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이 던진 첫 공을 받아내던 존재들

Baptizing the devil을 읽고 5

by ENOCH 박두일

오랫동안 나는 우리가 홈 플레이트쯤에 있다고 믿었다. 심판 바로 앞, 첫 타석. 게임의 중심. 신의 손이 던진 첫 공을 정통으로 받아내던 존재들.


그랬다— 나의 조부모도, 그들의 조부모도, 교회 강단 위의 목사님도, 천문학 선생님도, 그리고 옛 과학 교과서도 의심 없이 외쳤다.
“우리는 중심이다. 하나님의 목적이다.”


그런데 하루는 구부정한 노인 하나가 나타나 망원경을 들이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들은 중심이 아닙니다.”

그 말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고, 성경도 다시 펼쳐보았고, 잠깐 구글도 검색했다.

그 노인의 말은 이랬다. 우리는 관중석조차 아니고, 주차장 맨 끝 구석의 쓰레기통 옆,
그마저도 쓰레기 통에도 못들어간 구겨진 과자 봉지쯤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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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갈릴레오.

사람들은 그를 과학자라 부르지만 나는 이설을 퍼뜨리는 막간 노인이라 부르고 싶다.

나는 지금도 성냥 한 갑을 책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혹시 그의 책을 다시 만나면, 장작불 옆에서 조용히 펼쳐 읽고, 끝나면 불쏘시개로 쓸 생각이다. 단, 아주 중심에서 딱 한 발짝 떨어진 안전한 거리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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