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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수현 Mar 28. 2019

회사를 떠나게 만든 '결정적 책장' 10

아나운서 그만두고 보스턴 라이프


퇴사 직후, 보스턴으로 날아오기 전 미국으로 이삿짐을 보내는 게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특히 갖고 싶은 책을 꼭 소장해서 읽어야 직성이 풀렸던 나였기에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책장은 해외이사를 결심한 사람에게 분명한 골칫거리였다. 한 권 한 권이 애틋하고 귀한데 도대체 무엇하나 중고로 팔기도 아까웠고, 감사한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권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집에서 바깥으로 나가지도 않고 내내 책장을 보고 또 보고, 한국에 남겨둘 책과 보스턴으로 꼭 보내야만 했던 책을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 그러다가 반가운 한 구석의 코너를 발견했으니, 이름하야 '퇴사와 유학의 콜라보레이션'섹션. 인생의 환상적인 터닝포인트를 꿈꾸는 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책들이 있을까? 이미 꼼꼼히 읽고서 '변화'를 꿈꾸기 시작했고 안정된 조직에서의 '일탈'을 구체적으로 지향하기 시작했으며, 결국엔 '유학'준비를 했고 '퇴사'를 한 뒤 기어이 다른 나라로 '출국'해왔지만 나는 이 책들을 몽땅 보스턴 이삿짐에 고이고이 넣어왔다. 그만큼 나의 새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그 어떤 멘토들보다도 치밀한 공을 세운 자들이기에.


해외 이사를 준비하면서 정리하다가 발견한 책장 한 구석. 굳이 말 안해도 알겠지. 얼마나 떠나고 싶었는지를 .

 


'유학'과 '퇴사'라는 변화의 콜라보레이션 속에 나는 기묘하게 '결혼'이라는 키워드도 하나 더 추가되었다. 허나 유학 결심과 퇴사 수속의 2단 콤보든, 새 반려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려야 하는 변수가 첨가된 3w(wedding, without my company, way to school) 3단 콤보든, 근본적으로 편안한 안전지대를 벗어나 낯선 무언가로 날 당황시킬 무언가 빼곡한 그 어딘가에 새로이 터를 꾸리길 원한다는 심정은 가져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법한 닮아있는 마음들이다. 떠남을 꿈꾸고는 있으나, 나의 이 마음이 조직에 대한 막연한 철부지 반항심에서 싹튼 것은 아닐 거라고 바라는 심경. 다분히 '퇴사'라고 불리는 현시점의 유행 같은 흐름 속에 슬그머니 나도 동참해보려는 귀여운 결심은 아닐 거라는 믿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의 실타래가 헝클어지는 퇴사, 유학 결심자들에게 나의 3단 콤보 터닝포인트를 도와준 '보스턴 새댁'의 책장 한 켠을 소개해 본다.




정규직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아왔다. 내 결심을 이끈 열 권의 든든한 동반자들을 소개한다.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앨리스 전/중앙 books)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 (정유진/북노마드)

희망퇴사 (박정선 / b.read)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안미영/종이섬)

꼭 한국에서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레이첼 백 / 원더박스)

나는 해외에서 먹고 산다 (서주형, 서대규 외 / 봄빛서원)

7막7장 그리고 그후 (홍정욱 / 위즈덤 하우스)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금나나 / 김영사)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이소은 / 삼성출판사)

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 (서현진 / 글담)



(1)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앨리스 전 지음 / 중앙 books)


이 책은 본격적으로 내가 퇴사와 유학을 결정하기 전 단계에서 우연히 접했던 책. 어쩌면 이 모든 결정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있어 도화선이 되어주었달까.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앨리스의 글로벌 커리어 산책'이라는 띠지가 고스란히 붙어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카카오 브런치 북 1위를 차지한 명예까지 얹혀 있다는 사실. 브런치로부터 탄탄한 인정을 받고 세상에 태어난 책이 나를 또 다른 브런치 작가로 끌어들이게 됐으니 인연이라면 인연. 이 책 덕분에 이미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심드렁하게 지나쳐왔던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좀 더 인상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책에 대한 소장욕이 남다른 만큼 무언가 읽다가 절대 책장에 연필로든, 형광펜으로든 살짝이라도 표시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만큼은 군데군데 연두빛깔 형광펜의 흔적이 덧대어져 있다. 새책 같은 느낌을 고수하는 나에게도 밑줄긋지 않고서는 결코 넘길 수 없는 '동기부여'의 구간이 많았다는 증거.

