 기대를 가질법 했는데요. 하지만 결과는 6레이스 연속 노포인트 였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된걸까요? 츠노다 본인 피셜로는 시작부터가 최악의 의사소통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lpegoss9o5igg910hr1mfqspbaqw 농구선수 포르징기스와의 좋았던 한 때...

팀에서 "Box, Box!"를 외치며 피트인하라는 무전을 보냈는데, 타이밍이 안좋았습니다. 츠노다가 피트 입구를 지나치려던 순간이라 피트인 하지 못하며 결국 츠노다는 제 때 타이어 교체를 하지 못했는데요.


무전을 받은 츠노다, 리얼로 빡쳐서 바로 외쳐보았습니다. "What the H*?" (뭐라고? 신발?)

이게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게, 이미 낡아빠진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스파 같은 긴 서킷 한 랩을 더 돌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츠노다는 "그 한 랩 때문에 4~5 순위나 잃었다"고 분통을 터뜨렸고요.


7위로 잘 달리던 츠노다는 피트 스탑 이후 무려 12위로 트랙에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포인트권 밖으로 밀려난 뒤 다시는 10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이게 말이 안되거든요.


좋은 감독의 덕목? 인정은 누구보다 빠르게!

혹시 '이거 츠노다가 판단을 잘못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당시 무전을 들어보면 츠노다는 트랙이 "거의 말라간다"고 팀에 알려줬고, 츠노다의 엔지니어는 "다른 선수들 슬릭 타이어 기록을 지켜보겠다"고 했기 때문에 무난한 상황을 예상했습니다.


원래는 막스의 타이어 교체 시기와 같은 랩에 유키를 부르려고 했고, 크루들도 다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근데 팀 무전이 너무 늦게 나갔고 크리스찬 호르너의 후임인 맥키스 신임감독은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 잘못" 이라며 "정말 미안하다."는 사과도 경기 후 유키에게 남겼습니다.


참고로 맥키스는 팀 구성원들과의 융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포인트는 날아갔지만 다시 재회한 팀 감독이 이렇게 바로 인정하고 사과해 주니 그나마 유키는 마음을 달랠수 있었을겁니다.

getpuc17i07u1de9htby148kxnnt 로랑 맥키스 레드불 신임감독 (언젠가부터 패션피플 냄새...)

츠노다의 눈물겨운 레이스는 계속되나?

유키의 늦은 피트 스탑 이후 상황은 어땠을까요? 네, 예상하신 대로 더 암울했습니다.


알핀의 피에르 가슬리 뒤로 트랙에 복귀하게 된 유키 츠노다는 무려 20랩부터 44랩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추월하지 못했습니다. DRS를 계속 쓸 수 있었는데도 말이죠.


츠노다는 "진짜 모든 걸 시도했지만, 직선 주로에서 탑 스피드가 너무 안 나와서 소용이 없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타이어만 다 닳아버렸다"고 말했는데요.


결국 레이스 막판에는 하스의 올리버 베어만에게 11위, 그리고 곧이어 자우버의 니코 휠켄베르크에게 12위 자리까지 내주며 레이스는 마무리 됐습니다.


요즘 레드불은 말이 많습니다. 호르너 감독이 퇴출되고, 반대급부로 오히려 모든 계약 조건을 무너뜨리고 나갈 것 같던 베르스타펜은 잡았죠. 이런 와중에 츠노다의 자리가 위태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현재 유키의 활약상을 보면...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기만 합니다.


"노잼 레이스 만든 거 우리 아니에요!" 피렐리의 타이어 실험은 왜 망한 걸까?

솔직히 이번 2025 벨기에 그랑프리는 우중 레이스 조건이 마련되면서 꿀잼 레이스를 기대해봤던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마른 노면에서의 레이스도 참 심심했습니다. 구독자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하셨나요? �


거의 모든 드라이버가 원스탑을 가져가면서 전략 싸움 보는 맛은 별로 없었습니다. 미디엄 타이어가 무려 33랩이나 버티는 기염을 토했으니까요!


