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by ENOCH 박두일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술관, 작은 방에 들어섰다. 너무 어두워 안내원이 팔을 내주었고, 나는 그의 팔목 즈음을 부드럽게 감싸며 따라갔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의자 같은 곳에 더듬어 앉았을 때, 맞은편 벽에 어렴풋한 빛 하나가
피어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
나는 등을 펴고 안도의 숨을 내쉰 채 기대에 찬 눈으로 그 빛을 바라보았다.


몇 분쯤 지났을까, 빛은 천천히 아래로 흘렀고 방 한가운데 즈음에 멈춰 작은 선반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 아래는 여전히 볼 수 없었다.


ChatGPT Image May 26, 2025, 04_16_43 PM.png


그때 또 한 사람이 들어왔고, 나처럼 안내자의 팔을 잡은 채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혀졌다.

나는 조금 놀랐다. 이제는 제법 밝은데, 저 사람은 왜 저 의자를 못 본단 말인가?


나는 다시 내 앞의 벽으로 눈길을 돌렸다. 빛은 조금 더 밝아졌고 벽의 문양들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바닥과 맞닿는 테두리까지 비추고 있었다.

이 방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

잠시 후, 아까 들어온 남자가 새로 입장하는 한 사람과 안내원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시선을 의식한 그는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우리는 눈인사를 했다.

작가의 이전글구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