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기다렸던 것은

하와이 빅아일랜드 블랙샌드 비치에서

by ENOCH 박두일

용암은 절대 미안하다는 법이 없다.

그건 마치 피난민의 마지막 짐꾸러기를 뺏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의 꿈과 소망을 먹고 자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이 찐다.


주변 사람들은 멀리 떠밀려 갔다.

이제는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고향이 어디였는지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용암은 외롭지 않았다.

자신의 덩치가 커졌다는 사실에 만족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바다가 나타났다.

한마디 말도 없이, 마치 도서관 사서처럼 조용하게 다가와

이 붉은 구렁텅이를 부드럽게 안았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바다는 말해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를 보며

희생된 자들의 눈물이라 수군거렸다.

하지만 바다는 그것이 사실은

난폭했던 자가 생애 처음으로 흘리는 눈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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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것이 식었고,

몸은 숯처럼 굳어졌으며,

주변은 언제나 그렇듯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생각한다.

모든 걸 끝내고 나면

남는 것은 언제나 파도 소리뿐이라는 걸.

바다는 이제 완전히 변한 용암 위에

하얀 별들을 뿌려 놓는다.

만약 밤하늘의 별을 셀 수 있다면

그 생각들도 세어볼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이제 남은 자가 된 검은 돌을 쓰다듬으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 훗날 거북이들이 너를 찾아올 거야.”

“언젠가 사람들의 맨발이 너를 간질일 거야.”

“너는 정말 근사한 검은 진주가 될 거야.”

용암은 물론 바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바다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편안했으며,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파도는 여전히 들락날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