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정말 있을까? 수 없이 했던 질문 중 하나다. 답을 찾을 수가 없어서,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서 "없는 것 같다"라고 단정 짓고 살았다.
그러던 내가 작년에 갑자기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기 위해선 반년간 예비자 교리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 또한 즐겁게 받았다. 아이 때문이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저 세계를 받아들이면 나에게도 하나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까, 아주 작은 긍정적인 영향이라도 끼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예수님을 믿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해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모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예전의 나로 돌아왔다.
며칠 전까지도 그랬다. 성당에 가자는 어머님과 시누이의 대화에 "난 신이 있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해놓고, 오늘 갑자기 홀로 성당을 찾았다.
첫 고해성사를 뒤늦게 하고 미사를 드렸다. 성당 마당에 있는 예수 상과 마리아 상을 보고 설움이 밀려왔다. 양 팔을 들고 계시는 예수 상의 예수님이 나를 향해 그 팔을 들고 계시는 것 같았다. 우리 아이를 돌봐주세요.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기적과 같이 기적까진 바라지 않으니, 우리 아이를 내치지만 말아주세요.
성당에 다녀온 뒤, 어린이집에서 하원 한 아이와 낮잠을 잤다. 몇 주 전부터 구하고 있었는데 도통 구해지지 않았던 언어치료사가 구해졌다. 산책 길에 아이는 드러눕거나 떼를 써서 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다. 먹고 싶어 하는 짜장면을 사주고, 귀여운 마카롱과 빵을 사주었더니 아이는 노래를 부르며 길을 걸었다.
신이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열혈 신자가 아니어서, 아니라 생각하는 걸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이 못돼서 정말 모르겠다. 그래도 종종 성당을 찾을 것 같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