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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장 Aug 19. 2021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자유

좋아하는 사람과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삶

배우 윤여정과 철학자 김형석 선생님의 공통점. 바로 돈 때문에 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젊어서는 생계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해서, 목표가 있어서 하기 싫어도 본인의 일을 했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본인이 좋아하고, 보람을 안겨주며,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일을 한다.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 최초의 오스카 수상자가 된 윤여정은 예순이 되기 전까지 이혼하고 자식들과 먹고 살기 위해서 연기를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제부터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감독하고 작업하겠다고 마음먹었단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가 바로 '미나리'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고생할 걸 알면서도 감독이 맘에 들어 출연한 영화가 큰 영예를 안겨다줬다.


1920년생인 철학자 김형석 선생님은 이제 안락함과 더 큰 물질적 보상이 있는 곳보다는 자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가서 강연을 하신다. 이제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아도 되고, 남의 눈치보지 않고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철학자 김형석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돈, 명예 등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들은 남는 게 없다.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한 사람들은 다르다."


젊을 땐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나와 가족만을 위해서, 남에게 인정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 그렇게 한동안 정처없이 달리다가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뭐하면서 살고있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계속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점이 온다. 한마디로 남는 게 없다고 여겨지며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목표를 위한 삶은 피곤하고 고단하다. 단지 생계를 위해서건 아니면 명예를 위해서건 목표가 있으면 하기 싫어도, 도저히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하물며 아파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아무 목적이 없고,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그게 보통 사람들에겐 '취미'다. 반면 한 분야의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대가(大家)라면 평생 해온 일 자체가 취미이자 보람있는 행위가 된다.


나도 목적과 보상을 떠나 내가 원하는 일을 선택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며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싶다. 하지만 당장은 힘들다. 그렇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을 하면서 나름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야 한다. 절충안을 스스로에게 내밀어본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하기 싫어도, 보기 싫어도, 의미를 찾기 힘들더라도 출근은 하고 일은 해야 한다. 더불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일을 하기 위한 여유를 일부러 확보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자주는 아니더라도 확실한 보상으로 내가 나에게 사느라 고생한 노고를 치하하고 인정하고 앞으로도 지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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