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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디 Nov 28. 2019

옛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

결혼하고 이게 왠 말이더냐

나의 첫사랑에 대한 느낌은 영화 '클래식'이라 말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라는 질문에 대답했던 영화이다. 지금은 너무 유치해서 그렇게 대답하지 않는다. 고작 해봤던 사랑이라곤 반에서 제일 잘 생긴 애를 좋아하는 그런 짝사랑이 전부였던 어린 나에게, '사랑'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영화라서 오랜 기억 마음 한 켠이 저릿하게 남아있었다. 


이렇듯 첫 사랑, 첫 영화 등 무언가 처음에 대한 인상은 강렬하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첫사랑'이라 말하기엔 뭐하지만 내게는 좀 그러하다. 사실 모든 인류에게 맞는 말 이기도 하고?.. 부모님을 첫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아빠를 향한 나의 마음은 꽤나 애틋했고, 아직도 현재진행중이긴 하지만 무언가 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어느샌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그러니까 내 평생에 죽을 때까지 꼭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말이다. 연애를 할 때도 언제나 나의 넘버원 사랑은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을 뛰어 넘는 사랑은 없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바뀌었다. 이제 남편을 제일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단순한 사랑의 크기를 떠나서 내 옆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부모님을 생각하거나 부모님을 쳐다볼 때면 아련한 감정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무슨 기분인가 했더니 첫 사랑의 그 시린 감정이었다. 영화 클래식을 생각할 때 그 저릿한 감정이었던 것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에서 남편으로 바뀌어서 그런 걸까. 부모님께 옛 사랑의 감정이 들다니. 


엄마아빠가 내게 쏟아준 사랑을 나는 고스란히 남편에게 쏟고 있는 것 같다. 어느날은 밥 먹는 남편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데 너무나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슬쩍 눈물도 고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밥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던데, 그런 기분이 든 건 결혼 후 처음이었다. 내가 깎아 놓은 키위를 남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런 내 모습에서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는 항상 내게 밥을 차려주고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그런 엄마께 왜 쳐다보냐고 짜증을 냈었는데.. 


예뻐서~


엄마는 이렇게 얘기해주실 때도 있고, 내가 무안을 줘서 멋쩍어지셨는지 "하도 못생겨서 쳐다본다"고도 하셨다. 나의 퉁명스런 말투와 표정에도 그저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보고 계셨다. 나는 왜 한 번을 다정하게 굴지 못했을까. 그게 다 사랑이었는데. 참 바보같이 많은 것들을 결혼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앞으로라도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습관이란 게 참 고쳐지지가 않는다.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대답해버릴 때가 너무 많다. 오늘의 글쓰기를 계기로 더 다정한 딸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한다. 혹시라도 나중에 부모님이 이 글을 보고 속상하시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든다. 엄마아빠 오해 말아요~ 난 엄마아빠 제일 많이 사랑해! (그럼 남편은?... 남편도 똑같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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