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아이의 발달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다. 어린이집의 선생님은 아이를 장애 통합반에 권유했고, 그 때문에 발달검사를 받게 되었다. 발달검사는 작년부터 남편도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었다. 기다리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주양육자인 내 탓이라 할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여태껏 검사를 미뤄왔다.
작년에 잠깐 발달센터를 다닌 적도 있었지만 아이가 센터를 싫어해 오래 다니지 못했다. 발달센터를 그만둔 후, 나름 열심히 아이를 돌보았다. 밖으로 많이 나갔고, 또래 아이들과 만남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인지, 아님 이제 말을 할 때가 되어서인지 아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주었다. 말문을 열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인사도 하고, 함께 놀자고 졸랐다.
누구 집 애는 어린이집 다니고 두 달만에 말을 완전히 하게 되었다더라, 스스로 밥 먹고 신발을 신는다더라. 우리 아이도 한 달이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실제로 어휘력이 늘었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꽤 생겼다. 책도 흥미롭게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장애 통합반을 권했을 땐 눈물을 참는데 온 힘을 다 썼다. 발달 장애의 종류를 검색하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비관했다.
발달 검사를 진행하는 근 한 달 동안 아이는 또 성장했고, 어쩌면 단순 발달 지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움텄다. 굳이 장애 통합반에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젯밤 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생각에 초조했고 한편으론 정상이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했다. 생각 끝에,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아이의 발달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어도 또래에 비해 느리고, 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장애 통합반으로 가는 것이 아이를 위한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고, (지금은 어린이집에 세 시간만 있다가 하원 하는데) 친구들이 하원 하는 시간까지 함께 어울리며 잘 지낼 수 있는 규칙을 배워야 할 거다.
내 자존심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늘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인정하고 아이를 사랑으로 품어줄 수 있는 내가 되자고, 그럴 수 있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