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맛보기

노인들의 산행 (3)

by 김승찬

1. 프롤로그

TMB로 널리 알려진 투어뒤몽블랑 (Tour du Mont Blanc) 은 가장 가까운 번역이 몽블랑 둘레길이라 생각된다. 기록에 의하면, 자연을 이해하려는 과학적인 이유던지, 아니면 자연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에서든, 많은 유럽인들이 18세기부터, 대략 10 내지 12 일 동안 길이 170 여 킬로미터, 누적 고도가 1 만 미터를 넘는 TMB에 참여했다 한다. 가히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킹 코스라 말할 수 있겠다. 우리 부부도 오랫동안 TMB의 환상 속에 살아왔다. 코비드-19 팬데믹이 끝났다고 여겨질 무렵, 우리는 2022년 여름으로 TMB 날짜를 잡았다. 일찌감치 예약을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셀프가이드 하이킹 (self-guided walk) 패키지를 제공하는 회사들 중 하나인 'The Natural Adventure’와 2021 년 12 월에 계약했다. 회사는 숙소를 정해주고, 숙소 사이에 짐 운반을 해주며, 트레일 안내를 제공한다 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TMB 바이블로 알려진 시세론 (Cicerone) 가이드북도 읽고 체력단련도 하며 겨울을 보냈다.


새해를 맞이해 청천하늘의 날벼락으로 1 월 6 일 아버지 부음을 받아 들었다. 97세를 한 달 남겨 놓으신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1 주일 전에도 밖에 나가 걸으실 만큼 건강하셨다. 숨이 가쁘시다고 하시며 병원에 다녀오시겠다고 통화한 지 3 일만에 돌아가셨다니 정말 믿기질 않았다. 아직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코비드 검사를 비행기 타기 전 또 인천공항 도착 후에도 해야 했다. 그나마 65 세 이상인 사람이 부모상을 당하면 일주일 동안 격리가 면제된다 하여, 황급히 영사관을 통해 서류를 해서 비행기에 올랐지만, 결국 발인에 댈 수는 없었다. 동생들에게 부모님 맡겨 놓고 40 년 이상을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불효를 저질렀으니 황망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늬만 장남인지라 어머니와 동생들이 수습하는 걸 쳐다만 보다가 미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은퇴하고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여행도 함께하려던 그동안의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안면마비 증세가 왔다. 신경과 의사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며 안정을 취하는 수밖에 없다 하였다. 다행히 2-3 주 만에 마비증세는 없어졌다. 이래저래 더 이상 은퇴를 늦출 이유가 없어졌다 싶었다. 해서 은퇴를 7 월로 당기기로 했다. 아내도 봄 학기 강의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TMB 하이킹은 일단 회사에 위약금을 물고 여행계획은 취소하기로 했다. 이럭저럭 정리하고 2023 년은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며 보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도 그해를 넘기시지 못하고 9 월에 영면하셨다.


결국 12 월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은퇴 생활이 시작되었고 TMB는 다시 우리의 꿈속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만난 친구 부부도 몽블랑여행에 동행하고 싶다 하여 다시 계획을 꾸며야 했다. 일단 이 나이에 무리하면 안 되겠다 싶어, TMB는 포기하고 대표적인 몇 구간만 걸어보기로 하였다. 이 나이에 몽블랑을 느낄 수 있는 것 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우리는 스키리프트와 기차 버스등 공공 교통을 최대한 이용하며 하이킹을 하기로 정했다. 다시 The Natural Adventure와 연결되어 샤모니 (Chamonix) 프랑스와 쿠마이어 (Courmayeur) 이탈리아 두 군데를 베이스로 하고 가까운 트레일들을 걷는 것을 알아보았다. 여행은 2024 년 8 월 6 일부터 15 일 까지 9 박 10 일로 정했다.


