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nette Apr 29. 2024

우리를 위한 비

내가 그를 위해 흘렸던 눈물. 그를 위해 쏟았던 생. 그를 위해 채웠던 시간. 그를 위해 비웠던 마음. 그를 생각하던 밤. 물음표. 적막. 

온점. 온점. 온점. 

잠에 들지 못하고 아침에 새가 우는 소리. 붉게 붉게 떠오르던 새벽해.

순수함의 종말. 무지의 절정. 그리움의 결정. 슬픔의 바다. 후회의 부표. 

그로 인해 놓친

그를 위해 흘려보낸 

나의

인연들. 

누군가가 될 수 있었던 타인들.


아픔의 시작과 끝. 고통의 인사와 고통의 그림자. 고통이 남긴 사막. 

그 사막 위의 발자국. 횡단한 흔적. 


자정의 인천 공항. 내 귀를 채우고 흐르던 낯선 이들의 웃음소리. 

이륙할 때 먹먹해지던 귀.

차창에 고인 새벽 이슬. 그 반사된 빛이 비추던 어떤 얼굴.

이제는 완벽히 떠올리기 어려운 얼굴.


나의 처음. 나의 순결. 나의 패배. 나의 성공. 나의 깨우침. 나의 성장. 그리고 나의 끝.

남김없이 솎고 지나는 어떤 빛의 그림자. 어떤 시대의 흔적. 

존에프케네디 공항에 랜딩하는 비행기. 기장의 안내방송. 귓바퀴에 고여 있던 눈물. 

차마 깰 수 없었던 잠. 깨고 싶지 않던 잠. 


늦겨울 뉴욕의 서늘한 공기.


다른 생에서 그와 술 한 잔 하는 꿈을 꾼다. 

집도 길도 아닌 곳에서.

우리를 위한 비.

우리를 위한 눈…




keyword
작가의 이전글 24년 1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