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인 디 아일> 속 많은 시각적 특징들 중 프레임 속 선과 면, 숏과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공간의 구성 중 조명으로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분석할 시각적 특징은 프레임 내 선과 면이다. <인 디 아일>을 보며 든 전반적인 감상은 숨이 막힌다는 것이다. 마트 속 높고 좁게 들어선 진열대만으로도 답답하지만, 중간중간 넓고 탁 트인 길이나 평지를 비추며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수평선과 강력한 수직선을 연달아 보여줘 마트 안을 볼 때의 답답함이 강조된다. 그렇다고 평지를 보여줄 때 어딘가 막히는 기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화면을 매우는 수평선들은 안정적이지만 입체적이지도 않아 눈앞에 보고있어도 별로 실감나지 않게 느껴진다. 또 물류창고에서 한 숨 돌릴 때 마저 화면을 매우는 팬스로 뒷배경이 막혀있어 화면을 평면적으로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한 층 더 답답함을 느끼게 만든다.
다음으로 분석할 시각적 특징은 숏의 크기와 움직임 등의 카메라 기법이다. 다양한 숏의 크기와 카메라의 움직임의 결합이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넓은 대지나 마트의 풍경을 멀리서 보여줄 때 쓰인 익스트림 롱숏 또는 롱숏을 이용하였고, 이런 숏들이 연속적으로 빠르게 지나갔는데, 이때 카메라는 가만히 있거나 아주 느리게 좌에서 우로 트래킹한다. 결과적으로 수평적이거나 깊은 화면이 가만히 멈춰있어 정적인 느낌이 부각된다.
미디움 롱숏과 미디움 숏은 인물간의 대화 외에도 지게차를 몰 때 쓰이며 카메라는 지게차와 같은 방향으로 트래킹한다. 이를 통해 답답한 마트 내부에서도 꽤 속도감 있고 경쾌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움직이는 지게차를 앞에서, 좌에서 우로 옆에서, 뒤에서 따라가며 트래킹하기도, 때론 멈춰서 지게차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도 하며 지루하지 않게 화면을 구성한다. 또, 인물을 비추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지게차로 물건을 옮길 때이다. 지게차 위에서 정처 없이 흔들거리는 상자들을 사람이 볼 수 없는 진열장 꼭대기에서 하이 앵글이나 익스트림 하이앵글로 비추기도 하다가, 로우앵글로 가는 목을 끝까지 뺀 지게차의 흔들림을 꼼짝도 하지 않고 지켜보며 보는 이까지 긴장으로 몸을 굳히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 속 인물의 굳은 뒷모습을 미디움 롱숏-롱숏으로 뒤로 트래킹하여 양옆의 진열대에 갇혀 점점 벽이 좁혀 오는 듯이 연출하여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클로즈업이 가장 많이 쓰이는 장면은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낄 때이다. 남주인공이 처음으로 여주인공을 본 순간 클로즈업 된 여주인공의 옆모습, 여주인공이 몰던 지게차에서 그녀의 머리끈을 발견했을 때, 그리고 집에서 그 머리끈을 남주인공이 가만히 들여다 볼 때, 클로즈업이 쓰인다. 또, 남주인공이 여주인공과 커피 자판기 앞에서 처음으로 대화할 때 남주인공의 시선이 카메라의 시선이 되어 여주인공의 명찰, 목걸이, 귀걸이, 눈, 웃는 모습이 클로즈업되는데, 이는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사랑에 빠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또 남주인공인 술에 취했을 때도 미디움 클로즈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잡하게 움직이는 조명, 위에서 아래로 흔들리며 남주인공의 얼굴을 비추는 화면, 남주인공의 얼굴 외의 배경이 과하게 아웃포커싱 된 것으로 남주인공의 취기와 혼란스러움과 절망이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구성을 조명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겠다. 영화 속에서 자연광과 인공광이 각각 앞서 언급한 수평선, 수직선과 결합하여 교차편집되는데, 이를 통해 편안함, 안정감과 차가움, 답답함의 대비가 극대화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인공광이 자연광과의 대비를 위해서만 쓰이지는 않는다. 마트 내부만 해도 인공광이 낮에는 환한데 밤에는 반도 켜져 있지 않아 주위가 전반적으로 어둡다. 많은 경우 이때 불빛은 화면의 중간 즘에 위치하는데 이 시간은 직원들만 있는 시간이므로 고객에게서 벗어나 직원들에게 비추어지는 은은하고 안정감 있는 스포트라이트 같은 느낌을 주는듯하다. 또한 주위는 어둡고 아이레벨에서 불이 빛나니 아지트처럼 비밀스럽거나 아늑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인공광은 각 인물의 집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나오는데, 남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조명의 색상과 위치로 확인할 수 있다. 초반에는 남주인공의 등을 비추는 카메라, 그리고 그 뒤로 비추는 조명이 창문 유리에 반사되어 보이며, 이로 인해 주인공에게서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의 머리끈을 책상에 앉아 보는 장면에서는 책상 위에 놓인 조명이 머리끈을 환하게 비추다가 주인공의 등으로 화면이 전환되며 카메라가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데, 이때 조명이 남주인공의 가슴에서 빛이 나듯이 뻗어 나오고 있어 희망적인 느낌을 준다. 남주인공이 부엌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면에서는 차가운 부엌 조명이 남주인공을 위에서 아래로 비추어 상실감과 절망을 더욱 강조한다.
이로서 내가 생각하는 <인 디 아일> 속 핵심적인 시각적 특징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인 디 아일> 속 시각적 연출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울타리를 넘어 눈앞의 대지에 뛰어들어 마음껏 햇볕을 쬐고 싶게 만든다. 그만큼 마트 안의 숨막히는 답답함, 어두움이 잘 강조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객들이 없는 직원 휴게실이나 밤의 마트만은 안이 어디보다도 신비로우며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물의 대사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감정선을 이해하는데 힘들었었는데, 시각적 요소를 곱씹어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퍼즐이 맞줘진 기분이 든다. 여느 잘 만든 잔잔한 영화들이 그렇듯, <인 디 아일>은 영화를 보던 중이나 본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