비가 오는 바람에 제대로 실행이 되지는 않았지만 사실 이번 벨기에 스파 그랑프리에서는 타이어 공급사인 피렐리의 소소한(?) 실험이 숨어있었습니다.

eqhio7fnztwzgeo200am728ug7h7 벨기에 GP 타이어 선택을 변호하는 피렐리의 보스, 망치를 든 이솔라

피렐리는 이번 스파 레이스를 위해 아주 특별한 타이어 컴파운드를 선보였습니다. 보통 C1, C2, C3처럼 이어진 순서로 3종 타이어를 선별해 컴파운드를 가져오는데, 이번엔 중간에 있는 C2를 빼버리고 C1(하드), C3(미디엄), C4(소프트)라는 전무후무의 희한한 조합을 들고 왔습니다. (�‍� 머리를 어디까지 쓰는거지?..)

25wpgo6eohlychzst9hi80p7vajv '너가 가위를 낼테니 난 주먹을 내는척 하면 보자기를 낼테니 나는 가위를 내는척 하면주먹을 낼테니 보자기를 내는척 하면 너가 가위를 낼테니 난...' (feat. 피렐리의 잔머리)

사실 이게 다 꿍꿍이가 있습니다. 사실 바로 가장 단단한 C1 타이어를 하드로 쓰면 C3 미디엄 타이어와 갭차이가 많이 날 거라는 가정으로 실제 레이스에서 아무도 안 쓰게 만들려는..., 그럼 자연스럽게 모든 팀이 소프트-미디엄으로 두 번 피트 스탑하는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유도된다는 계획이었는데요.

zk0f6oy57cvgc3oruqsly4bvdklm 최근에는 C6 울트라소프트 타이어도 있죠


하지만 이번 실험은 우선 비가 왔기 때문에 그 효과를 보기가 미미했으며, 만약 비가 안 왔어도 성공했을까 싶긴 합니다. 왜냐면 미디엄 타이어가 33랩이나 버틴 걸 보면, 소프트-미디엄으로도 원스탑이 가능했을테니까요. 심지어 아무도 안 쓸 거라던 C1 하드 타이어마저 생각보다 느리지 않았다는게 랜도 노리스의 스틴트에서 확인됐기 때문에 피렐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피렐리는 말합니다 "C2 있었으면 더 노잼"

금요일 프랙티스와, 토요일 스프린트 레이스를 마치고 피렐리는 이미 원스탑 레이스를 예상했다고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렐리의 모터스포츠 책임자인 마리오 이솔라는 만약 작년처럼 C2, C3, C4 컴파운드를 설정했으면 볼 것도 없이 무조건 원스탑 이기 때문에 그나마 노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C1을 하드타이어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선두권 드라이버들이 어떻게든 원스탑으로 끝내려고 필사적으로 타이어 마모 관리를 잘 했고, 그게 성공한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디엄 타이어 마모가 너무 적었던 건 팩트입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작년 C3 타이어의 랩당 마모 속도는 0.116초였는데, 올해는 고작 0.082초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타이어를 아끼지 않고 레이스 막판에 추월을 위해 랩 타임을 푸시했던 드라이버들은 바로 타이어 성능이 뚝 떨어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뒤늦게 투스탑을 선택한 드라이버들도 있지만 속도는 났어도, 피트스톱 델타타임으로 손해본 순위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추운 날씨와 드라이버들이 노력한 타이어 관리가 합쳐져서 인터-미디엄이라는 원스탑이 가능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et410wffb4v92djx0az9ohinrppm 스파 FOREVER~ 클래식 사진 한장 때립니다.

부드러운 타이어 조합 어때 피렐리?!

FIA는 매년 레이싱의 엔터테인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활발한 추월과 순위 변동을 많이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피렐리는 포뮬러 레이스의 "전략", 그리고 "재미"라는 측면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피렐리가 내년에도 이 이상한 타이어 조합을 다시 들고 올지는... 아마 아닐 겁니다. 올 해의 타이어 컴파운드 조합은 실패에 가깝기 때문에 내년 2026년에는 C3, C4, C5 같은 부드러운 조합을 기대해보는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였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클래식하게 바꾸었는데 괜찮은가요?
앞으로는 글을 조금 짧게 쓰고, 더 자주 찾아 뵈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07.29일 발행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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