 


변해야 한다고 느낄 때에는
한 번쯤 남이 하지 않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기를 권하고 싶어요
(p. 37.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책의 제목이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인 것도 매력포인트 중 하나인데 사실 회사 책상에 보란 듯 놓아두고 보기에는 조심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서, 애써 신문지를 덧씌워 가지고 다녔다.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서 전파하고 싶은 욕구는 그득그득했는데 SNS에 이야기하기에는 온갖 구설수를 짊어져야 할 것만 같아서 조용히 읽고 또 읽기를 몇 차례. 바라보는 시선들이 예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뭐가 그리도 소심했는지) 카페에서 책을 꺼낼 때도 꼬박꼬박 최대한 음침한 자리에서 등 돌려 읽곤 했고 안 보이게 핸드백 깊숙한 곳에 잘 숨겨 넣곤 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배어 나온다. 그러고 보니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직이라는 단어는 지금 같은 퇴사 트렌드가 불붙기 전이라서 그런지 조금 더 조심스럽지 않았나. (이거 나만의 느낌인가요.) 물론 여전히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일지라도 확연히 이직과 퇴사를 좀 더 자신 있게 권하는 2019년 요즘의 이야기들이 조금 더 반갑다. 김소영 아나운서도 책과 그녀의 sns를 통해 꾸준히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진작할 걸 그랬어>라고.


'앨리스 전'님의 브런치는 바로 여기  http://brunch.co.kr/@haneulalice 


실시간 지인들과 공유하지는 못했던 책. 왠지 잠깐이라도 회사 책상에 올려두었다간 국장님, 부장님, 차장 선배에 이르기까지 "너 무슨일이냐"고 수많은 질문들을 감당해야할 것만 같아서


(2)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

     (정유진 지음 / 북노마드)


이 책은 작년 어느 봄날, 서점에서 데려왔다.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몇 가지 시험을 연속적으로 준비하고 끊임없이 치러내고 있었다. 평일의 방송들을 모두 마치고 주말마다 춘천에서 서울에 올라올 때면 셀 수도 없는 많은 양의 커피와 찐한 초콜릿으로 버티고 또 버텨가며 머리 짜내 전쟁같이 시험을 치렀다. 막바지 토플 점수를 끌어올리느라 토할 것 같은 심경으로 하루하루를 살다가 만난 책.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 라는 제목만 들어도 속이 뚫리는 느낌 아닌가! 여기에 더해 책의 디자인마저 감각적이라니, 안 읽을 이유가 없었다. 더더욱이 건너 건너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건만, 저자가 같은 계열사에 근무하는 또래 사원이라는 사실에도 호감이 갔다. 그냥 궁금했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더더 알고 싶었다.


"왜 그만두고 싶은데"라는 질문을 떠올렸을 때, 나 역시 '차라리'라는 부사를 많이 쓴 것 같다. "차라리 oo하는 게 낫겠어"라고.

 

정유진 작가 역시 브런치 작가. '퇴사하고 떠나는 서른 살의 미술유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듯이,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 중에서도 '미술'관련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지망생들에게 특히나 더 와 닿을 구간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굳이 같은 전공분야가 아닐 지라도 '떠남'의 가치를 들여다보고 싶은 나와 같은 이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차라리
여기서 쓰러져 죽고 싶어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갈증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p.22.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


'정유진' 작가의 브런치는 바로 여기 http://brunch.co.kr/@pongdang



(3) 희망퇴사 (박정선 지음 / b.read)


지난해 가을, 회사 후배와 회사의 이런저런 상황들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복잡다단한 상황들에 가슴 답답해하고 때론 분노하고 종종 뾰로통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엔 까르르 웃으면서 이 책을 보여줬다. "저 그래서 요즘 이 책 읽잖아요."



