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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co Dec 09. 2021

매선녀와 누리꾼

<내맘대로 매탈문학관> 첫 번째 이야기

어느 날 낚시가 취미인 매선녀가 며칠 전 내려둔 통발을 확인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바다를 유심히 살피던 매선녀는 통발 안에 들어있는 물체를 확인하고는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어요.

"와 저 머지? 문어 아이가? 우와 저거 옥황상제님한테 갖다 주면 억수로 좋다카겠네."

옥황상제와 문어를 안주로 술 한잔 할 생각에 신이 난 매선녀는 통발을 건지기 전에 옷이 젖을까 봐 바지를 벗어 고이 접어두고 하의실종 상태로 바다에 들어가 통발을 건졌어요.

문어를 획득한 매선녀는 입이 귀에 걸린 채로 바다에서 나와 옷을 찾았지만 놓아둔 곳에 옷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녀용 여름 한정판 라운지웨어 냉장고 바지에는 날개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바지가 없이는 매선녀는 하늘에 올라갈 수 없어요.

매선녀는 곰돌이 푸우 같은 모습으로 열심히 바지를 찾았지만 바지는 보이지 않고 매선녀를 빤히 쳐다보는 노란 고양이 한 마리만 발견했지요. 고양이는 바람에 날려 바지가 날아갔나 하고 열심히 바다를 살피는 매선녀를 히죽대며 쳐다보고 있었어요.

매선녀는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고양이의 표정이 너무 사람 같았기에 혹시 날개 바지를 보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노란 고양이는 대답을 했어요.

"봤지."

"우와. 진짜가? 으데 있는데?"

"내가 숨카놨지."

어이가 없어진 매선녀는 고양이 누리꾼에게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누리꾼은 심드렁한 얼굴로 앞발을 핥으며 대답했어요.

"내가 얼마 전에 몸을 풀었는데 생각해보니 출산휴가를 좀 가야겠다 싶데. 근데 애들을 두고 어떻게 가겠노. 내 아들 좀 봐주소. 그럼 바지 돌려줄게."

매선녀는 그럴 수 없다며 바지를 돌려달라고 통사정을 했지만 누리꾼은 애들이 독립할 때까지 키워주면 바지를 돌려주겠다며 조건을 내걸고는 문어를 물고 유유히 출산휴가를 가버렸어요.


빽빽 울어대는 아기 고양이들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집에 들어간 매선녀는 정성을 다해 아기 고양이들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면서 온갖 저지레를 했고 출산휴가를 다녀온 누리꾼마저 집에 버티고 누워 자신의 수발을 들게 했기에 매선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어요.


어느덧 아기 고양이들이 자라 얼굴이가 독립을 할 준비를 하고, 생쥐보다도 작았던 막내가 시궁쥐만 해지자 매선녀는 이제 슬슬 하늘로 돌아가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누리꾼이 제대로 숨겨놓지도 않아 방석 밑으로 삐죽 튀어나온 날개 바지를 보며 매선녀는 이런저런 궁리를 했지요.

'내 이제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 하나? 뭐라카면 우짜지? 에이. 애들 독립할 때까지라고 했으니까 뭐.

잠깐. 막내 쟈는 우짜지? 쟈 저리 작아서 나 없이 살겠나 저거... 막내는 데리고 가야 되겠다.'

매선녀는 주부습진이 생긴 손에 바셀린을 바르며 궁리 끝에 결정을 내렸어요.


날이 밝자 매선녀는 날개 바지를 입은 후에 막내를 옆구리에 끼고 날아갈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막 집을 나서려는 찰나에 어디선가 조그맣게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지 뭐예요.

소리의 출처를 찾아간 매선녀는 창고에서 누리꾼을 쏙 빼닮은 갓난 아기고양이 세 마리를 발견했어요. 기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매선녀는 고양이들을 품에 안고 누리꾼에게 달려가 따졌습니다.

"이... 이 먼데? 우와. 이 먼데?"

"내 새끼들인데."

누리꾼은 귀를 득득 긁으며 대답했어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이 아들을 내보고 우야라고! 저 아들 독립할 때까지만 키우람서!"

"한 번만 낳는다고는 안 했다."

뻔뻔한 누리꾼의 태도에 매선녀는 기도 막히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누리꾼이 눈을 부라리자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나서 문드러진 속을 혼자서 다독였습니다.


