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합격. 게다가 장학금까지.
하지만 나는 경제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경제가 너무 재밌었다.
세상의 흐름이 경제 이론으로 설명된다는 게 신기했고, 가르치는 것도 즐거웠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반응이 좋았고, 금방 입소문이 날 정도로 내 수업을 좋아해 주었다.
누군가에게 경제를 설명해 주는 시간이 순수하게 즐거웠다.
"아, 이게 나한테 맞는 길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하지만 그 확신은 오래가지 않았다.
국제학교에서 공부했던 나는 무심코 지원했던 해외 의대에 합격했다.
세계 10위.
그들이 원하던 성적이었는지 장학금까지 따라왔다.
나는 흔들렸다.
"원하던 대로 경제를 해야 할까? 의대를 가야 할까?"
사람들은 답을 정해놓은 듯 말했다.
"당연히 의대지. 안정적이고 확실한 길이잖아."
부모님 세대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신뢰받고, 보장된 미래가 있는 삶의 정답과 같았다.
갭이어를 하면서 고민했다.
경제는 나를 설레게 했지만,
의대는 ‘안정적인 길’이었다.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길,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을 길.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그래서 무작정 의예과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지루한 한 달을 보냈다.
마음이 착잡해져만 갔고,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때, 엄마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
나는 말을 잃었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를 말했지만,
엄마는 달랐다.
엄마는 내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밤마다 대화를 나눴다.
"의대를 가고 싶은 이유가 뭐야?"
"경제는 왜 하고 싶어?"
"이 길을 선택하면,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엄마는 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내가 나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계속 질문을 던졌다.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대화가 쌓일수록 나는 점점 선명해졌다.
나는 의대를 가려했던 게 아니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남들이 인정하는 길을 따르려 했을 뿐이었다.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열망이 있었던 게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었을 뿐이었다.
반면 경제는 나를 살아있게 했다.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순간이 행복했고,
수업 중에도, 공부 중에도, 나는 진심으로 즐거웠다.
이 길을 선택하면,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경제를 선택했다.
그 선택이 후회로 남을까 봐 걱정하는 나에게, 엄마는 힌트를 주셨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하고 싶던 공부를 하니
끊임없이 새로운 꿈이 생긴다.
엄마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단순한 선택의 방법이 아니었다.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순간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엄마에게 배운 그 질문들을 내 안에 품고 있으니까.
이제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탄탄대로여도 숨찬다고 포기하면,
딱 거기까지인 인생일 것이고.
꼬불꼬불한 길이라 다리가 아파도 이겨내고 나아갈,
가슴 깊이 자리한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나는 항상 승자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