2. 여행의 시작 ( 8 월 6 일)


거의 24 시간 걸려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그다지 크지도 않고 번잡하지도 않았다. 공항에서 거의 매시간 있는 샤모니 행 버스에 짐과 몸을 실었다. 긴 여행의 피로함 때문인지 1 시간 이상 달리는 버스에 앉자마자 우리 둘 다 잠이 들어버렸다. 정신없이 자다가 얼핏 눈을 뜨니 파란 하늘과 눈 덮인 산이 눈부시게 들어왔다. 아 몽블랑! 옆에서 역시 정신없이 자고 있는 아내를 흔들어 깨웠다. 아내도 신경질 부릴 틈도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샤모니에 가까이온 버스에서 눈부시게 맞아주는 몽블랑 전경


버스에서 내려 짐을 끌고 십여분 걸어 샤모니 시내로 들어갔다. 앞으로 다섯 밤을 잘 숙소인 라크로아 블랑쉬 (La Croix Blanche)의 말뜻대로 하얀 십자가를 둘러싼 호텔 이름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짐을 풀고 조금 쉬고 있으니 한국에서 떠난 친구 부부도 도착했다. 한숨 돌리고 다 같이 시내 구경을 나섰다. 일단 다음날부터 사용할 몽블랑 패스를 사야 했기에 에귀디미디 (Aiguille du Midi) 케이블카 스테이션으로 갔다. 이 패스로는 이 지역 스키리프트, 케이블카와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65 세 이상은 시니어 할인 이라니 올타구나 싶었다. 우리는 4 일짜리 멀티패스를 끊었다. 이어서 길도 익힐 겸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시내 한 복판에 눈에 띄는 동상이 있었다. 처음 몽블랑 등반을 하였다는 호레스 베네딕트 드소수어 (Horace Benedict de Saussure)와 손가락으로 몽블랑을 가리키고 있는 가이드 쟉 발마 (Jacques Balmat)였다. 이 등반은 19 세기 유럽을 지배하던 낭만주의의 영향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몽블랑에 오르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한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아브 (Arve) 강을 따라 양쪽으로 상가며 집들이 펼쳐져 있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몽블랑이었다. 하늘까지 푸르니 그야말로 우리의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처음 몽블랑 등반을 하였다는 호레스 베네딕트 드소수어 (Horace Benedict de Saussure)와 몽블랑을 가리키고 있는 가이드 쟉 발마 (Jacques Balmat) 동상


아브강을 따라 뻗어있는 샤모니 시내. 머리 위로 몽블랑이 보인다.


3. 락블랑 (Lac Blanc) - 8 월 7 일


아침에 창문을 여니 차가운 신선한 공기가 반겨주었다. 전날보다는 구름이 많이 보이는 하늘이었다.

샤모니의 아침. 남쪽하늘에 구름이 끼어있다.


우리는 아브 강을 따라 샤모니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 걸어 해발 1060 미터에 있는 레프라즈 (Les Praz)에 도착한 뒤, 여기서부터 해발 1894 미터인 라플레제 (La Flegere)까지 케이블카를 탄다음, 다시 스키리프트로 갈아타고 해발 2400 미터에 있는 인덱스 (Index)에 다달았다. 남쪽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몽블랑 산맥을 망라하는 장관을 펼쳤다.

아브골짜기 북쪽에 있는 인덱스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장대한 몽블랑 산맥이 펼쳐진다.


여기부터 동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산비탈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얼음들이 군데군데 있어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여기저기 염소와 양들이 얼마 나지 않은 풀을 뜯고 있었다. 가끔가다 트레일을 양 떼들이 차지하고 있어 비켜나야 하기도 했다.

녹지 않은 눈가 풀밭 가까이 있는 염소


트레일을 막아선 양 떼


이렇게 두어 시간 걷다 보니 우리의 목적지인 락블랑이 나타났다. 락블랑은 두 개의 호수가 남북으로 연결되어 있다. 북쪽 호수 뒤로는 바위산 아래로 녹지 않은 얼음들이 흩어져 있고, 남쪽으로는 산장이, 그리고 건너편 몽블랑 산맥 사이로는 빙하의 바다 메르드글라스 (Mer de Glace)가 보였다. 예전에는 산 밑자락까지 있었다던 빙하는 이제 그 끝이 거의 산속으로 들어가 있어 기후변화의 거대한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락블랑 북쪽 호수 뒤로 군데군데 녹지 않은 얼음들이 보였다.

