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역동적인 나라 베트남
10년전 여름에 다낭을 갔다가 이번 설 연휴에 나트랑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번에 아주 어린 아이였던 첫째 아이는 이제 제법 큰 청소년이 되었고, 그 이후에 태어난 둘째 아이도 베트남에 놀러온 아이들 중에는 중간 이상 나이가 될 것 같은 정도로 세월이 그 사이에 많이 흘렀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나 이번에나 베트남을 가게 된 이유는 비슷합니다. 비행시간, 가격, 치안 등등 이것저것 종합해보면 베트남이 어느 한 항목에서 최고는 아닐지라도 두루두루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일단 베트남을 가기로 정한후 선택지는 나트랑, 호치민, 푸꾸옥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베트남이 우리보다 남쪽에 있긴 하지만 북부는 적도에서 꽤 멀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외했고 남부도시 중 갈만한 곳은 3곳이었는데 처음엔 예전의 사이공인 호치민이 볼거리도 많고 관광 인프라도 좋은 줄 알았는데 찾아보고 지인에게 물어보니 의외로 가족들 데리고 가서 할 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식민시대의 유산이 남아있을 법한데 예상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건 나트랑, 푸꾸옥인데 이 둘은 큰 차이가 없어 보였고 저가항공사가 아닌 FSC를 타면서 예산에 맞추다 보니 나트랑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비행기표를 예약한 게 작년 11월이었습니다. 어차피 리조트는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베트남항공으로 항공편만 예약하고 나머지는 그냥 천천히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2.3에 계엄사태가 터졌습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예정대로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예정대로 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12월 하순경 제주에어 사고가 나면서 비행기 타는 걸 더 주저하게 되기도 했지만, 저가항공이 아니라는 걸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비행기를 탔습니다. 물론 저가항공이어서 문제라거나 저가항공 자체에 어떤 사고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서비스 품질이나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너무 비싸서 못 타더라도 FSC를 타는게 좋다는 생각은 듭니다. 물론 예산이 허락한다면요. 중간에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겪었지만 여하간 무사히 출국장을 빠져나와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번에는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하지 않고 갔는데 이제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나봅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나봅니다.
베트남 남쪽은 예상보다는 선선해서 1월 하순에는 우리의 초여름 정도의 날씨 비슷했습니다. 바깥 활동을 하기에는 좋지만 물놀이를 하기에는 조금 추운 수준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꽤나 물놀이를 즐기는데 어디 가나 한국사람들이 많아서 아마도 추운 한국에서 남쪽에 온 본전을 찾으려는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여행객의 절반 이상은 (낮게 잡아도) 한국 사람들 같았는데 제가 이때 베트남을 택한 것과 아마도 비슷한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곳곳에 한국어 안내가 되어 있기도 하고 식당, 가게 직원 중에도 간단한 한국어를 하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냥 겉보기에는 중국 비슷한 느낌이지만 실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자 문화권이기도 하고 인종적으로도 크게 차이가 안 나 보이는데다가 사자 춤을 추는 걸 보면 중국이라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빈원더스 같은 테마파크는 서울랜드 비슷하면서 리조트는 중국 취향으로 개발된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중국 자본이 들어왔을 수도 있겠고요.
베트남이 워낙 남북으로 길다보니 북쪽과 남쪽은 말이 다르다고 하지만 단순히 리조트에 며칠 머문 다음에 그 차이를 알긴 어려웠고 그 보다는 다낭, 나트랑을 합친 느낌과 인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동남아에서 받는 나른함과 늘어지는 느낌이 없고 사람들이 군기가 들어 있고 규율이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식 영어는 잘 못 알아듣겠지만 팁 문화없이 담백해 보이고, 음식은 그럭저럭 입맛에 맞지만 커피는 아주 달거나 조금 묵직하게 씁니다. 도로는 좀 엉성하긴 하지만 다닐 만하고 운전이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차, 오토바이가 나름의 질서를 형성하고 있어서 그다지 위험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례하거나 무뚝뚝하지도 않아서 저는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체감되었습니다.
제 연금저축 계좌중에 소액이지만 베트남 주식도 ETF로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베트남을 다녀오고 나서 역시 소액이지만 베트남 주식을 조금 더 샀습니다. 젊고 역동적이면서 유교 문화권 특유의 근면과 규율이 잡혀 있고 미중 갈등 속에서 이 위치에 1억의 인구가 있는 나라의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물론 베트남이 산업화를 이뤄내고 민주화 사회로 갈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고 여러 변수가 많아 보입니다만, 동남아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