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한 바퀴

링로드와 골든서클

by 김승찬





1. 프롤로그


팬데믹 전의 마지막 장거리 여행은 아이슬란드였다. 오랫동안 벼르던 끝에 2019 년 5 월 17 일부터 열흘간 널리 알려진 링로드 (Ring Road)를 따라 아내와 함께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였다. 마지막 사흘은 딸도 함께 골든서클 (Golden Circle)을 돌기로 하였다. 링로드는 약 1322 킬로미터, 그리고 골든 서클은 약 250 킬로미터로 되어있어, 링로드는 대략 하루에 200 킬로미터 정도 운전하고 골든서클은 2 박 3 일 정도면 되리라 싶었다. 링로드는 시계 방향으로, 서부를 시작으로, 북부를 거쳐, 동부 그리고 남부 순서로 여행하기로 했다.


우리가 떠나는 휴스턴에서는 직항이 없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통하는 항공편을 이용했다. 비행기는 거의 자정이 되어서 레이캬비크 (Reykjavik) 케플라빅 (Keflavik)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바깥은 대낮처럼 환했다. 공항 바로 앞에 있는 오로라 (Aurora) 호텔에 체크인했다.


2. 서부 아이슬란드 - 5 월 18 일


대여섯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 아침 식사 후에 공항으로 걸어가 렌털 자동차를 받았다. 운전 시작하니 흘러온 용암 위에 모스가 덮인 황량해 보이는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캬비크 시내 쪽으로 40 킬로미터쯤 가서 코스트코에 들려 여행 중 먹을 과일과 스낵들을 샀다. 여기서부터 한 시간 넘게 77.5 킬로미터를 달려 보가네스 (Borganes)에 도착했다. 가파른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는 배경을 뒤로 자그마한 마을이 갯벌 건너 산들을 바라보며 펼쳐 있었다. 마을 앞 언덕 위에는 바이킹 사가 (saga) 조각이 있었다. 사가는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라 보면 되겠다. 브라킨 (Brakin)이라 불리는데 이는 바이킹 영웅 중 하나인 에길 (Egil)의 유모 브랔이 에길을 죽이려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구해주기 위해 물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기념하는 조형물이라 한다.

브라킨 기념비


잠시 동네를 둘러보다가 한 30 분 더 운전해서 그라브록 (Grabrok) 분화구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동시에 형성된 더 작은 다른 분화구들이 모여 있었다. 잘 정비된 트레일을 30 분쯤 걷고 간단히 점심 스낵을 먹었다.

그라브록 분화구 옆으로 보이는 작은 분화구


그다음에 30 여 킬로미터 정도 운전하여 레운포사 (Hraunfossar) 폭포를 보았다. 신부의 베일같이 치렁치렁 내려오는 여러 갈래의 물소리를 들으며 바로 상류에 있는 거센 물결을 보이는 바나포스 (Barnafoss)도 보았다. 반 시간정도 더운전하여 데일다르퉁키크베 (Deildartunguhver) 열수천 (hot spring)으로 갔다. 길게 쳐진 담장 너머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고 있었다. 열수의 온도가 섭씨 97 도로 여기저기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들이 있었다. 이어서 물이라는 뜻의 호텔 오 (A)에 체크인하고 다시 열수천에 있는 식당 크라우마 에서 신선한 연어와 야채들로 구성된 저녁을 먹었다. 아이슬란드에는 지열을 이용하며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재에 심는 온실들이 많이 있어, 신선한 야채들이 풍부하고, 또 오염되지 않은 바다에서 수확한 신선한 생선도 많아 , 여행 내내 좋은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레이크홀트 (Reykholt) 마을을 거닐었다. 옛 교회와 지금 쓰고 있는 교회를 둘러보았다. 자그마한 박물관이 있고 그 바깥에는 옛 중세시대 마을을 재현해 놓고 있었다.


레운포사 폭포

바나포스 폭포

데일다르퉁키크베 (열수천



레이크홀트 옛 교회


레이크홀트 교회


레이크홀트 박물관 앞에 있는 복원된 중세 주거 건물


3. 북부 아이슬란드 - 5 월 19 일


아침 식사 후 링로드로 알려진 1 번 하이웨이로 나섰다. 고도가 올라가면서 눈발이 흩날렸다. 잔뜩 긴장해서, 조심조심 화물 트럭 꽁무니를 뒤쫓아가다 보니, 드디어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흐리기는 했지만 눈이나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떠난 지 두 시간 정도 되자 블론두오스 (Blonduos) 교회가 나타났다. 이 교회의 디자인은 화산 분화구를 본뜬 것이라 한다. 마을을 지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길 가에 아이슬란드 시인 스테판 스테판슨 (Stephan Stephanson) 기념비가 보였다.