그렇다. 제목만으로도 말 다했다. 희.망.퇴.사. '오늘까지만 출근하겠습니다'라는 부제가 마치 내 마음을 고스란히 읽어준 것 같아서 내 편 같은 책. 회사에서 괜히 기분 상하는 일이 있을 때 왠지 가방에 이 책을 넣으면 든든한 지원군 하나를 확보한 느낌이었다. 해야 할 말을 대신 내뱉어 주는 것 같아서 깔끔하게 상황 종료된 느낌이랄까. 지난 가을, 중국 출장 가던 길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뒷자리에 국장님이 앉아계시고 그 옆자리에는 카메라 감독님이 계셨으나 완전히 떠나지 못한 나의 울타리 안에서 마치 끝까지 먹어서는 안 될 초콜릿을 몰래 까먹는 심정으로 '희망퇴사'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하늘색 책장을 살짝살짝 들추는 기분은 꽤나 달콤. 회삿일을 하러 가는 비행기 안, 붕 떠있는 하늘에서 회삿일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니. '어느 직장인의 퇴사 성장기'라는 문구에서 나도 그 언젠가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주문 외우듯이 중얼거렸던 기억.


'박정선' 작가의 인스타그램은 바로 여기   http://instagram.com/darkarun

    

하늘을 날며 퇴사를 '희망'해 봣던 기억은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기분. 회사 출장을 위해 오른 비행기 안에서 또다른 곳으로의 비행을 남몰래 꿈꾼다는 것. 기내식보다 맛있는 꿀맛.


(4)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 ;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안미영 지음 / 종이섬)


<희망퇴사>라는 책을 살 때쯤 비슷한 시기에 주문해서 읽었던 책. 비슷한 류의 책을 연달아 주문하고 탐독했던 타임라인을 살펴보건대,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마음이 간결하게 한 지점을 향해가고 있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이미 나의 의지는 결연했고, "그래 맞아" "너의 무조건 옳아" "너의 선택은 Perfect!"라고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더해 줄 그 누군가의 존재가 필요했을 때, 옴니버스로 엮인 10명의 퇴사 이야기는 '답.정.너'의 상황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탁월했다.


"너 관두고 뭐할건데"라는 고리타분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면 간단했던 것을.


실제로 세 번의 퇴사를 경험했다고 밝힌 저자의 감각덕분일지, 열 개의 퇴사 이야기는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어갈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현해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끄는 묘한 기운이 잠재돼 있었다. 때론 열한 번째 주인공은 마치 '나'일 수도 있다고 속삭여주는 듯한 취해 드는 기분을 선물했다. 하루 반차를 내고 카페에 앉아 라테를 마셨는데, 베이글이든 스콘이든 어우러지는 커피 푸드가 없어도 전혀 허전하지 않았던 커피타임 친구. 디저트 같았던 책.


두 친구 역시, 회사 책상에 고스란히 올려두기에는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아이들. 허나 숨어서 볼 때가 재밌는 법이지요.


 반드시 같은 직업군이 아닐 지라도, "아, 이런 길도 있겠군", "이거 한번 이렇게 응용해 봐도 괜찮겠네" 등등. 새로운 생각의 물꼬를 트는 데 좋았다. 엉성했던 회로들이 비로소 정렬되는 느낌이었달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과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결국엔 (퇴사 스토리 속에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을지라도) 주어진 업계와 몇 가지 단서들에 견주어 기어코 주인공을 찾아냈고 당장 그들의 SNS에서 영감을 이어가고자 했던 것은 안 비밀. 개인적으로는 러시아어에 능통했던 S 씨의 이야기를 담아낸 여섯 번째 챕터의 스토리가 가장 가슴 가까이 와 닿았다. '발길 닿는 대로 보고 느끼는 시간'. 바로 그 앞에 담긴 다섯 번째 스토리 '버킷리스트의 몇 가지라도 실천해보는 시간' 역시 새기고 싶은 구절이 많아 몇 번을 핸드폰으로 찍어 내내 꺼내보았음을! 몇 문장 소개해 본다.


명쾌하다. 수많은 변수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금 내가 해야할 것은 일단 '움직이는 것'


세계 쩍 지성으로 꼽히는 레베카 솔닛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행동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이다.'