락블랑 남쪽으로는 산장이 보이고 건너 메르드글라스 빙하가 보인다


서서히 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기에, 우리는 다시 라플레제로 걸어가, 케이블카 스테이션에 붙어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비가 개어서, 우리는 다시 인덱스로 가서, 조금 걷다가 케이블카로 라프라즈를 통해 걸어서 샤모니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하러 나가니 이번에는 몽블랑이 석양을 받아 또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녁은 시내 한 복판에 있는 이 동네에서 오래된 식당인 르몬슈 (Le Monchu)로 갔다. 산간지방의 목동들이 반달처럼 잘라진 치즈를 숯불 가까이 놓아서 녹아 흘러내리는 치즈룰 받아 빵 위에 놓고 먹는 이 동네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라클레 (Raclette)를 맛보았다.

샤모니 마을뒤로 보이는 석양에 물든 몽블랑


4. 르브레방 (Le Brevent) - 8 월 8 일


호텔을 출발해 해발 1035 미터 스테이션에서부터 2000 미터에 있는 플란프라즈 (Planpraz)까지 케이블카를 탔다. 플란프라즈에는 파라글라이드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도 잠깐 멈추어 서서 파라글라이드 출발부터 활강까지 지켜보니 절로 흥이 나는 것 같았다. 언제고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부터 약 5 킬로미터 걸어 500 미터를 올라가야 르브레방에 도달한다고 쓰여 있었다. 시세론 가이드북에 의하면 약 3 시간으로 되어 있었다. 호기 있게 길을 떠났다. 가면서 잠깐 눈 돌릴 때마다 눈앞에는 몽블랑의 장관이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몽블랑이 같은 눈높이에 들어왔고 그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표지판에도 브레방이 한 시간도 남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길이 험난해졌다. 군데군데 얼음 위도 걸어야 했고 심한 경사의 바윗길로도 가야 했다.

라프라즈를 내려다보며 펼쳐진 몽블랑을 본다.


눈높이의 몽블랑

브레방까지 45 분이라 표시되어 있다

가파른 바윗길

브레방 가는 길


한 시간 넘게 걸어 드디어 브레방에 도착했다. 남쪽을 바라보니 몽블랑으로부터 마치 손가락 같이 뻗어있는 빙하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세시대 사람들이 이것을 드래건의 발가락 뻗은 것이라 여겼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하이킹 뒤에 브레방 산장에서, 나무판 위에 늘어뜨린 가공육과 치즈로 이루어진 샤퀴테리 (charcuterie)와 함께 마시는 맥주는, 그야말로 노고를 치하하는 큰 상을 받는 것 같았다. 오후에는 케이블카로 라프라즈를 거쳐 샤모니로 돌아왔다.

브레방에서 바라보는 몽블랑. 손가락같이 뻗어나간 빙하들이 보인다.


5. 에귀 뒤미디 (Aiguille du Midi) - 8 월 9 일


에귀디미디는 한낮에 남쪽 태양을 가리키는 바늘처럼 생긴 뾰족한 봉우리에서 온 이름이라 한다. 몽블랑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려보는 관광 명소라고도 한다. 해발 3777 미터인 정상 스테이션에 가려면 케이블카를 일단 해발 2317 미터 플란들레귀 (Plan de l'Aiguille)까지 한번 타고 거기서 다시 갈아타고 정상까지 가야 한다. 이 두 번째 케이블카는 중간에 버텨주는 기둥 없이 양끝 기둥 둘 만으로 지탱된다 한다. 가히 대단한 엔지니어링이라 하겠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인지라 올라가는 케이블카 시간을 예약해야 했다. 우리는 인파를 피해 아침 시간으로 정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케이블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나마 관광인파를 피한 셈이었다. 올라가는 동안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면서 주위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모습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테라스에 도착했다. 바깥으로 나와 주위를 살펴보니 빙하로 덮인 몽블랑 모습에 절로 가슴이 뛰었다.