블론두오스 교회

시인 스테판 스테판슨 기념비


삼십 분 정도 더 운전하여 글라움베 (Glaumbaer)에 있는 야외 민속 박물관에 들렸다. 집 들은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지붕이 풀로 덮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다음 한 시간 반 정도, 눈자국이 선명한 산을 끼고 뻗어 있는 길을 달리다 보니, 호프소스 (Hofsos)로 들어섰다. 자그마한 항구 마을이었다. 가파른 산 밑의 길을 통해 시글루피요르드 (Siglufjordur) 마을로 들어선 다음 긴 굴을 지났다. 차가 한대 밖에 지날 수 없는 넓이의 길인지라 그런지, 군데군데 차를 빼고 기다리는 장소들이 있었다. 좁고 기다란 트롤라스카기 (Trollaskagi) 반도를 따라 운전해야 하다 보니, 피요르드 건너편의 눈 덮인 산들이 압도하며 눈에 들어왔다. 저녁 무렵에 아큐레리 (Akureyri)에 도착했다. 숙소인 샐루후스 (Saeluhus)에 체크인하고 브리니야 (Brynja)라는 식당에서 지역의 재료로 만든 저녁을 먹은 뒤 시내 구경을 했다. 아큐레리는 아이슬란드 치고는 비교적 온난한 편이라 그런지 공원에는 꽃도 많고 나무도 우거져 있었다. 깨끗한 시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언덕 위의 현대식 디자인의 교회였다. 교회 앞의 높다란 두 탑은 아이슬란드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를 본뜬 것이라 하였다.

글라움베 민속 박물관


호프소스 항구

시글루피요르드 항구

시글루피요르드 근처 터널

피요르드 건너편의 눈 덮인 산들

아큐레리 교회


4. 미바튼 (Myvatn) - 5 월 20 일


이날은 들릴 데가 많기 때문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반시간 넘게 가니 고다포스 (Goddafoss)가 나타났다. 신의 폭포 또는 우두머리의 폭포라는 뜻이라 한다. 어찌 보면 아담한 크기의 폭포라 할 수 있겠다. 근처에 트레일이 있어 걸으며 폭포를 감상했다. 여기서 30 분쯤 달리니 미바튼 (Myvatn) 마을로 들어 썼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스쿠트스타디어 슈도크레이터 (Skutustadir Pseudocraters)였다. 여기저기 화산 분화구처럼 보이는 지형들이 호수를 이루고 있는데, 사실은 이는 화산의 분화구가 아니고, 뜨거운 용암이 차갑고 습한 땅 위에서 식으며, 그 압력으로 움푹움푹 파인 것처럼 만든 지형이라 한다. 미바트는 이곳에 많은 날파리를 가리키며, 그것 때문에 이곳 이름이 미바튼이 되었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호수 주위 트레일을 걷는 동안 날파리들한테 시달렸다. 호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디모보기어 (Dimmobogir) 용암밭 (Lava Formation)이 있었다.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낸, 마치 현대 조각물 같은, 다양한 모양의 암석들을 보면서 걸었다. 여기부터 한 10분 정도 더 가니 크베르피야틀 (Hverfjall) 분화구가 나타났다. 이 분화구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주변에 있는 물의 압력으로 분화구 가운데 봉긋한 산모양을 만들어 마치 원주 안에 또 다른 원이 들어 있는 모양을 보인다. 분화구 주위로는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어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고다포스 폭포

미바튼 호

디무보기어 용암밭

크베르피야틀 분화구


간단히 스낵 먹고 한 고개를 넘으니 완전히 별천지 같은 곳이 나타났다. 거의 지구보다는 화성에 더 가까운 경치를 보여주는, 온통 붉은 지표 위에 사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나마피아틀 (Namafjall)이었다. 차에서 내려서 하이킹 트레일로 올라 서니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기저기 모락모락 김이 올라와 신비감을 더 해 주었다. 군데군데 뜨거운 증기가 솟구쳐 올라오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진흙탕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방울들을 연못 표면으로 올리기도 했다. 한참 동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으로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나마피야틀 의 첫인상