그리하여 매선녀는 또다시 육묘의 늪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셋이니 좀 낫겠지 하고 매선녀는 위안을 삼았지만 똑똑한 만큼 호기심도 많고 나대기 좋아하는 까칠이는 다른 고양이의 세 배만큼 사고를 치고 다녔지요.

매선녀는 하루하루 너무 바쁘고 고단해서 탈출 생각을 할 시간도 없는 데다, 밤이 되면 눕자마자 곯아떨어져서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어요.

살이 쭉 빠져 피골이 상접하고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매선녀가 안 되어 보였는지 누리꾼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과 드렁허리 등을 잡아다가 매선녀에게 툭 던져주었습니다. 그것들을 고아먹고 기운을 좀 차린 매선녀는 어느새 까칠이와 점남이, 소시미가 훌쩍 자랐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매선녀는 이제 대놓고 방 안에서 굴러다니는 날개 바지를 보며 이제는 진짜 하늘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음날 매선녀는 날개 바지를 곱게 차려입고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인사를 하는데 다리가 보이지 않았어요. 걱정되는 마음에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매선녀는 곧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다리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이 뭐고? 아 누가 그랬노? 이놈아가? 내 이놈의 자식을 그냥... 가만, 이럴게 아니지. 니 병원부터 가자."

매선녀는 혼비백산한 채로 다리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갔어요. 다행히 상처는 그다지 깊지 않았지만 염증이 생겨 수술을 해야 했기에 옆구리털을 밀어야 했습니다.

다리는 막상 다쳤을 때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에는 씩씩하게 참아냈지만 집에 돌아오는 동안 내내 흐느껴 울었어요.

동네에서 알아주는 미녀 고양이인 다리는 다쳤다는 사실보다도 왕 큰 땜통이 생긴 배와 옆구리가 너무 창피해서 계속 매선녀를 보채며 엉엉 울기만 했답니다. 매선녀는 금이야 옥이야 곱게 기른 다리가 계속 흑흑 울자 마음이 찢어지는 듯이 아파서 열심히 다리를 달랬어요.

"털 민 거 그래 눈에 잘 안 띈다 아이가. 내 예쁜 환묘복 사줄게. 리본도 달리고 이쁜 놈으로다가 하나 사줄 테니까 고마 울어라. 그 로, 로켓배송으로 주문하면 하루 만에 온다카드라. 오늘만 참으면 내일은 내가 예쁘게 공주님처럼 입혀줄게."

다리는 여전히 속상했지만 끊임없이 달래는 매선녀의 성의를 봐서 히끅대며 울음을 그쳤습니다.

집에 들어가자 이놈 고양이를 잡으러 간 무니를 제외한 가족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굴었지요. 그래서 기분이 조금 좋아진 다리가 밥을 먹으려 하는데 눈치 없는 남동생 점남이가 다리에게 말을 걸었어요.

"와 다 큰 처녀가 숭하게 그게 뭐꼬? 털 억수로 많이 밀어뿟네. 누나 니 이쁜 척 억수로 하고 다니더니 뱃살이 장난이 아이네?"

누리꾼이 황급히 달려와 점남이를 후려쳤지만 다리의 눈물이 또다시 터지고 말았답니다.

밥도 굶은 채로 울어재끼는 다리를 참담한 기분으로 바라보던 매선녀는 큰 결심을 하고 입고 있던 날개 바지를 벗었어요. 가위를 쥔 손이 벌벌 떨렸지만 매선녀는 과감하게 바지 다리 한쪽을 잘라 다리의 환묘복을 만들어 주었지요.


패셔너블한 홈웨어로 치장하고 나자 다리는 다시 애교 많고 다정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어요. 매선녀는 날개 하나가 잘려나간 바지를 끌어안고 엔진과 모터를 살짝 손보면 날개 하나로도 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어요.

매선녀는 신나게 뛰어노는 다리의 모습을 보며 잘려나간 날개로 인해 허전한 마음을 달랬지만 그것도 잠시, 다리는 다시 시무룩해져서 방구석에 틀어박혔습니다.

매선녀가 바람 쐬러 마당에 나가자고 달래 봐도 듣지 않고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친구인 눈썹이가 놀자고 불러도 못 들은 척해서 매선녀의 애간장을 태웠지요. 왜 그러는지 매선녀는 다리에게 계속 물었지만 사실 이유를 알고 있었어요.