에귀디미디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몽블랑 정상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에귀디미디 정상에 도착하니 보이드로 알려진 유리상자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기다란 줄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도 반시간 족히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다. 바깥에는 에귀디미디 정상을 알리는 3842 미터 표지판이 있었다.

에귀디미디 보이드에서 사진을 찍으며

에귀디미디 표지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3700 미터 정도에 있는 바깥으로 통하는 '파이프' 끝에 가니 빙하 위를 걸으려는 그룹들이 장비들을 챙기며 준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여기서 '파노라믹 몽블랑'을 타기로 했다. 이는 케이블카를 타고 빙하 위를 떠다니며 해발 3778 미터 프랑스 에귀디미디에서 해발 3466 미터 이탈리아 포인트 헬브로너 (Poiinte Helbronner)까지 5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것이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정신없이 바깥을 내다보았다. 가까이서 보는 빙하는 세월의 주름처럼 아니면 마치 나이테처럼 여러 골들이 쟁기질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디서 불어온 바람이 흐트러 놓은 핑크빛 모래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는 마치 사정없이 빨아드리려는 커다란 성난 괴물의 입처럼 벌어져 있기도 했다. 그런 빙하 위를 걷는 사람들이 숙박하려 쳐놓은 텐트도 보였다.

파노라믹 몽블랑 케이블카

빙하는 때로는 핑크빛 모래가 그 위에 흩어져 있는 것 같았다.

빙하의 크레바스는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빙하 위에 텐트 치고 숙박하는 사람들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바라보는 몽블랑은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이 사고를 많이 냈는지 커다란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온도는 낮은데 햇살은 따가우니 잔뜩 껴입은 옷 속으로 땀이 흘렀다. 식당에서 점심을 즐기고 다시 한 시간을 빙하 위를 떠서 프랑스 쪽으로 온 뒤에 케이블카로 중간 스테이션 플랑들레귀로 돌아왔다. 너무 날씨가 좋아 가까이 있는 트레일을 걸어 락블루까지 갔다. 자그마한 호수 위로 산그림자가 드리우느것이 느긋하게 쉬기에 좋은 곳이었다. 저녁 식사 후 숙소로 돌아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빙하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탈리아 헬브로너에서 바라본 몽블랑

헬브로너의 경고판

락블루에서 몽블랑을 바라보며


6. 메르드글라스 (Mer de Glace) - 8 월 10 일


빙하의 바다 메르드글라스는 프랑스에서는 가장 크고 알프스 전체에서는 스위스에 있는 알렛치 빙하 다음으로 크다 한다. 샤모니 몬텐베 (Montenvers)와 메르드글라스 사이는 톱니 (cogwheel) 기차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몬텐베에서 메르드글라스 사이는 걸어서 올라가고 돌아올 때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시작은 숲길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중간에 뷔베 데모테 (Buvette des Mottes)에서 스낵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그다음부터는 상당히 가파른 바윗길로 들어섰다. 때로는 밧줄을 잡으며 걷기도 했다. 이내 빙하가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눈에 들어왔다. 꼬리 감추듯 후퇴한 빙하의 끝이 확실히 보였다. 지구 온난화 때문 이리라. 그러다 출발한 지 한 세 시간 정도 되자 메르데글라스 기차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곤돌라를 타고 빙하에 파 놓은 동굴로 갔다. 많은 사람들 무리에 뒤섞여 이곳저곳 만들어 놓은 통로와 방들을 구경했다. 바깥에는 빙하를 타려는 사람들이 장비들을 걸친 채 빙하 쪽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점심도 먹고 주위를 걷기도 하며 오후를 보내다 기차를 타고 다시 샤모니로 돌아왔다.

