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이유식
첫째가 이유식을 먹을 시기가 됐을 때, 밤새워 이유식에 대한 정보를 찾았었다. 이유식을 위한 도기 5종 세트부터 시작해 제2의 신혼살림 장만이라는 비유에 걸맞게 믹서기, 냄비, 칼, 도마, 큐브, 그릇 등등을 구입했다. 첫 이유식을 만들 때, 레시피를 읽고 또 읽어도 이게 맞나 왜 이렇게 복잡하던지. 쌀미음 하나 만드는데 시간이 무지 오래 걸렸었던 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첫째는 이유식을 거부했다. 이유식을 위한 준비물을 잔뜩 사놓은 채로 시판 이유식을 샀고, 겨우겨우 먹이며 이유식 시기를 보냈다.
그 이유식 준비물을 지금 둘째가 이어받아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첫째처럼 시판을 사 먹일 생각이었는데, 초기 이유식만 만들어 줄까 싶어 쌀미음을 만들었다. 오늘부터 이유식이다! 마라톤에 나가는 선수와 같은 결심을 한 것 같은데, 결심이 우스울 만큼 이유식은 손쉽게 완성됐다. 물에 쌀가루를 타서 끓이고 채에 받히기만 하면 완성이었다.
첫째를 키울 때는 아이에게 과일을 먹이는 걸 조심해야 한다, 몇 개월에 뭘 먹어야 한다, 아이 옷 세탁은 어떻게 해야 한다, 유아식으로 넘어가서도 간이 약한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것 등등, 너무도 많은 것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래서 금방 지쳐버렸다.
둘째는 그에 비하면 설렁설렁이다. 떡뻥을 하나 쥐어주면 온 얼굴로 그것을 야무지게 먹는다. 오 개월에 떡뻥을 주기 시작했으니 첫째에 비하면 빨리 주긴 했다. 밀가루, 짠 음식, 인스턴트 세 가지 음식만 주의하기로 했다.
초기 이유식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고 있다. 아직까진 이유식을 잘 먹고 있다. 심지어는 더 달라고 보채는 날도 있다. 재미 붙어서 내 나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첫째처럼 이유식을 거부하는 날이 온다면 고민 없이 시판으로 갈아탈 거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친 표정의 엄마보단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엄마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