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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Jun 01. 2017

이불 안도 위험해

SNS 블랭킷 증후군

나는 2016년 2월 11일부터 2017년 6월 1일까지 312개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올렸다. 4개월 정도 삭제한 기간을 생각하면 일주일에 대략 6개(하루 약 0.85개)꼴이다. 한참 인스타그램에 중독되어 있을 때는 주말 이불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SNS를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처럼 SNS의 인간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이 일종의 ‘블랭킷 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블랭킷 증후군’은 2~4세의 어린 아이들이 포근한 이불이나 인형 따위에 집착하는 증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피너츠라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라이너스가 자신만의 이불에 계속 집착하며 들고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블랭킷 증후군을 앓던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불, 인형에 대한 애착을 자연스럽게 놓아준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SNS상 인간관계에 대한 애착을 놓지 못하는 ‘성인형 블랭킷 증후군’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피너츠의 라이너스, 이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퍼거슨 1승!이라는 유행어를 생각해보면(퍼거슨은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다) SNS의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많은 것 같지만 SNS에는 나름의 긍정적 측면도 있다. 사람 간 소통은 물론, 본인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생길 때 올리는 2~3장의 사진은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주는 삶의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매번 이불을 끌고 쏘다니는 아이처럼 SNS를 모든 일상 속으로 끌고 다닐 때 발생한다.


SNS용 콘텐츠의 생산을 위해 일상의 생활을 바꾸는 사례들이 있었다. 일례로 한때 쓸고 지나갔던 치즈불갈비의 인기 이유를 늘어지는 치즈와 붉은 갈비의 조화가 사진 찍기 좋아서라고 분석한 글을 보았다. 맛있는 음식보다 사진 찍기 좋은 음식을 찾는 경증부터 업로드용 셀카 사진을 위해서 위험한 장소에서의 셀카를 감수하는 중증까지, 이런 증상들이 일상 속에서 SNS란 이불을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이다. SNS가 이불 밖의 본인 삶을 지배하게 둔다.

존경합니다

SNS를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나 또한 '성인형 블랭킷 증후군'을 어떻게 해야 할까란 고민이 있었다. 디지털 디톡스와 같이 일정 기간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대학생만 되어도 팀 프로젝트나 과제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직장인은 적용이 더 불가능하다. 다른 해답인 SNS의 삭제도 일시적이다. 결국 이불 밖에서 본인의 애착의 대상을 찾는 것, 즉 SNS란 블랭킷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지속성이 높은 해답이란 결론이 났다.


이불 밖에서 애착할 수 있는 취미들은 SNS를 인생의 주가 아닌 부로 격하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내 SNS 친구들 중에서는 자전거란 취미, 또 차라는 취미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취미들은 일상에 공고히 뿌리 내리고 있기에 이불 밖의 일상이 중심이 되며, 그것들에 대한 포스팅을 할 때 SNS의 장점인 기록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덕력이 스펙인 이 세상에서 그런 기록은 본인의 아이덴티티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 또한 과하면 문제겠지만)


주말 아침 이불 안에 누워서 의미 없는 본인의 셀카를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관음하는 계절은 누구의 인생에서나 필요하다. 인생은 고독하고 또 그 고독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올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인생이 이불 밖에 있는 것 또한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번 주말 이왕 이불 밖을 나섰다면 아까까지 덮고 있던 그 이불에 대한 생각을 잊어내는 것 또한 꼭 해내야한다.      


이불 밖도 위험하지만 이불 안도, 만만치 않게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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