나마피야틀 가까이에서 본 지표

나마파야틀의 갈라진 지표 틈새에서 내뿜는 증기

나마피야틀의 끓는 진흙 연못


다시 링로드로 들어 서니 이내 미바튼 자연욕탕 (Nature Baths) 표시가 나타났다. 지하에 있는 열수를 끌어다 만든 노천 호수는 옥색의 물빛을 보이고 있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니, 물에 녹아있는 광물 탓인지, 무언가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한 시간쯤 목욕을 즐기고 상쾌한 몸으로 차에 몸을 싣고 한 시간 정도 달려 후사빅 (Husavik)에 도착했다. 일단 숙소인 락스후스 (Laxhus)에 짐을 풀고 마을 구경을 했다. 후사빅은 전통적인 어촌이었는데 최근에는 고래 관광이 주요 산업이 되었다 한다. 1907 년에 지었다는 목조 교회가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저녁은 시내 한복판에 있는 살카 (Salka) 식당에서 신선한 대구구이와 생선 수프를 맛았게 먹었다.

미바튼 자연 욕탕

후사빅 항구

후사빅 목조 교회


5. 동아이슬란드 - 5 월 21 일


이날은 운전거리가 400 킬로미터를 넘기에, 또 일찍 떠나야 했다. 거의 두 시간을 달려 데티포스 (Dettifoss)에 도착했다. 폭포가 가까워 지자 거센 폭포 떨어지는 소리가 진동했다. 이곳은 아이슬란드에서는 크기로는 두번째지만 힘으로는 가장 센 폭포로 알려져 있다. 여름이 거의 다 된 것 같았지만, 아직 동쪽 길은 막혀 있어 서쪽 길로 밖에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시간 정도 폭포 하류 쪽으로 강을 따라 쭉 걸으며, 보는 각도에 따라 계속 변하는 풍경을 음미하였다. 강 양쪽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주상절리를 보이고 있었다. 다시 차를 타고 링로드를 찾아들어 동쪽으로 가다 보니 류칸다포스 (Rjukandafoss) 폭포가 보였다.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굽이굽이 떨어지는 폭포는, 운전하다 보니 갑자기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나타나, 저절로 차를 멈추게 하였다. 반시간쯤 더 가 에길스스타디르 (Egilsstadir)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호텔 옆으로 나 있는 호숫가 길을 걸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다음은 동아이슬란드 해안을 따라 있는 피요르드들을 따라가는 길로 들어섰다. 이곳은 피야르다베이 (Fjarddabyggd)라는 지역으로 십여 개의 피요르드와 그것들을 각각 갈라놓는 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동안 아무 차도 지나가지 않는, 구름이 드리운 산 밑의 길을 달리니, 앞에서 무슨 새로운 것들이 나타날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약간 겁이 나기도 했다. 가끔씩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보기도 하고, 바닷가에 차를 대고 기암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어떤 바위는 녹색이고 어떤 바위는 검은색을 보였다. 아마도 지니고 있는 광물 탓이리라 싶었다. 저녁 무렵에 산으로 둘러싸인 숙소인 브라가다벨리에 (Bragadavellier Cottages)에 도착했다. 숙소는 빙하가 보이는 산들을 뒤로하고 있었다. 간단히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 나가서 걸었다.

서쪽에서 바라본 데티포스 폭포

조금 더 아래쪽에서 본 데티포스 폭포

하류에서 본 데티포스 폭포


류칸다포스 폭포

피야르다베이 산골짜기 물줄기

피야르다베이 바닷가에서 본 녹색 바위 절벽

피야르다베이 바닷가에 솟아난 검은색 바위

브라가다벨리에숙소 주변


6. 남동 아이슬란드 - 5 월 22 일


이날은 하루 종일,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부피와 면적을 가진 빙하인 바트나요쿠트 (Vatnajokull)를 오른쪽으로 끼고도는, 해안선 링로드 도로를 운전했다. 숙소를 떠나 한 시간 반정도 달리니, 길이 북쪽으로 꺾이면서 바트나요쿠트의 빙하의 동쪽 끝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운전하다가 , 어느 순간 차를 가로질러 가는 양 떼들을 만나, 잠시 계획에 없던 휴식도 하면서, 쉬엄쉬엄 가다 보니 빙하호 요쿨사울론 (Jokulsarlon)에 도착했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사방에서 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빙하호와 바다를 잇는 물 위로는 다리가 있고, 그 아래쪽에는 검은 모래의 다이아몬드비치 (Diamond Beach)가 있다. 호수에서 떠내려 온 얼음들이 비치 앞에서 부딪히는 파도에 밀려다니고 있었다. 이름처럼, 많은 얼음 조각들이 검은 모래사장 위에 흐트러져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바트나요쿠트 빙하의 동쪽

양들이 길을 막아섰다.

