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긴 하지만 '참'은 아닌 것들 사이에서

by ENOCH 박두일
ChatGPT Image May 29, 2025, 12_47_17 PM.png


그 옛날 우리는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저명한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아침이면 태양이 우리를 찾아왔고

밤이면 별들이 따라왔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들이 옳음을 증명했다.

그들의 가르침을 따라

뱃사람들은 대서양을 횡단했고

수학자들은 원을 그었고(요즘 사람들은 결코 생각해낼 수 없는)

농부들은 곡식을 심고 거뒀다.

모든 것이 그 이론과 조화스럽게 흘러갔다.


얼마나 우스운가.

잘 흘러가던 모든 것들이 거짓 이론 아래 있었다니-

지구는 돌고 있었고

중심은 우리가 아니었다.


ChatGPT Image May 29, 2025, 11_32_42 AM.png


사무실 벽에 쓰인, “좋은 이론이 되기 위해 참일 필요는 없다”는 말을 읽고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탁’ 내려놓았다.

손을 뒷머리에 포개며 등을 젖혔다.


사랑도 그렇지 않던가—

진짜가 아니였는데,

우리는 하루라도 떨어져 지낼 수 없었지

믿음도 그렇지 않던가—

신앙이 가짜였지만,

가정은 회복되었고 내 건강이 회복되었지.

작가의 이전글SUN GOLD(방울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