크게 보면 삶의 태도에 관해
이만한 현답이 없을 것 같다.
(P.114.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5) 꼭 한국에서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레이첼 백 지음 / 원더박스)


환하게 웃고 있는 멘토의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갔다. 꼭 한국을 떠나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길들여진 반복에서 뭔가 '탁'치는 파열음을 꿈꾸려면 뭐라도 좋으니 방향성 있누 움직임이 있어야 했다. 그러려면 이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네! '꼭 한국에서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표지에도 쓰여있듯이, 해외취업의 여신 언니, 레이첼이 들려주는 나를 위한 일을 찾는 법은 대단히 따뜻한 온도로 군데군데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조언을 더한다.


떠날 준비! 그 매력에 이끌려 3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기다림 속에 단숨에 뚝딱 읽어 버린 책.

꼭 해외 취업을 고수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상황에 반전을 꾀하려는 자들, 그러나 용기와 도전에 대한 열의가 빵빵하게 차오르지 못한 차들에게 감히 당당해져도 된다고 자신 있게 권한다. 책을 사들고 서성이다가 엄마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까지 단숨에 모두 읽어버렸다. 레이첼 백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실제로도 꼼꼼하고 세밀한 멘토링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 해외에서의 취업까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새로움을 향해 전진하는 데 있어 선명한 도움이 되었다. 저자가 겪어왔던 에피소드들을 곱씹어 읽으며 미국에서의 생활에서 앞으로 펼쳐지게 될 일들을 유사하게 상상했고 준비했다. 이 글을 읽고 따뜻한 멘토링이 그리울 당신이라면. 그리고 꼭 한국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레이첼 백 작가님의 블로그는 여기  http://blog.naver.com/amygirl1



(6)  나는 해외에서 먹고 산다

     (서주형. 서대규 외 지음 / 봄빛서원)


앞서 소개한 책과 같이 '해외 취업'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대신 한 저자가 아니라 네 번째 책과 유사하게 열 명의 작가로부터 열 가지 해외취업의 사례가 등장. 미국, 호주는 물론이고 스웨덴, 이탈리아 해외 각국에서 일을 얻어낸 청년들의 성공담이다. 이런 멋진 사람들! 읽는 내내 부럽다는 생각이 든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자극이 팍팍되는 책. 콕 집어 그 나라에 가고자 하는 사람이 취업에 대해 궁금하다면 '콕' 집어 그 저자의 글을 읽으면 아마 200% 도움되지 않을까.


어쩜 세상에는 이렇게 멋지게 부딪치는 사람이 많을까. 그곳이 어디든 뻗어나갈 수 있는 뻔뻔함과 패기.


콕 집어 특정 어떤 나라에서 취업하고자 하는 목적이 없었음에도 매력적인 책. 그들의 자신감 넘치는 경험담만으로도 차오르는 에너지가 탄탄해서 기분 좋아짐. 때론 그냥 마구 부딪치기도 하고 섬세한 전략을 짜기도 해서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그려간 청년들이 궁금하다면 선택 권장.


(7) 7막 7장, 그리고 그 후

    (홍정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유학 꿈나무들의 필독서라고 지칭한다면 정확할까. 늦깎이 유학희망자도 아주 뒤늦게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나는 뒤늦게 이 책을 접한 셈이다. 꼭 퇴사라는 결정을 해야만 하는 시기에 접어들지 않았어도 진작에 '유학'이라는 단어를 부여잡고 공부를 해온 꿈나무들에게 이미 충분한 자극제를 수없이 되어왔을 법한 책. 토플 공부를 한창 할 때 유학파였던 한 리스닝 담당 선생님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 책 읽고 중학교 때 미국 보내달라고 졸랐고 결국엔 떠났다고! 내 인생 속에 해외에서의 공부와 그로 인해 펼쳐질 꿈들이 자리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기에, 이 책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이제야 읽어보았다. 늦깎이 유학생의 최후가 아니던가. 아, 어쩌면 새로운 세상을 향해 팔을 뻗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음에도 딱히 '내 팔자가 어디 그렇게 흘러가 줄까!'와 같은 다소 기운 빠지는 마음으로 오히려 나도 모르는 새 이 책 멀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읽으면 나도 나아가고 싶어 질 테니. 마음속 욕망은 잠재우려 애써도 결국엔 끓어오르는 법.


