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3월은 설렘, 두근거림 그렇지만 엄마는 두려워
엄마는 요즘 너무 바빠. 늘 바쁘다고 하지만 진짜 요즘은 너무 바빠. 어제는 매일 점심 챙겨주는 시간을 잊고, 너희들끼리 있는데도 전화 한 통 하지 못한 채 보낸 하루였어. 그래도 집에 돌아와 보니 너는 대견하게 괴상한 창작요리를 해서 타버린 모닝빵전을 프라이팬 위에 올려두었더라. 그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리는 접시 위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둘이서 먹어치웠더라고. 정리까지 완벽했으면 아주 좋을 뻔 했는데 그래도 아침에 참치마요를 해먹은 여러 흔적을 엄마는 느낄 수 있었어. 지원이는 3월을 아주 기다리고 있지만 사실 엄마는 3월이 너무 두려워. 얼른 학교에 가서 새로운 반 친구들도 만나고 2월에 신청한 숲놀이 학교에 가고 싶어서 들뜬 마음으로 어젯밤 이 글을 불러주었지. 봄이 오는 것도 좋고, 꽃이 피는 것도 좋고, 날이 따뜻해지는 것도 너무 반갑지만 선생님들은 새학기에 새학년의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고충을 이겨내야 해. 엄마는 요즘 계획서에 찌들어있어. 물론 없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즐거움도 간혹 있었어. 하지만 한 장의 계획서가 나오기 위해선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하고, 의논을 해야 하고 신경을 쓸 게 너무 많아. 새학기 수업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제는 아마 실시간 원격으로 할 거거든. 그런데 너는 알려나 모르겠는데 세계사로 잔뜩 채워져 있는 교과서를 누나, 형아들이랑 어떻게 하면 재밌고 쉽게 배울 수 있을까? 머리가 아파. 새로 오신 선생님들과 새로 만나는 학생들, 낯설고 새로운 것은 늘 한편에 두려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 이틀 연속 근무 시간을 넘기고 퇴근을 했어. 그러고 보면 엄마가 일을 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하루를 촘촘히 살았음에도 빈 틈이 많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오늘도 못해낸 것이 아쉬워. 퇴근하면서 도서관에서 마법천자문 빌려오는 것을 오늘도 깜빡하고 말았어. 여섯 시가 넘었으니 부분 단축 운영에 따라 오늘 다시 가 보아도 아마 도서관에는 어둠이 내리고 문은 닫혀 있겠지? 브런치에 글을 매일 쓰기로 했는데, 그것도 이렇게 밀려서 지원이가 미루지 않고 써 둔 글들을 다 올리지 못했네. 미안해.
어제 읽고 있던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찾으라는 비밀을 얻었어,
바쁨은 존재의 확인이자 공허함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노트에 일정이 꽉 차 있는 사람의 삶은 어리석거나 하찮거나 무의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스트레스 넘치는 생활은 우리 삶의 가운데에 위치한 ‘두려움’을 가리기 위함인 듯하다. 하루 종일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이메일에 답하고 영화도 보면서 도저히 한 눈 팔 틈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다가 잠자리에 들면, 낮에는 성공적으로 막아두었던 평소의 걱정거리와 질문이 밤에 불을 끄는 순간 옷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처럼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도 지금 당장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다급한 일들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누군가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 무위는 단순히 휴가나 탐닉, 나쁜 것이 아니다. 비타민D가 우리 몸에 그런 것처럼 무위는 우리의 뇌에 꼭 필요하다. 인생은 바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오늘 취사량의 아메리카노 투샷 2잔과 맥심 1잔의 커피를 마신 엄마는 다시 이렇게 다짐을 해.
1. 오늘의 만보를 채운다.
2. 오늘의 글을 쓴다.
3. 오늘의 책을 읽는다.
4. 오늘의 헬스장에 안부 인사를 하러 간다.
5. 내일은 기필코 일찍 일어난다.
6. 해야 할 일들을 내일 꼭 끝낸다. (자료 제출일 준수)
그래서 금요일에는 반드시, 꼭 기필코 지원이와 윤서가 제대로 누리지 못한 방학을 함께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우리 주말과 연휴에는 새학년 새학기를 맞을 준비를 서로 열심히 하자. 아마 엄마 학교에도 너처럼 이렇게 학교에 오고 싶은 누나랑 형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수업 열심히 준비해야지. 너도 열심히 개학일 준비해 온 2학년 담임선생님의 첫 수업을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하렴.
윤서가 지난 주말에 알아보기 힘들게 발행한 만 원짜리 화폐 두 장과 함께 써 준 예쁜 말이야. 잘 보고 꼭 기억해
너는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어.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