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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수현 Feb 10. 2021

미국 박사 도전기, 그 시작

보스턴 유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미국 박사 도전기는 현재 하고 있는 공부와 리서치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격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요일 미정)



2020년 12월 17일 목요일. 미국대학원에서의 마지막 수업 날. 더없이 짜릿하고 흥겨웠다. 드디어 박수현, 내가 해냈구나! 좌충우돌 부딪치고 시시각각 가슴 졸이며 이어온 1년 반의 석사 프로그램이 정말 끝. 난. 것.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감히 ‘미국 유학’이라는 걸 해낼 수 있을까. 2017년 여름, 소심한 질문을 품고 조심스레 시작했던 유학 준비. 때는 절묘하게 방송사 파업기간과 맞물려 방송을 잠시 쉬고 있던 무렵,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하루 16시간씩 꼬박꼬박 쉬지 않고 가열차게 유학 준비만 했던 날들. 그래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생방송 전후로 방송원고가 아닌 영어 단어장을 손에 꽉 쥔 채 힐끗거렸던 시간들. 지상파 방송국이라는 Traditional media 세상에서 10년을 아나운서로 일해봤으니 막연히 뉴미디어 Emerging media 세계를 발을 들여 공부해보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시작했던 유학 준비. 그리고 보스턴 도심에서의 미국 유학. 드디어 Mater’s degree in communication 석사가 되었다. (2021년 1월 졸업. 디플로마는 수령 완료. 공식 졸업식 행사는 5월 예정. 코로나 시국이라 온라인 졸업식 가능성 높음)


아아, 유학은 끝났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아니하였습니다



아아, 유학은 끝났지만 사실상 끝나지 않았다. 이 무슨 역설인고 하니, 석사는 석사에 불과할 뿐, 미국 박사를 해내겠다는 또 다른 꿈을 고이 품게 되었기 때문. 이미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치고 교수로 일하고 있는 남편의 영향도 자연스레 있었을 것이다. 미국 석사를 하는 동안, 임신과 출산, 육아를 모두 경험하는 기쁨(?)을 누리며 멀티플레이가 무던히 가능했던 건 아무래도 집안 환경이 ‘연구’에 최적화 (?) 되어 있기 때문 아니었을지.


육아가 단연 1순위, 아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우리의 생활을 흐뭇하게 지배하고 있지만, 그 치열한 육아 라이프 사이사이를 우리 부부는 아낌없이 ‘연구’와 ‘공부’로 채웠다. 아기가 낮잠 자는 사이 나란히 책상에 앉아 각자 분야의 리서치에 집중하고, 아기와 신나게 노는 시간에 번갈아 가며 교대로 공부했다. 한 마디로 ‘육아’ 아니면, ‘리서치’로 촘촘하게 둘러싸여온 우리 집. 덕분에 석사 프로그램에 임하는 내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꿈과 희망은 ‘박사 지망’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명적인 이끌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필연적이었던.

아기 잠든 틈에 조금씩 조금씩 연구자로서 리서치 기초 다지기.


물론 석사과정 중 만난 좋은 Faculty들과의 소통도 한몫. 석사과정 첫 학기까지만 해도 ‘이머징 미디어 (Emerging media)를 공부하고 싶은 한국 출신 전직 방송인’에 불과했던 나. 학기를 차츰 거듭하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 내가 어떤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지, 구체화해 나갈 수 있었다. 교수님들과의 귀한 수업, 진로상담, 간단한 대화에서 켜켜이 쌓인 인사이트 덕분. 아직 지극히 연구 초보단계이기에 처음부터 자세하게 밝히기 부끄럽지만, 분명한 건 하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는 것. 여전히 진척은 미미하지만 리서치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것. 그리고 흐릿하게나마 향후 5년 내가 가야 할 길을 스케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훌륭한 Faculty들과의 만남 속에서
켜켜이 쌓인 인사이트
보스턴 한복판에서 다시 꿈꾸다