뷔베 데모테에서 스낵 주문중

메르데글라스 빙하의 골짜기

빙하 동굴 입구

빙하동굴 안에서 바라본 입구

몬텐베와 메르데글라스 사이를 운행하는 톱니바퀴 기차


7. 쿠마이어 (Courmayeur) - 8 월 11 일

아침 식사 후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는 미리 예약해 놓은 밴에다 짐과 몸을 실었다. 밴은 몽블랑 터널도 지나며 거의 30 분을 달려 쿠마이어에 도착했다. 길이 11.6 킬로미터인 몽블랑 터널은 프랑스 샤모니와 이탈리아 쿠마이어를 연결하도록 알프스 몽블랑을 뚫고 건설되었다 한다. 거의 에귀디미디 바로 밑을 통과한다고 한다. 샤모니에 비해서 쿠마이어는 돌로 벽을 이룬 집들이 많았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마을 구경에 나섰다. 첫번째로 눈에 띄는 건물은 '산악 가이드 협회' (Societa delle Guide)라 써 있는 건물이었다. 건물 정면벽에는 유명한 산악인들 초상화와 부조들이 있었다. 이 협회는 150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며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오래된 협회라 한다. 건너편 교회 담장을 끼고는 쿠마이어 출신으로 유명한 두 가이드 쥬셒 페티가 (Giuseppe Petigax)와 에밀 레이 (Emile Rey)의 흉상들이 있었다. 마을을 돌다보니 역시 이탈리아다 싶은 음식문화가 이런 시골 작은 마을 구석에서도 느껴졌다. 점심은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포카치아 집으로 들어갔다. 샤모니 음식이 프랑스 시골을 나타내는 알파인 음식이라면 여기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재료 그 자체를 강조하는 음식을 보여준다 싶었다. 저녁 역시 이 동네 사람들로 붐비는 한국의 반찬가게 느낌을 주는 '가브리엘라의 파스타' (Pastificio Gabriella)에서 여러 샐러드를 사서 먹었다. 가게 바깥엔 '신선한 파스타' 라고 크게 써있었다.

산악 가이드 협회 회관

쿠마이어 산악 가이드 쥬셒 페티가 와 에밀 레이의 흉상

포카치아 식당

가브리엘라의 파스타집


8. 발 베니 (Val Veny) - 8 월 12 일


TMB 중에서 몽블랑을 바라보며 걷는 구간중 아마도 우리가 락블랑과 르브레방에서 잠깐 맛보았던 그란발콘 수드 (Grand Balcon Sud)를 프랑스 쪽의 진수라치면 발베니를 따라 몽블랑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이탈리아 쪽에서 유명한 두군데 구간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아침 일찍 쿠마이어에서 버스를 타고 라비세이 (La Visaille) 마을에 있는 샬레 미아지 (Chalet Miage)에서 내렸다. 미아지 빙하가 녹으며 흐르는 우유빛 물이 눈부시게 산그림자들을 드리우고 있었고 멀리 뾰족한 봉우리들이 보였다. 평평한 길을 따라 한 시간쯤 걸어 콤발 산장에 도착했다. 조금 쉬다가 개울을 건너 왼쪽으로 꺽어지며 한시간쯤 오르막길을 오르고, 여기서 부터는 계속된 내리막길로 들어 섰다. 발베니 건너편으로는 몽블랑이 아스라이 보였다. 거기서 내려오는 미아지 빙하도 보며 숨을 고루었다. 조금 더 걸으니 몽블랑에서 시작된 빙하들이 손가락 처럼 뻗어 있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프랑스 쪽에서 보던 에귀디미디에 상응하는 이탈리아쪽 에귀들이 뾰족한 봉우리들을 보이고 있기도 했다. 서너시간이 더 지나자 우리의 하이킹 목표인 메종비에이 산장 (Rifugio Maison Vielle)에 도착했다. 많은 하이커들과 함께 우리도 맥주 한잔 걸치며 쉬다가 돌론 (Dolonne) 곤돌라를 타고 쿠마이어로 돌아왔다. 피곤하면서도 보람찬 하루였다.

