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을 하기 위해 어린이집 현관으로 나온 아이의 손에는 액자가 들려 있었다. 가족사진을 위에 이것저것 붙여서 만든 것이었다. 대견한 마음에 호들갑을 떠는 내게 아이는 "못했어"라고 답했다. 아이의 말에 당황했다. 선생님은 "잘했어"라고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나는 아이에게 "못했다"라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이 역시 그 단어를 쓴 적이 없었다. 친구가 못 했다고 놀렸나, 비난을 했나, 느려서 따돌림을 당하나... 말이 느린 아이에게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서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진학하게 되어서 적응을 못하는 최악의 경우가 온다면 시골로 가자, 홈스쿨링을 하고, 아이와 함께 농사도 짓자. 아이의 "못했어" 한 마디에 시골로 생각을 마쳤다.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자 꽉 막혔던 숨통이 조금 트였다.
그리고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 정리를 시작했다. 알림장에 선생님의 메모가 있었다. 아이가 오늘 친구들에게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케이크 장난감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초를 부는 시늉을 했다고, 산책을 갈 때도 친구의 손을 잡고 잘 간다고 쓰여있었다.
마음이 놓이면서 나 자신이 한심했다. 아이는 저렇게 열심히 크고 있는데, 나는 도망갈 생각만 하고 있구나.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내가 문제구나.
언제쯤이면 나는 정말 괜찮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