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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Jun 27. 2022

푸코. 3) "감시와 처벌" - 3, 4 부

3부. 규율     


제1 장.   순종적인 신체


규율, 훈련은 복종하고, 통제 가능하며, 효용성 있는 신체를 탄생시킨다. 이런 신체를 순종하는 신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방식은 수도원, 군대, 작업장에서 오래전부터 실행되고 있었다. 17세기와 18세기를 거치면서 순종하는 신체를 지향하는 규율, 훈련 방식은 권력의 일반적인 지배 양식이 되었다.      


공간분할이라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손종적 신체를 만들어간다. 규율은 독방, 서열이 있는 공간 등을 조직함으로써  위계적인 질서를 갖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런 공간은 개인을 평가하고 상벌을 부여하는 공간이기에 위계적 질서가 투영된 상징적 공간이다. 어느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신체에 적용되는 규율이 다르다.       

    

순종적인 신체는 또한 시간 분할과 함께한다. 규율은 행위 하나하나를 시간에 따라 통제한다. 행위는 여러 요소로 분해되고, 신체와 팔다리, 그리고 관절의 위치가 정해지며 하나하나의 동작에는 방향과 범위, 소요 시간이 설정되고, 그것들의 연속적인 순서가 정해진다. 시간이 신체를 관통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권력의 모든 치밀한 통제가 이루어진다.  (군대, 학교, 공장에서 규율이 적용되는 신체를 보라)  


인간에 대한 통제와 그 활용을 위한 세심한 관찰, 그리고 동시에 사소한 것에 대한 정치적 파악은 일련의 총괄적인 기술과 지식, 데이터 등의 일괄적인 자료를 수반하게 된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에서 근대적 휴머니즘의 인간이 탄생하게 되었을 것이다.  (근대적 휴머니즘의 인간은 규율에 의해 순종하는 신체를 가진 인간이다.)

        

       

제2장.  효과적인 훈육 방법        

  

규율을 근간으로 하는 권력이 사용한 수단은 위계질서적인 ① 감시의 눈빛, ② 규범화된 상벌 제도, 그리고 이들을 이러한 권력에 특유한 방식인 ③시험을 통하여 결합시키는 방식 등이다.      


① 규율의 행사는 시선의 작용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기술에 의해 권력의 효과가 생기는 장치이다. 완벽한 감시의 장치라면, 단 하나의 시선만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선을 따라서 권력이 침투된다.          


이러한 완벽한 감시장치가 있는 시설은 군대의 야영지가 이상적이 모델이다. 야영지는 의도에 따라 만들어지고 개조된 것이며, 본다는 것의 효과로 작용하는 권력의 한 방식이다. 노동자 공동주택지, 병원, 보호시설, 감옥, 학교 등의 건설계획 안에서 이러한 야영지가 기초가 되는 원리, 즉 위계 질서화한 감시가 존재하는 공간이 계속 발견될 것이다.      


② 규율의 구조는 일종의 ‘하위의 형벌제도’를 확립하면서 성립한다. '하위의 형벌제도'는 법률에 의해서 통제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모든 행위들을 평가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업장에 들어갈 때 직공은 서로 인사를 할 것, 퇴실할 때는 상품과 사용한 도구들을 잘 정돈하고, 동료를 몸짓이나 그 외의 방법으로 웃겨서 주의력을 떨어 뜨려서는 안된다”와 같은 규율을 정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규율이 조금이라도 소홀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따르지 않는 일체의 사항은 처벌할 수 있는 사항이 있다.      

        

③ 시험은 감시하는 위계질서의 기술과 규격화를 만드는 상벌 제도의 기술을 결합시킨 것이다. 시험은 규격화하는 시선이고, 자격을 부여하고 분류하고 처벌할 수 있는 감시이다. 시험은 개개인을 분류할 수 있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시험이란 권력이 대상을 시험 결과에 의해 상벌을 정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이제 끝없는 시험과 강제적으로 대상을 객관화시키고 정당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험은 또한 개인을 자료의 영역 속으로 집어넣는다. 시험은 섬세하고 정밀한 모든 기록을 계속적으로 남겨 놓는다. 개인을 감시 영역 안에 두는 시험은 또한 개인을 기록 망 속에 넣어둔다.           



