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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디 Apr 04. 2020

사회적 거리두기가 좋은 이유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진행한지도 두 달이 되어간다. 오늘자 뉴스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기간이 2주 연장하여 19일까지로 변경되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연장이 된 것도 여러 차례이다. 집단감염이란 게 한 순간에 해결될 수 없는 일이기에 기간 연장은 예상된 결과이다.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대해 가능하면 좋은 방향으로 바라보고 쓴 글이다. 나는 어떠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도저히 어쩔 수 없다면,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그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심각한 어려움이 없기에 이러한 감상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우 개인적인 글임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 그리고 원래도 집순이였던 한 사람이 바라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짧은 단상일 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좋은 이유 네 가지



1. 나는 원래 사람이 불편하다


나는 심하게 내향적인 사람이다. 낯가림도 심하고 심지어 두루두루 친한 사람들일지라도 그 인원이 5명을 넘어가면 모임에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어렸을 땐 이러한 내 성격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성적인 나 자신이 잘못된 거라고만 생각해서 억지로 그러한 자리에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지만 쉽게 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은 사람들일지라도 그들과 함께 하는 걸 어려워하는 나 자신이 더 원망스러웠다.


이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억지로 사람들을 만나려고 애쓰지 않는다. 웬만하면 일대일 모임만 지향한다. 물론 그러한 만남조차 피곤할 때가 많다. 분명 그 친구가 좋고 오래 옆에 두고 싶지만 이상하게 대화를 할 때면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오고 눈이 감기기까지 한다. 어느새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래도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사람을 대면하는 게 나에겐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지만 인간관계라는 게 손 놓고 있어도 저절로 따라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나도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로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생겼다. 가끔씩 문자로 안부를 묻고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졌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이 더 많을 텐데, 나에게는 오히려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부담감이 싹 사라졌다. 지인들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요즘이 너무 좋다. (정말 미안)



2. 부러워할 사람이 없다

  

모두가 집콕을 하기에 SNS에 어디 놀러 간 사진이 올라오질 않는다. 종종 올라오는 사진도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어쩌다 올린 인물 사진에도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사진의 멋을 깨트린다. 그래서 사람들의 나들이 인증샷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 나가서도 괜한 죄책감 들고 멋없는 사진을 남기느니 집에 있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도 밖에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SNS가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남들이 노니까 나도 놀고 싶어서. 남들이 인증하니까 나도 인증하고 싶어서. 물론 이와 별개로 나도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꽃구경을 가고 싶고, 바람 솔솔 부는 테라스에 앉아서 맥주 한잔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럼에도 부러워할 타인이 없어서 그런지 더 자제할 수 있는 것 같다.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산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를 계기로 내가 생각보다 남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3. 집에 있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사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하루가 참 길다.


주말이 이렇게 긴지 몰랐다. 평소 밖에서 돌아다니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남는 시간이 많다. 예를 들어 나갈 준비를 하는 시간, 외출 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 외출 후에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전부 사라졌다. 피곤하지 않으니까 낮잠도 잘 안 잔다. 평소에는 주말 이틀이 너무 짧게 느껴졌는데 이렇게나 긴 줄 몰랐다.


그래서 그 시간을 더 소중하게 사용하려고 애쓰게 되었다. 이전보다 책을 더 많이 읽고, 못 봤던 명작 영화들을 보고, 글 쓰기를 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홈트를 한다. 안 해봤던 요리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데 시간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4. 남편이 집에만 있으니 좋다


원래부터 사람 만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나와는 다르게 남편은 외향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결혼 이후 책임감인지 반강제적인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의 약속이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나와 대비해서는 3배, 4배 수준이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약속이 많았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존중해야 하는 게 맞다는 걸 알면서도 은근 신경 쓰이는 게 어쩔 수 없는 솔직한 마음이다.


그런 남편이 요즘 집에만 있는다. 잦은 회식도 사라지고 워크샵도 사라졌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붙어있는 남편이 귀찮기도 할 테고, 삼시세끼 다 챙겨 달라는 남편을 '삼식이'라 부르며 미운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냥 좋다. 삼시 세 끼에 더불어 간식까지 챙겨주며 하루 종일 그를 배부르게 만들어 주는 게 좋다. 물론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아이가 있다면 많은 스트레스와 다툼이 생기겠지만 아직은 신혼이기에 온종일 붙어 있는 시간이 마냥 좋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불편한 상황도 많고 무엇보다 고생하는 의료진과 관련 부처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는 사람들도 너무 안쓰럽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있는 내 자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감염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뿐이다.


'나 하나쯤 돌아다닌다고 무슨 문제 있겠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감염되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듯이, 그와 반대로 '나 한 명이 집에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말에도 열심히 집에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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