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가시덤불 너머에서
불타지 않는 잎을 배경으로 말씀하셨다면
그건 신비로웠겠지.
하지만 장미꽃의 향기 속에서
속삭이듯 말씀하셔도—
정말 다른 걸까?
밤하늘의 별 사이로
그분이 나를 내려다보신다면
고개를 들고 감탄할 테지만,
지하철 입구, 담요를 두른 노숙자의 눈빛을 통해
그분을 본다면
그건 덜 경이로운 일일까?
당나귀를 통해 꾸중하시든
양심을 바늘로 툭툭 찌르시든
결국은 같은 뜻 아닌가?
다니엘에게 이상을 주셨을 때
그건 웅장했겠지만
손에 쥐어진 다니엘서를 통해
뭔가 깨달을 때도
그분은 같은 분 아니신가?
네 가슴이 아팠던
그해 겨울을 기억하니?
그분이 손으로 직접 쓰다듬으셨든지
아니면 봄바람으로 어루만지듯 지나가셨든지
위로 받은 것은 같은 거지.
하늘에서 만나를 내리시든
장터에서 만두국을 한 그릇 사 먹게 하시든
어차피 네 배는 채워졌어.
고래의 뱃속이나
죽음의 어두운 골짜기나—
캄캄하긴 마찬가지이고.
그분이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리게 하셨든
스스로 그 자리에 오르셨든,
네가 받은 은혜는 다르지 않다.
그리고 지금,
그분이 네 앞에 서 계시든,
네가 죄인 중 괴수임을 깨달았든
그게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