급하게 만든 환묘복은 사실 좀 엉성했지요. 서둘러 만드느라 바느질은 삐뚤빼뚤했고 재단이 잘못되어서 터진 곳도 있었어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우느라 협조를 안해준 다리 대신 까칠이의 치수를 재서 만들었기에 어떤 곳은 꽉 끼고 어떤 곳은 남아서 헐렁대는 터라 다리의 옷발이 영 살아나지 않았어요.

착한 다리는 자신을 위하는 매선녀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불평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멋쟁이 아가씨 다리가 옷이 눈에 차지 않아 밖에 나가기가 부끄러워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선녀는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어요.

매선녀는 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위를 들고 바지의 나머지 다리 부분을 잘랐습니다. 이렇게 해서 날개 바지의 날개는 모두 잘려나가고 말았지요.

매선녀는 피눈물을 삼키며 혼신의 힘을 다해 다리의 환묘복을 새로 만들었어요.

바이어스를 덧대어 흰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다리의 늘씬한 몸매에 딱 맞게 만든 새 환묘복을 보고 다리는 무척이나 기뻐했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자 마치 날개라도 단 듯한 발걸음으로 눈썹이와 놀러 나가는 다리를 보며 매선녀는 핫팬츠로 변신한 날개 바지(였던 것)를 만지작거렸지만 다리가 행복하니 됐다고 생각했어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매선녀의 희생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세상에 퍼져나갔답니다. 사실 매선녀가 한파가 극성인 한겨울에 핫팬츠를 입고 건강한 각선미를 뽐내며 살이 에이는 듯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온 동네를 활보하는 통에 소문이 안 날래야 안 날수가 없었지요.

매선녀의 사정이 널리 알려지자 그의 심성에 감복한 이들로부터 온정의 손길이 쏟아졌어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후원하는 착한 기업인 LG에서는 작은 털 하나도 놓치지 않고 헤드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A급 도둑풀까지 빨아들이는 코드 제로 청소기를 후원해 주었지요.

할아버지네에서 가져온 빨간 청소기만 세상에 존재하는 줄 알았던 꼬리는 새로운 친구를 선물 받고 무척 기뻐하며 백색가전은 역시 LG가 최고라는 말을 반복했답니다.


매선녀는 이제 싫어도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으니 아이들의 교육에 적합한 좀 더 넓은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 선가 까칠이가 어디서 뭘 듣고 왔는지 서울대를 가겠다며 공부방을 만들어 달라고 졸랐거든요. 부산스러운 장소에서는 공부가 안 된다며 가장 부산스러운 주제에 양심에 털이 났는지 불평을 늘어놓는 까칠이에 더해 막내까지 자신의 사냥감을 보관할 프라이빗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매선녀를 조르기 시작했지요.

소시미는 자꾸 점남이가 자기 방에 들어온다며 소심하게 매선녀에게 일렀고 꼬리는 형의 덩치가 커서 자기 자리가 너무 좁다고 불평했어요.

순하고 우직한 무니마저 까칠이가 자꾸 변태처럼 자기 젖을 빨려고 드니 접근을 금지시켜 달라고 매선녀에게 부탁하자 매선녀는 이사를 심사숙고하게 되었답니다.

많은 고민 끝에 대가족은 결국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사를 가게 되면 공기청정기도 하나 필요하게 될 텐데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는 항균효과가 있어 황색 포도상구균, 대장균 등을 99.9% 없애준다고 해요. 막내는 저번에 꼬리가 청소기를 리뷰했으니 공기청정기가 생긴다면 이번에는 자기가 쥐를 잡아와서 정말 항균효과가 있는지 자세히 리뷰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호흡기 건강과, 사방으로 날리는 털로 인해 혹시라도 매선녀에게 생길지 모르는 비염을 예방하기 위해 가습기도 필요하겠지요. 요즘 나오는 복합식 가습기는 반려동물이나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도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까칠이 같은 사고뭉치가 있어도 걱정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위닉스에서 좋은 복합식 가습기를 만든다던데...


자신의 날개를 잘라 다리에게 날개를 달아준 아름다운 매선녀의 설화는 새로운 곳에서 계속됩니다. 그의 이야기가 널리 널리 퍼져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는 유료광고 표시를 없애고 슈퍼챗이 가능하게 설정한 라이브를 가능한 자주 해야 한다고 해요. 매선녀와 누리꾼의 이야기는 메마른 감성을 가진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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