샬레 미아지에서 콤발 산장 가는길.


발베니로 흘러 들어오는 미아지 빙하


발베니 건너편으로 몽블랑에서 시작한 빙하들이 뻗어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작은 호수들


이탈리아쪽 에귀들


메종비에이 산장


9. 발 페레 (Val Ferret) - 8 월 13 일


발페레는 쿠마이어를 중심으로 발베니 반대편으로 뻗어 있는 계곡이다. 알프스 몽블랑 건너편 몬들라삭스 (Mont de la Saxe) 산기슭을 따라 걷는 하이킹도 또한 인기가 많은 TBM 구간중 하나이다. 쿠마이어 산판탈레온 성당 (해발 약 1200 미터) 에서 출발하여 30 여분 걸으면 민가가 끝나고 이때부터 상당히 길이 가파르게 된다. 여기서 발페레 건너편으로 봉긋하게 올라온 몬세티프 (Mont Chetif)를 바라보며 걷기를 두어시간 드디어 눈앞에 해발 1989 미터 베르토네 산장 (Rifugio Giorgio Bertone)이 눈에 들어왔다. 건너편 알프스에는 그란데 조라세 (Grandes Jorasses) 빙하가 펼쳐졌다.


몬세티프


베르토네 산장


그란데 조라세 빙하


여기 부터는 트레일의 경사 변화는 별로 없었다. 숲도 지나고, 개울도 건너고 절로 흥이 났다. 며칠전까지 외치던 '봉주르' 대신해 '부온주르노' 를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주고 받았다. 그러다 두어시간 더 걸으니 해발 2025 미터 보나티 산장 (Rifugio Bonatti) 환영 표시판이 나타났다. 여러 나라 말들 가운데 한글도 눈에 띄였다. 산장은 투숙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일전에 여기 예약은 거의 1 년 전에 해야한다고 쓴 것을 본 기억이 났다. 음료수 마시고 조금 쉬다가 거의 400 미터 정도 급한 경사로 내려와 버스정류장에 도착 하자마자 거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 30 분간 비 맞고 서 있다가 버스를 타고 쿠마이어로 돌아왔다. 또 한번 피곤해 질때 까지 신나게 보낸 하루였다.


가끔씩 나타난 그늘

개울 건너면서

보나티 산장 환영 간판

보나티 산장에서 바라보는 그란데조라세


10. 휴식 - 8 월 14 일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코인세탁소에 들려 빨래도 하고 짐 정리도 했다.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가서 팔루슈 (Palleusieux)에 내린다음 2-30 분 걸어 프레상디디어 (Pre-Saint-Didier)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마을에 유명한 온천후양소 프레상디디어 테르메 (Pre-Saint-Didier Terme)가 있다했다. 우리도 온천욕 즐기고 마침 비가 그쳤기에 정원으로 나가 야외 휴식처에서 푹 쉬며 하루를 보냈다.


프레상디디어 마을 입구

프레상디디어 시내

프레상디디어 테르메 온천

온천욕 후에 야외 휴식처로

야외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11. 에필로그


9 박 10 일의 일정을 마치는날, 마침 쿠마이어의 여름을 끝내는 행진이 있었다. 악대를 선두로 남자들은 산악 가이드의 복장으로 알프스 마을의 전통 복장을 한 여자들을 에스코트 하며 걸었다.

행진을 이끄는 악대

산악 가이드 행진의 선두

산악 가이드들이 여자들을 에스코트하고 있다


우리는 이어서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 부부를 배웅하고 나서, 개울 건너 자그마한 돌론 마을을 걸었다. 우리는 비록 TMB의 극히 일부만 보았지만 충분히 몽블랑을 즐겼다 생각하며 토리노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돌론 마을에서 바라보는 이탈리안 알프스

돌론 마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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