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과 시련 그리고 단련의 의미
주식투자에 관한 책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맹자의 고자장(告子章)은 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큰 희망을 주는 가르침입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에도 나오지만 어떤 고통이라도 그 고통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 고통을 참고 견딜 힘이 나고 끝내 살아 남아 무언가 뜻한 바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무의미한 고통이 반복된다면 내가 왜 삶을 혹은 이 일을 지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에 그만 무너져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고통이 만약 훗날의 어떤 성취랄까 혹은 성공이랄까 그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것이라면 좀더 적극적인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하늘이 나를 쓰려고 한다지 않습니까! 하늘이 그저 그런, 누가 해도 되는 하찮은 일을 맡기려고 이런 큰 고통을 주진 않을테니 고통이 크다는 건 그 고통의 크기에 비례하여 더 큰 임무나 과업을 주고자 하는 것이겠죠.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5가지 역경과 시련을 주는데,
그 사람의 정신을 고통스럽게 하고
육체를 고달프게 하고
굶주림의 고통을 주고
처지를 불우하게 하고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게 한다
영어에 "The right man,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적절한 시기,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역사를 보면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그런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시기에 이순신 장군이 그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삶이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Apple 역시 때와 장소의 조건이 갖춰졌지만 마지막 조각인 사람 즉 Steve Jobs가 결정적인 트리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 이후의 역사는 꽤 달라졌을 수도 있고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훨씬 늦어지거나 다르게 전개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이 모든 일을 하늘이 계획하거나 예정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하늘은 왜 그냥 시키면 되지 굳이 저런 시련과 고통을 거치게 하는 걸까요? 사실 모든 위대한 인물이 그런 시련과 고통을 겪는 것도 아닙니다. 세종대왕은 셋째 아들이긴 했지만, 어려서부터 선택받아 성군으로 키워졌고 피비린내 나는 주변정리는 아버지인 태종이 다 한 상태에서 왕이 되었습니다. 나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맹자의 고자장을 보면 세종대왕의 삶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늘이 왜 그러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으니 그저 맞춰서 잘 대응할 뿐이겠죠. Life is not fair, deal with it!
그러니 어쩌면 맹자의 그 말은 그저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로해 주는 달콤한 희망고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냥 꽃길만 걷다 큰 일을 하고, 난 왜 이 진흙탕에서 이러고 있는지 묻는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포기하지 말고 계속 열심히 하면 그 중 누군가는 하늘이 맡긴 큰 일을 하게 될 것이지만 그럴 확률이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어느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성경의 욥기 23:10은 비슷하면서 또 다른 의미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런 단련의 끝에 내가 정금같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단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그런 일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아니,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고통이 설명될 수 있으니까요. 다시 The right man으로 돌아가보면, 내가 어떤 일에 the right man이 되기 위해서는 꽃길만 걸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건 그 일이 원래 그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
내 발이 그의 걸음을 바로 따랐으며
내가 그의 길을 지켜 치우치지 아니하였고
내가 그의 입술의 명령을 어기지 아니하고
일정한 음식보다 그 입의 말씀을 귀히 여겼구나
제가 겪은 고통만 강조하고, 제가 앞으로 큰 일을 할 것이라는 괘씸한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욕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잘못했으니, 죄를 지었으니 엄하게 처벌을 하고 반성을 해도 모자랄 사람이 이 무슨 망발이냐고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 머릿속에서, 제 가슴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생각들에 대해 글을 쓸 뿐입니다. 남이 뭐라 생각하든 관계없듯이 저 역시 제 머릿속에서는 자유롭고 싶습니다. 전 그저 이 모든 과정이 하늘이 예정해서 정금을 만드는 단련의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