미국 박사 프로그램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크게는 Mass communication, 조금 더 명확하게는 Emerging media studies, Media effect & Popular culture studies. 석사 과정 중 가르쳐주신 교수님의 멘토링 아래 진행해보고 있는 리서치도 keep going. 그와 더불어 미국대학원 입학시험인 GRE 시험도 다시 보려 준비 중. (6월 7월 GRE. 9월 SOP)


벌써 10개월이 된 아기 육아가 최대 변수이기는 하지만 꿈을 이루는 데 완벽한 타이밍, 완벽한 환경이 어디 있으랴. 결혼 전 유학 준비 때처럼 온전히 16시간을 내 공부만을 위해 쏟을 수 없겠으나 주어진 시간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잘 활용해보겠다고 다짐한다. 4전쯤이었을까. 직장생활과 유학 준비 일상을 병행하는 게 엄두가 안 났던 시절,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내 남편은 말했다. 그냥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거면 일단 하면 된다고. 어렵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중간에 못하겠으면 어떡하지, 망설이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명료한 조언. 그냥 해야 하니까 하면 되는 거였다.


한 수업 한 수업 모두 귀했던 1년 반의 석사과정. 성적보다 더 많은 걸 얻은 미국에서의 성장기록.




이번에도 그 심플한 명제가 통하리라 믿는다. 운 좋게 하고 싶은 리서치가 구체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며, 이런 연구 평생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먹고살 걱정은 남편이 대신해줄래?) 미국 석사를 하면서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한 ‘국제학생으로서의 울렁증’도 어느 정도 덜어냈고 (여전히 실력은 채워야 할 게 너무 많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도전하고 방송을 해온 것 이상으로 ‘연구’에 재미와 흥을 들였다. (물론 너무 시작단계라서 흥분과 기대가 과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정도면 향후 수년을 투자해서라도 미국 유학 후반전에 올인할 가치가 있는 것. 그렇다. 나는 미국 박사에 도전한다. 우선 내년 가을학기가 목표. (MA주 내 원하는 학교가 안 되면 몇 번 더 해볼 계획)


미국 석사도 무사히 끝냈으니, 미국 박사도 별거 없다. 으쌰으쌰 (라고 적어보고 슬그머니 소심하게 겁먹어보는 중)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 몇 가지. 미국에서 데이케어가 어마 무시하게 비싸다던데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울 아들 케어는 어떡하지.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아직 미국 아기들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우리 아기, 첫 사회생활(?) 잘 적응해줄까. 가고 싶은 학교 중 한 곳이 우리 집에서 거리가 상당한데 이사는 어떡하지. 남편 직장과 내 지망 학교 거리감도 상당한데 이건 괜찮겠지? 뭐 그때까지 코로나 시국은 안정화되리라 믿어도 되지 않을까. 방송할 때나 박사 지망생일 때나 끝나지 않는 걱정병. 아, 이런 소소한(?) 고민들은 박사 프로그램 합격하고 해도 결코 늦지 않을 거라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되뇌며! 2021년 미국 박사 도전기, 그 소소한 준비과정을 격주 간헐적으로라도 끄적끄적해보는 걸로. (한탄과 한숨이 가득한 공부 기록이 되면 어떡하지?) 걱정 그만. 일단 시작.


10개월 육아맘, 미국 박사 도전기 지금부터 시작. 원하는 학교에 입학할 때쯤이면 넌 29개월이 되겠구나. 잘해보자!



* 2019 브런치북 <아나운서 그만두고 미국.행>​

* 2020브런치북 <아나운서 미국맘 성장기>​

* 2021 브런치북 <미국 박사 도전기>​​​ (연말 예정)


* 아나운서 박수현,

   미국 유학 왜 하고 싶었던 건지 궁금하다면?


(1) 나의 ‘마흔’ 만들기​ (별표 다섯개)

(2) 엄마는 공부가 필요해

(3) 아기 잘 때 ‘안’ 잘 건데요?​

(4) 내가 정규직 아나운서를 그만둔 이유 (1)​

(written in May 2019)

(5) 내가 정규직 아나운서를 그만둔 이유 (2)

(written in May 2019)



아기와 함께 나도 성장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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