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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덕임 Jan 06. 2022

30살, 결혼과 함께 이혼하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혼 중이다

누군가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결혼은 평생의 반려자 (내 편)를 만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도 결이 다른 두 주장이 공존하는 탓에

'도대체 뭐가 정답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은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무리 하고 싶다 해도 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결혼'

운이 좋았다고 표현해야 하는지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하는지

나는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숫자 3으로 바뀌기 전 결혼을 진행했다.


그때 당시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생각보다 많이 행복하고 우쭐했다.

왠지 모르게 주변에 있던 사람들보다 내가 조금 더 나아 보이는(?) 것 같고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남들보다 더 일찍 만난 덕에

함께 할 시간이 길어진 것에 대한 기쁨의 충만이 가득했다


여느 예비부부와 같이 나 역시도 결혼을 준비하면서 사소한 다툼이 많이 일어났다

그 탓에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에겐 마법과도 같은 주문이 있었다

'혹시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이 아니라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답으로 만들면 되니까'


돌이켜 보면 참 많이 싸웠다.

사실 그 어떤 연인들보다도 많이 싸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참 행복하고 따스했던 기억이었다

무언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서툴지만

우리만의 추억들이 쌓여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사랑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첫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기 60일 전 우리는 결혼 날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연기는 코로나라는 세계적 재난으로 인해 결국 세 번의 식을 연기하게 됐다.

그래도 '혼인신고'를 했고 이미 부부라는 법적 관계 아래 있었기 때문에 두려울 건 없었다


어쩌면 식도 올리지 않은 채 우리만의 신혼생활도 즐겼다.

함께 있으면서 투닥거리기도 하고 신랑 신부 라며 어릴 적 하던 소꿉놀이도 흉내 냈다

모든 게 내가 그리고 꿈꾸던 행복한 부부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만하면 괜찮다고 위안했다


하지만, 내 결혼생활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결혼식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결국, 이혼이라는 결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글은 사실

이혼소장을 받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내가 쓰는 나의 2년간의 이야기들이다


한 달간의 불화 두 달간의 별거 그리고 이혼소송까지

30년을 살면서 이처럼 아팠던 적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모든 건 변하고 있다

나도 이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20살 때 누군가의 말이 참 와닿았던 적이 있다

세상에 필요 없는 경험은 없다



누구나 어떠한 경험을 하면 그 경험은 결국 나에게 돌아와 무언가를 남긴다는 이야기였다

이 글이 끝날 때면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리고 얼마큼 성장했는지

과거에 어떤 후회를 남겼는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 성장의 단계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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