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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Mar 23. 2018

김인복씨

길거리 한복판에서 김인복씨는 멘붕에 빠졌다. 그것은 정말 갑작스러운 일어었다. 풍경도, 날씨도 아무것도 변한것은 없었다. 마침 대형 전광판에서 뉴스들이 나오고 있긴 했지만, 새로울것 없는 소식 뿐이었다. 멘붕은 그가 깨달은 한가지 사실로부터 시작됐다. 김씨는 화려한 상점들이 늘어선 강남의 거리에 있었는데, 대낮의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곳엔 단 한명의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김 씨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곳에 아무도 없을 확률'에 대해 생각해본다. 분명 0%는 아닐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러나 그의 눈을 통해 보이는 황량한 번화가의 풍경은 여전히 납득할수 없었다. 무섭기보다는 의심스러웠고, 그 의심은 점차 김 씨 본인에 대한 의심으로 바뀌어갔다. 그는 차분히 머리속으로 오늘의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해봤다. 멘붕탓인지, 그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차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그것이 그의 시야에 보이게 된것은. 사람의 흔적을 발견한 순간, 김 씨는 스스로부터의 의심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김 씨는 차에 올라타자 마자 말을 꺼냈다.
"이런거 겪은적 있으세요? 길을 걷는데, 어느순간 도시가 텅비어있는. 언제부턴지도 모르게요."
 운전자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여전히 텅빈 거리를 보면서도, 어쩐지 그는 무심해보였다. 김 씨는 다시 불안해졌다.
"아뇨. 그건 무슨 기분이죠?"
마치 영화감상평을 묻는 듯한 말투였다.
"글쎄요. 무슨 기분이라기보단 그냥 두려워요. 뭔가가 잘못돴다고 생각하다가, 혹시 내가 잘못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 덕분에 그 의심을 거두게 되어 기쁘다는 얘기는 생략하기로 했다.
"생각해봤는데요"
 운전자는 몸을 돌려 김씨를 바라봤다.
"그럴땐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까요? 나같으면.. 그래서 여기 아무도 없다고, 사진도 찍어보내고 하면서. 왜 전에 뭐더라.. 무슨 영화 한장면 찍는다고 뉴욕 타임스퀘어를 통채로 비운적도 있었대요. 장관이죠. 텅빈 도시라는것도. 그래서, 어디로 갈까요 손님?"

 김인복씨는 이제서야 자신이 탄 차가 택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웃으며 행선지를 얘기했다. 그 주문에는 거침이 없었다. 김 씨는 이제는 아주 편안한 얼굴로 되돌아온 듯 보였다. 그리고 차가 출발하자, 그는 핸드폰을 꺼내어 기사의 말처럼 텅빈 번화가의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
다음날 오전, 투신한 김 씨의 시신이 한강 하류에서 발견되었다. 신속히 도착한 경찰은 그의 소지품을 조사해 신원을 밝혀내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복구된 휴대전화 주소록에는 몇몇 배달업체의 전화번호 외에 가족이나 친구, 지인의 연락처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는 이혼후 수년간 단칸방에 홀로 지낸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바로 옆집 이웃조차 그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사회부의 몇몇 기자가 왔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그것은 전혀 새로울것 없는 뉴스였던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사진 몇개는 그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들은 번화가의 인파사진이었는데,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찍으며 김씨가 마지막으로 느꼈을 감정에 대해 저마다 나름의 추론을 내놓았다. 그리하여 김인복씨는 연민 가득한 관계자들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무연고자 안치소에 안치되었다.


written by 공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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