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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1> 분석

시각적, 서사적 특징을 중심으로

by 연정

좋아하는 영화를 말해보라 하면 가볍게 손발을 모두 동원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뽑기는 쉽지 않다. 사실 내가 지금 분석하려는 영화도 ‘가장 좋아한다’라고 하기는 뭣하다. 아직도 내 머릿속은 영화들끼리 전쟁 중이다. 어쨌든, 이번 분석의 영광을 누릴 영화는 바로 <드래곤 길들이기 1>이다. 내가 <드래곤 길들이기 1>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다. 환상적인 영상미, 그에 걸맞은 음악 등.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분석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이유와 같다. 바로 완벽하진 않아도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서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드래곤 길들이기 1>에 대한 분석은 시각, 서사, 청각 등을 따로 분석하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장면들을 몇 개 뽑아 그것들을 분석하기로 하겠다. 우선 <드래곤 길들이기 1>의 내용을 아주 짧게 간추리자면, 사람과 드래곤이 서로 적대적인 마을에 사는 족장의 아들인 ‘히컵’이 우연히 드래곤인 ‘나이트 퓨리’를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아버지는 ‘나이트 퓨리’를 이용해 드래곤 둥지를 찾아 전쟁을 치르러 떠난다. ‘히컵’은 친구와 드래곤들과 힘을 합쳐 문제가 된 드래곤을 처치하고 마을에 평화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드래곤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나는 평상시에도 하늘을 보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크고 푹신해 보이는 구름이 가득한 하늘 등 하늘이라면 뭐든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색도 파란색이다. 그래서인지 드래곤 길들이기 1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가 주인공 ‘히컵’이 ‘투슬리스(나이트 퓨리의 이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여주인공 ‘아스트리드’에게 들키고 그녀를 입막음하기 위해 함께 비행 했을 때이다. 처음 활주를 할 때는 ‘아스트리드’의 혼란과 공포, 그리고 ‘투슬리스’의 속도를 대변하듯 카메라가 위아래, 좌우로 마구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다 ‘아스트리드’가 절대 마을 사람들에게 둘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이때 앞 상황과는 완전히 대비되게 ‘투슬리스’가 속도를 늦추며 거의 둥실 떠오르듯이 하늘 위로 천천히 올라간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노을로 인해 분홍빛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펼쳐지는데, 이 장면이 눈물이 나게 예쁘다. 그리고 이에 맞게 ‘아스트리드’도 편안하고 놀라운 표정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하늘을 누비며 구름에 손을 뻗으며 비행을 즐기기도 한다. 이 장면이 아름다움을 넘어 황홀한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장면은, 카메라가 180° 돌며 세 인물은 화면상으로 거꾸로 뒤집히며 더 높이 올라가 하늘이 완전히 깊은 파란색으로 변화한다. 이 장면은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잊을 정도로 몽환적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1>의 메인 OST도 이 장면의 황홀함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 또 장면이 있기 전의 서사도 매우 좋다. 족장의 아들이지만 엄청난 약골인 ‘히컵’이 ‘나이트 퓨리’에게 공격당한다는 생각이 들자 아스트리드가 히컵을 바로 자신의 뒤로 숨기며 그를 보호하려고 하는 장면이 짧지만, 깊게 뇌리에 박혔다.

여자가 남자를 무의식중에 보호하는 장면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일 것이다. 아스트리드가 그저 히컵의 걱정을 돕는 역할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강한 여전사로서 할 일을 다 하며 필요할 때는 따끔한 충고와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드물게 아주 잘 만들어진 여자 캐릭터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장면은 앞 장면보다는 훨씬 짧은데, 바로 히컵과 그의 아버지 ‘스토이크’가 둥지를 찾아 떠나기 전 둘이 대립하는 장면이다. 히컵은 이 싸움이 이길 수 없는 싸움임과 아버지가 친구인 투슬리스를 살려놓지 않을 것을 알기에 모두의 희생을 막기 위해 아버지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제 말을 들어주실 수는 없어요?”라고 외치는데, 아버지가 그를 뿌리치며 “넌 그놈들과 어울렸어. 넌 바이킹이 아니다. 넌 내 아들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문이 아버지와 히컵 사이로 닫히며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단절과 상처를 보여준다. 이때 카메라가 아버지를 로우앵글로, 히컵을 하이앵글로 잡으며 아버지의 뜻을 꺾을 수 없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히컵의 무능함을 강조한다. 또 빛이 아버지를 등져 역광을 만들어내 아버지가 아닌 족장으로서 절대적 권력을 나타내는 듯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아들을 버려서라도 드래곤을 처치하고자 하는 의지를 넘어선 광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 문이 닫히며 히컵의 얼굴에 그림자가 점점 드리워지는데, 이는 히컵의 마음속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표현하며 절망적인 느낌을 준다. 이 장면의 서사는 위협으로부터 모두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싸워야 하는 아버지와 진실을 알고 모두를 보호하려는 아들 사이의 갈등이 매우 마음 아팠다. 모두의 상황이 이해 됐기 때문이다. 미쳐버린 아들을 뒤로하고 드래곤들과의 전쟁을 끝내러 가는 아버지와 개죽음을 말리려는 아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머금게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영화에서 자신 있게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은 앞의 두 장면보다 훨씬 짧다. 바로 전쟁이 끝난 후 한 쪽 다리를 잃은 히컵이 한쪽 꼬리를 잃은 투슬리스의 부축을 받아 걷는 장면이다. 카메라가 낮은 위치에서 서로에게 기대 희미한 빛을 향해 걸어가는 둘의 빈 다리와 꼬리를 비추는 장면은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이 장면이야말로 <드래곤 길들이기 1>을 최고의 영화로 만든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이 장면을 봤을 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거대한 흉터가 생긴 것도 아니고, 주인공을 아예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다니? 그것도 다리를 잃은 건데도 전혀 삶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서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말이다. 장애를 입고 인생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거나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 정도로 마무리하는 영화는 봤어도 <드래곤 길들이기 1>처럼 태연하게 주인공을 장애인으로 만들어 놓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많지만, 나는 이 메시지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 생겼는데. 그게 뭐 어때서? 다음 모험이나 떠나러 가자.” 장애인이라면 언제나 배려의 대상이고 정신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리더가 될 순 있어도 전사가 되거나 모험에 가장 앞장서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장애인이 그런 자리에 오르는 것을 고려해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다 대고 <드래곤 길들이기 1>이 내게 말했다. 왜 장애인이면 지도자가 될 수 없느냐고.


이렇게 <드래곤 길들이기 1>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들을 중심으로 나의 감상을 작성해보았다. 나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중 드림웍스를 가장 좋아하는데,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드래곤 길들이기 1>처럼 클리셰를 조금 바꾸는 게 아닌 아예 깨부수는 과감함 때문이다. 둘째는 굳이 아름답게 꾸미려 하지 않는 캐릭터들의 외모다. 세 번째는 뛰어난 그래픽이다. 그리고 <드래곤 길들이기 1>은 이 모든 것을 만족한다. 항상 영화를 보며 좋아죽기만 했는데, 이렇게 분석해보니 또 새롭게 좋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큰일이다. 아마 이 영화의 매력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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