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유리창이 벽면 전체에 붙어 있는 아담한 벽돌 건물에 진한 커피향이 베어 나온다. 마당에는 오죽이 기품있게 솟아 있다. 돌확에는 이끼가 끼였고 오래된 화강석은 자연 테이블이 돼 마당 한켠에 떡하니 자리했다.
연분홍 배롱나무 꽃이 격자무늬 주방 창문 밖으로 피었다. 양 때 구름이 창밖으로 푸르른 하늘에 떠 있는 오전의 한 때다. 신기자 씨가 아들 신남자 군과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이곳은 양산시 물금읍에 백수회 선생을 모신 송담서원 옆 아웃셋 카페다. 백수회 선생은 조선시대 인물로 "조선의 개가 될 지언정 왜놈의 신하가 되지 않겠다"고 한 지사형 선비다.
아웃셋 카페는 송담서원에 흙으로 구운 기와의 흘러내림과 흙담을 보며 음료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세로형 창가에 정오의 깨끗한 햇살이 들어온다. 인근 아파트에사는 직업 없는 40~50대 여자들이 반쯤 차려 입은 원피스에 백옥 같은 목덜미를 드러내며 프랑스 귀부인처럼 고개를 주억거린다.
카페 지기인 젊은 청년은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아닌 세련된 표준어를 쓰면서 "커피는 자리에 앉아 계시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고 말한다. 기자씨는 때 묻은 노트북을 열고 새로 이직한 인터넷신문사 기사입력 프로그램 적응 훈련 중이다.
평일 정오 무렵에 카페에서 여유롭게 한 때를 보내는 기자씨는 언론사에서만 15년을 근무한 중견급 기자지만 이렇다할 특종이 없이 보도자료 올기에 급급한 생활형 언론인이다. 그는 이직한 인터넷언론사에소 특종 기사를 써 단체장이 싹싹 빌며 기사를 내려 달라는 요구를 받는 꿈을 꾼다. 지역주민이 기자씨를 만나면 존중의 눈빛을 보내고 참기자라는 평판이 나 있다. 향후에 글쓰기 강좌 및 학원을 열어 큰 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한다. 신씨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