요쿨사울론 빙하호

요쿨사울론 호수가 바다와 만나는 곳

다이아몬드 비치 앞바다

다이아몬드 비치


계속 서쪽으로 한 시간쯤 운전해 피야사울론 (Fjallsarlon)에 도착했다. 이곳은 요쿨사울론 보다 호수 규모는 작지만, 바트나요쿠트 빙하의 서쪽면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 있는 곳이다. 나누어준 구명조끼와 방한복을 걸쳐 입고, 우리는 고무보트를 타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한 시간 반 정도에 걸쳐서, 빙하를 구경했다. 보트는 여기저기 떠다니는 눈부신 파란빛의 빙산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하나하나 다른 모습과 색깔을 보여주는 빙산과 가끔씩 물 위로 큰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빙하의 끝을 보다 보니 시간이 휙 하고 지나갔다. 다시 링로드에 올라 달리다 보니, 빙하의 모습은 사라지고 푸른 이끼 낀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숙소인 게어란드 호텔 (Adventure Hotel Geirland)은 이러한 산들 사이에 아늑히 자리 잡고 있었다. 역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저녁을 먹고 호텔 주변을 거닐었다. 뒷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와 방목한 말들이 눈에 들어왔다. 느긋히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피야사울론 빙하 관광보트


보트에서 본 빙하의 끝자락

떠다니는 빙산

게어란드 호텔 뒷산

게어란드 숙소 가까이 있는 폭포

게어란드 호텔 주변 산책 중에


7. 남아이슬란드 - 5 월 23 일


숙소를 나와 다시 1 번 도로 링로드로 들어서기 전에, 가까이 있는 시스트라포스 (Systrafoss) 폭포와 그 상류인 시스트라바튼 (Systravatn) 호수로 가는 하이킹 코스를 걸었다. 두 줄기 물갈래가 이루는 폭포는 길게 늘어뜨린 머리타래처럼 보였다. 호수에는 두 수녀가 호수 위로 나타난 손에 들린 황금 머리빗을 잡으려고 하다가 호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전설을 쓴 표시판이 있었다. 호수 주변을 겄는데 점박이몸뚱이에 눈 주위가 빨간 아이슬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록타미간 (Rock Ptarmigan)들이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시스트라포스 폭포

시스트라바튼 호수

호숫가에서 쉬고 있는 록타미간


산을 내려와 한 시간정도 가니 아이슬란드 최남단 마을로 알려진 빅 (Vik)에 도착했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다란 기둥 위에 서서 바닷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조각이었다. 이 조각은 아이슬란드 어항 빅과 영국 어항 헐 (Hull) 사이에 있었던 천년이 넘는 애증의 역사를 기념하는 것이라 한다. 양쪽의 어부들은 때로는 경쟁 상대로 때로는 같은 동업자로 지내왔다 한다. 이곳 빅의 조각은 헐 쪽을 바라보고 있고, 헐의 조각은 이곳 빅을 향해 있다 한다. 검은 모래사장 앞바다로는, 레이니스피야트 (Reynisfjall) 산 자락이 거의 수직으로 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이 보였고, 그 앞에는 삐죽삐죽 하늘로 솟아오르는 바위들이 줄을 서 있었다.

빅 마을 앞에 있는 아이슬란드와 영국 어부들의 역사를 나타내는 조각

빅의 검은 모래 비치에서 바라보는 레이니스피야트 산 자락


다시 차를 타고 레이니스피야트 산을 끼고돌아 반대편 레이니스피야라 (Reynisfjara) 비치로 갔다. 멀리 서쪽으로 코끼리 모양의 디르훌라에이 (Dyrholaey) 반도가 보였다. 비치에서 바라보는 레이니스피야트 산자락에는 주상절리가 장엄하게 뻗어있었다. 한쪽 끝에 있는 동굴은 주상절리의 밑면을 벌집모양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레이니스피야라 비치에서 보는 디르훌라에이 반도