매일 마주했던 풍경이 아닌 공간으로, 낯선 지대에 과감히 다가가기


(8)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미스코리아 금나나 지음 / 김영사)


(9)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가수 이소은 지음/ 삼성출판사)


(좌) 미스코리아 금나나의 하버드 스토리  (우) 가수 이소은의 노스웨스턴 로스쿨 스토리


왠지 두 권의 책은 나란히 묶어 소개해야 할 것만 같다. 셀럽이 풀어간 유학 이야기. 퇴사와 유학 결심 전에도 재밌게 읽었지만 새로운 결정을 토대로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나서 또 한 번 꼼꼼히 읽었던 두 권의 책. 각각 미스코리아 금나나의 하버드 유학 스토리, 가수 이소은의 미국 로스쿨 진학기가 담겼다. 좋아라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무언가를 쥐었는지, 그 궤적을 따라가 보는 건 늘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나 이토록 공부에 애착이 강한 사람들의 모습은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스럽기까지. 이토록 치밀하게 노력하고 땀 흘릴 수 있는 사람들이 좋다. 힘 빠지고 자신감 바닥일 때 왠지 읽으면 내 기운마저 덩달아 살아나도록 심폐 소생해 줄 것 같은 두 권.


Just do it,
and keep doing it.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으니까.  
(p.62.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10) 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

       (서현진 아나운서 지음 / 글담 )


처음에는 좋아라하는 아나운서 선배님의 책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반갑게 읽었지만 자꾸자꾸 읽다보니 점차 유학준비생의 지침서 같은 느낌으로 한 자, 한 자.


열 권 중에서 가장 자주 꺼내보고, 읽고 또 읽었던 이 책. 지금껏 소개한 열 권 중 보스턴에 한 권만 가져가야 한다고 누군가가 제한을 뒀다면 나는 이 책을 택했을 것임을 밝혀둔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나는 열 권 다 가져왔다. 나의 움직임을 이끈 중대한 공을 세운 자들이므로 같이 동행해야지. 그렇고 말고. 2013년 봄 출간 당시 재밌게 읽었는데 실제로 유학 준비를 해오면서도 수개월 동안 위안이 되어왔던 책. 처음에 읽을 때는 좋아라 하는 '아나운서 선배님'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신가에 초점을 맞춰 읽어 내려갔지만, 유학 준비를 시작하면서는 또 다른 시선으로 책을 살펴나갔다. 토플시험을 보고 와서 나와 비슷했던 저자의 경험담을 다시 한번 읽어내고, 미국으로 떠나갔을 때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에 나를 대입시켜보며 미국에 있을 나를 무한 상상했다.


결국에는 원하는 점을 향한 에너지가 굴곡진 형태로든, 쭉 뻗은 직선의 모양새로든 소멸되지 않고 돌아오더라.


실제로 200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모 아카데미의 특강 자리에서 아나운서 선배님인 저자를 만나 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에너지가 쉬이 잊히질 않는다. 군살 하나 없던 몸매에서 일상 하나하나 게을리하지 않으려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느껴졌고, 영어공부와 운동에 빠져 살고 있다고 담담히 밝히며 특강을 마친 뒤 바쁜 일상 속으로 다시 총총 돌아가는 모습이 다부지고 옹골차 보였다. 한 마디로 선배님, 작가님이기 전에 그냥 진짜 '멋있는 언니'. 책이 발간되었을 때로부터 지금까지 아주 큰 화제를 몰고 오진 않았다 할 지라도 나는 귀한 지점들을 보물처럼 안고 읽고 또 읽었다. 실제로 책 안 곳곳에 좌우명 삼고 싶을 만한 좋은 구절들이 많아서 군데군데 캡처해 자극이 필요할 때마다 자주 꺼내본다. 멋있는 언니로부터 쿨한 조언을 얻고 싶은 서른 살 남짓의 어른들이라면 거침없이 픽!


"너의 안전지대를 벗어나라"


나의 안전지대에서 일단 벗어나 봐야
내 앞에 펼쳐진 길들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이것저것 머리로만 재지 말고
우선 떠나고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떠나지 않으면 인생에
어떤 놀라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Leave your comfort zone
(서현진, 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



새로운 하늘을 내다 볼 준비
날개를 달고 저 멀리 폴짝. 나도 여러분도 뛰어들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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