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중동의 싱가포르를 꿈꾸는 나라

by 경계인

중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역에 와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만, 중동에서도 카타르를 오게 된 건 좀 특이한 일입니다. 천연가스, 조선, 알 자지라, 미국 중부군 사령부, 높이뛰기 선수 바심 이런 몇 가지가 떠오르는 나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렇게 친숙한 나라는 아닙니다. 저 역시 업무상 알게 된 몇 가지를 빼면 아는게 거의 없는 나라입니다. 페르시아만 혹은 걸프에 있고 UAE 비슷하게 아라비아 반도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데 생김새가 목젖같기도 하고 대장에 난 용종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다할 관광지가 있지도 않고 역사나 문화적으로 특별한 점도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중동 최초로 월드컵도 했고 FC바르셀로나 광고도 했으니 축구에 돈을 많이쓴다든가 중동에서 굉장히 돈이 많은 나라 정도 이미지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아마도 지인이 있어서 함께 여행갈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평생 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을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카타르 항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도착한 날이 라마단 이후 휴가가 시작되는 때여서 더 그랬지만 도하의 하마드 공항은 작은 공항이 아니었고 아주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크고 복잡한 공항이었습니다. 중동의 부자 나라들이 석유 이후, 미국 없는 중동의 중심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말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몇년전부터 중동지역 항공사들이 싼 항공권,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위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도하까지 대략 10시간 정도 걸리는데 헬싱키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0~11시간이었던 걸 보면 두 도시가 갖는 장점은 비슷합니다. 러시아 항로가 막힌 지금 시점에선 카타르나 중동이 갖는 지리적, 정치적 장점을 더 커졌습니다. 더구나 도하나 중동이 커버하는 범위는 헬싱키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말 그대로 유럽과 극동의 중간에 있기도 하지만 인도와 아프리카 역시 연결하기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물론 이 장점은 도하만의 장점은 아닙니다. 3개의 대륙과 5개의 바다를 통제한다는 이스탄불, 중동의 원조 핫 스팟이자 허브라고 할 수 있는 두바이 모두 비슷한 위치나 입지에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비해 입지상으로는 대체 불가능성이 좀 약해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이집트가 좀더 나아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사회시스템, 법제도, 문화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차별요소가 되는 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입지는 엇비슷하고 돈이 많은 군주는 많으니까요. 겨우 하루 둘러보고 카타르라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다녀온 싱가포르와 비교해서 보면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작은, 사실상 도시국가이고 엄청난 1인당 국민소득(9만$/인) 외국인 노동자가 곳곳에서 상당한 정도로 많은 일을 해서 돌아가고 있지만, 이 사람들은 이사회에 그저 잠시 머무르면서 돈을 벌 뿐 시민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엄청나게 사회 인프라에 투자를 한 것도 비슷하지만 싱가포르는 인위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카타르는 훨씬 더 돈을 쓴 것 같음에도 기본적으로 사람이 적고 어떻게 이 시스템이 움직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고 계속 작동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상점을 가도, 대학을 가도, 관광지를 가도 공통적으로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맛집을 가도 줄을 서지 않는 건 물론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축구리그 없이도 축구 경기장은 여러 곳 만들어 놓았습니다. 모든게 널찍널찍하고 한적합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것들이 이 나라가 얼마나 돈이 많은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수요가 많든 적든, 수익률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국왕 혹은 국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투자하는 것 같습니다. 운영비용이 충당되지 않는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거 벌어들인 돈으로 운영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도하 공항의 수많은 항공편의 거의 전부는 카타르 항공입니다. 상대국 국적기는 수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상점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중동 나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면 어차피 필요한 것들이니 그냥 돈 있을 때 미리 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나라가, 이런 시스템이 지속 가능할까요? 여름에 40도를 넘는 숨막히는 더위를 겪어보니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카타르 항공의 엄청난 저가, 물량 공세로 다른 항공사는 거의 녹아날 것 같지만 비행기가 전부는 아닙니다. 잘 안 되면 오송역처럼 환승해서 다른 거 타고 가버리는 그런 곳 이상이 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카타르 사람들은 열심히 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이고 애도 별로 낳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스와 석유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습니다. 카타르가 어찌될 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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