레이니스피야트 산자락의 주상절리

끝자락이 떨어져 나간 주상절리가 벌집모양을 이루는 동굴


이러다 보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이슬란드에서 유명하다는 작은 랍스터로 알려진 랑고스틴 (Langostine) 요리를 먹으러 스토크세이리 (Stokkseyri) 마을에 있는 식당 피요루바르이트 (Fjorubardid)로 향했다. 이 식당은 여행 가이드북, 잡지, 신문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집이다. 거의 두 시간 걸려 늦게 도착한 식당에는 이름값 때문인지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들은 대로 랑고스틴 수프와 찜을 먹었다. 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맛은 기대한 대로였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로 나서서 한 시간쯤 뒤에 레이캬비크의 숙소인 엑세터 (Exeter) 호텔에 도착했다. 깨끗한 비즈니스 호텔로 시내 어느 곳 이던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편리하였다.


피요루바르이트 식당 앞에서


8. 아이슬란드 남해안 - 5 월 24 일


새벽같이 레이캬비크에서 30 분쯤 떨어진 케플라빅 공항으로 가서 딸과 만났다. 다시 레이캬비크 호텔로 돌아와 딸의 짐을 풀고, 일단 남쪽 해안선을 따라가기로 했다. 두 시간쯤 지나 셀랴란드포스 (Seljalandsfoss) 폭포 주차장이 나타났다. 차에서 내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 쪽으로 걸어갔다. 물줄기 뒤에는 동굴이 있고, 그리로 걸어가는 길이 있었다. 비옷을 걸쳐 입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폭포의 물줄기를 쳐다보니 마치 몸이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에서 나와 절벽을 따라 걷다 보니, 계곡 사이에서 굉음이 들렸다. 이 소리는 계곡 사이에 숨어있는 글루이프라브이 (Gluifrabui) 폭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계곡 안으로 들어가 튀어 나는 물줄기를 쳐다보았다. 다시 차를 타고 동쪽으로 반시간쯤 가니 스코가포스 (Skogafoss) 폭포가 나타났다. 넓은 폭포가 떨어뜨리는 물보라가 무지개를 이루고 있었다. 폭포 옆으로 난 철계단으로 걸어 올라가 여러 단의 물줄기를 보았다. 더 멀리 이 물의 근원인 빙하가 보였다. 다시 차에 올라 솔헤이마요쿠트 (Solheimajokull) 빙하를 방문했다. 검은 재가 덮인 빙하가 길게 펼쳐 보였다. 그다음은 전날 보았던 레이니스피야라 비치로 다시 갔다. 비치의 동쪽 끝으로 가서, 딸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검은 모래와 주상절리 그리고 암초들을 다시 보았다. 충분치는 않았지만 이정도 본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레이캬비크로 돌아가, 아이슬란드 대학 캠퍼스 근처, 노르딕하우스 (The Nordic House)에 있는 비스트로 알토 (Aalto)에서, 이 지역에서 난 신선한 채소와 생선으로 구성된 저녁을 먹었다.

셀랴란드포스 폭포

셀랴란드포스 폭포 안에서 바깥쪽을 바라본 모습

계곡 사이로 보이는 글루프루브이 폭포

스코가포스 폭포

스코가포스 상류

스코가포스 상류에서 바라본 빙하

솔헤이마요쿠트 빙하

레이니스피야라 비치 동쪽 끝


9. 골든서클 - 5 월 25 일


오전은 띵크베틀리어 (Thingvellir) 국립공원에서 보내기로 했다. 레이캬비크를 출발해 골든서클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띵크베틀리어에 도착해서 표를 사고 비지터센터를 들려서 공원길로 들어섰다. 이곳은 북미 플레이트 지각과 유라시아 플레이트 지각이 갈라지는 곳으로, 길 양쪽의 절벽은 서로 다른 플레이트에 속한다. 따라서 우리가 밟고 서 있는 땅은 마그마로부터 새롭게 올라온 것이라 했다. 이 갈라진 지각 사이로 지하수가 들어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띵크발라바튼 (Thingvalavatn) 호수를 만들었다 한다. 특히 이 호수에서 뻗어 나온 갈라진 틈 (fissure)이 만든 실프라 (Silfra)는 최고 수심 63 미터로 깨끗한 물속으로 그 바닥까지 볼 수 있어 다이버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한다. 스쿠바다이빙 라이선스가 없는 우리는 대신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이것도 65 세 이상은 의사 허가서가 필요하다 해서, 여행 떠나기 전에 내 주치의를 만나 사인을 받아야 했다. 우리는 나누어 주는 드라이수트와 마스크 그리고 스노클을 받아 들고, 주의사항을 들은뒤, 그룹리더를 따라 스노클링을 했다. 처음 물이 얼굴에 닿자마자 그 얼음 같은 차가움에 전율이 왔다.


