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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Aug 26. 2020

너희들의 집밥

나도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

 엄마가 된 지 6년이 됐다.


 나는 불량엄마다. 반찬가게에서 사서 먹이고, 배달해 먹이고, 반조리 식품을 사서 조리해서 먹이는 걸 요리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뚝딱뚝딱 만들어서 먹이기엔 칼질이 서툴렀고, 마음먹고 반찬을 만드는 날이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는 개뿔! 채 설기, 어슷 썰기를 어떤 방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던 6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나는 서툴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에게, 자주 보는 친정 엄마에 의지해서 늘지 않은 탓도 클 거다.


 나에게 집밥이란, 엄마 그 자체다.

 엄마의 손끝에서 완성됐던 매콤 달콤한 비빔국수, 칼칼하며 깔끔한 참치 김치찌개, 들기름에 달달 볶아 만든 버섯볶음, 나물 하나하나 정성 들여 볶아 만든 잡채, 속이 확 풀리는 콩나물 김칫국. 그 모든 맛이 엄마의 주방에서 만들어졌다.


 한 때는 엄마에게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기세 좋게 말하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돈만 있으면 얼마나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그걸 다 하고 있어! 난 그럴 시간에 책을 더 볼 거야, 내 일을 할 거야!


최근에 만든 음식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아이들에게 집밥이 나와 같이 '엄마' 그 자체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집밥은 주부의 시간과 노동을 갈아 넣어야 가능하다는 걸, 나는 그동안 엄마의 건강과 젊음을 소비해서 건강할 수 있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엄마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던 거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말해놓고, 하루 종일 청소기를 들고 설친다. 서툰 솜씨로 집밥을 만들어 먹이겠다고 주방을 떠나지 않는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말한 나는 이젠 엄마처럼,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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