띵크베틀리어 공원. 두 플레이트가 각각 양쪽으로 갈라지며 생겼다.

맑은 물속으로 바닥까지 보이는 실프라

실프라를 따라가며 스노클링 하고 있는 모습


이렇게 오전을 띵크베틀리어 공원에서 보낸 후 로이가바튼 (Laugarvatn)에 들려 점심을 먹고, 호이카달루어 (Haukadalur) 계곡으로 갔다. 지열이 거의 지표가까이로 올라와 만들어놓은 장소다. 여기저기서 증기가 올라오고 유황냄새가 코를 찔렀다. 얕은 연못에는 끓어오르는 물이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가이저였다. 미국 옐로스톤의 미니어처 버전이랄까?


호이카달루어 계곡 지열

호이카달루어 지열 지역에서 호수가 끓어오르고 있다

호이카달루어 가이저


그다음으로는 구틀포스 (Gullfoss) 폭포를 방문했다. 이곳은 뚜렷하게 다른 두 개의 이어지는 폭포로 유명하다. 첫 번째 폭포의 낙차는 10 미터 정도이고 두 번째 폭포는 거의 직각 방향으로 틀면서 20 미터 정도의 낙차를 보인다.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는 폭포는, 거기에서 내 몰아쳐지는 물보라가 무지개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두 폭포 사이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장대한 구틀포스를 느껴 보았다. 이러다 보니 거의 저녁시간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계획했던 대로 두 시간 정도 운전해 블루라군 (Blue Lagoon)으로 갔다. 이곳은 스바트셍기 (Svartsengi) 지열 발전소에서 나온 물을 인공적으로 만든 라군으로 보내 만들어진 곳이다. 지하 라바에서 나온 실리카가 우유빛을 만들어 준다 한다. 표를 산 뒤 라군에 들어가 뜨뜻하게 몸을 데우고, 나누어 주는 실리카 진흙으로 얼굴에 팩을 하기도 하였다. 목욕을 마치고 산뜻한 마음으로 근처를 걷다 보니 지열 발전소에서 나온 물들이 고여있는 용암밭이 주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두 개의 이어지는 폭포로 유명한 구틀포스 폭포

블루라군

블루라군 근처의 지열 발전소 물들이 고여있는 용암밭


10. 레이캬비크 - 5 월 26 일


오전에는 레이캬비크 시내를 돌았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번잡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바닷가 길을 걸으며 우선 하프를 나타내는 하르파 (Harpa) 콘서트홀을 보았다. 바닷가에 있는 태양을 향해 달리는 선보야저 (The Sun Voyager) 상도 보았다. 그러다 구시가로 들어가 레이캬비크의 상징이랄 수 있는 하틀그림스키어캬 (Hallgrimskirkja) 교회를 방문하였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의 모습인 장엄한 산과 빙하 그리고 주상절리를 나타내는 교회외곽과, 장식이 별로 없는 루터교의 전형적인 내부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다음 가까이 있는 아이나 욘슨 (Einar Jonsson) 박물관 스칼프쳐 가든을 돌아보았다. 점심을 먹고는 먼저 비행기를 타야 하는 딸을 공항에 내려놓고 언덕뒤에 있는 자연 박물관이 있는 펄란 (Perlan) 건물에 올라, 마지막으로 레이캬비크를 내려다 본다음 시내에서 간단히 스낵으로 유명한 핫독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차를 돌려주고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르파 콘서트홀

태양을 향한 선 보야저 상

하틀그림스카야 교회

아이나 욘슨 박물관 스칼프쳐 가든

펄란에서 바라본 레이캬비크 구 도심 전경


11. 에필로그

6 년이 지난 오늘에 쓰는 글이라 노트와 사진을 비교해 가면서 여행을 회상해야 했다. 그래도 많은 부분은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 여행을 기점으로 우리는 한층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즐기게 되었다. 어찌 보면 자연을 중심으로 한 여행에 좀 더 집중하게 된 기폭제가 되었다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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