제3 장. 일망 감시 방법     


나병에 대한 사회가 행한 방식이 추방의 의식을 만들어낸 것이 사실이라면, 페스트는 규율의 도식을 탄생시켰다. 나병환자는 배척, 추방, 봉쇄의 현실 속에 사로잡혀서, 대중 속에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병에 대한 고대적 대응 방식). 그 반면에 페스트 환자는 추방되지 않고 각 공동체 안에서 감시되고 강력한 규율에 의해 통제되고 선별적으로 관리하였다(병에 대한 근대적 대응 방식). 


페스트가 발생할 경우 개인들은 고정된 자리에서 꼼짝 못 하고, 가장 사소한 움직임도 통제되며, 모든 사건들이 기록된다. 권력은 위계질서를 완벽하게 행사하며, 개인은 기록되고 검사 된다. 이러한 모든 것이 규율 중심적 장치의 충실한 모형을 만든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에 대응하는 방법이 질서이고, 질서는 모든 혼란을 정리해 주는 기능을 갖는다.      

      

벤담의 ‘일망 감시시설’은 이러한 페스트 관리방식의 건축적 형태이다. 이론적인 차원에서 '일망 감시시설'은 사회 전체와 그것을 관통하고 있는 권력의 제 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이며, 현실적으로는 군주라는 존재의 힘을 빌지 않고서도 권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신체와 힘의 예속 방안을 규정하는 방식이다.

   

벤담은 이러한 규율을, 결함이나 중단 없이 사회를 관통하면서 도처에서 항상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여러 가지 장치의 그물망으로 만들기를 꿈꾼 것이다. 권력에 대한 벤담식의  일반화는 고전주의 시대(17-18세기)에 이루어졌다.    

  

       

4감옥      


제1 장.  완전하고 준엄한 제도    

  

법률을 어긴 자들을 다수의 군중들 앞에서 전시하듯 처벌하는 방식에서 감옥에 감금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권력의 힘은 법률의 적용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는 근대적 형태의 감옥이 탄생하면서 법률이 예전보다 강력하게 권력의 지배방식의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범죄자를 감옥에 감금한다는 사고, 즉 감옥 감금의  '명백한 논리성'은 무엇보다도 ’ 자유의 박탈‘이라는 사고에 기반한다. 자유의 상실은 모든 이에게 똑같은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벌금보다 더 나은 평등한 징벌이다. 이는 감옥의 법률적 명확성이 있을 뿐 아니라 시간으로 형벌을 정확히 수량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법률을 어긴 자들을 그 경중에 따라 자유 박탈의 시간을 정한다는 이와 같은 논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교환 원리와 일치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교환은 동일한 가치를 교환할 때 정당성을 얻는다. 교환 원리가 통용되는 사회에서 처벌의 강도와 시간의 길이의 일치를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제  감옥에 법률을 어긴 만큼 감금되는 것은 ’ 당연한’ 것이 되었다. 

      

감옥이 감옥 개혁운동에 의해 때때로 흔들리는 무력한 제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감옥 개혁운동은 감옥 제도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감옥을 새롭게 변화시켜 그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모습을 바꾸는 것이다. (감옥이 문제가 있는 부분을 개선했다고? / 아니야! /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 통제를 새롭게 하려는 거야! / 뭐, 이런 뜻입니다.)

   


 제2장. 위법행위와 범죄      


쇠사슬에 묶인 죄수들의 행렬이 지나가는 도시에서는 대부분 축제 분위기가 있게 되었다. 거기에서 범죄자들은 회개의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처벌을 부정하는 열광적인 기쁨의 폭발적 감정을 드러내었다. 도형수(노동형)들은 스스로 쇠 목걸이와 쇠사슬 장식품에 리본, 땋은 밀집, 꽃, 또는 값비싼 리넨 천과 같은 장식물을 덧붙였다. 죄수들은 해가 질 때까지 싸움터의 주인인 양 거들먹거렸다.    


1837년 7월 왕정이 '쇠사슬 행렬'을 없애고 '죄수 호송차'를 결정한 것은 이와 같은 배경에서였다. 새로운 운송수단인 '죄수 호송차'는 매우 면밀하게 고안된 기계장치였다. 굴러가는 감옥으로 구상된 수레, 중앙의 통로가 맨 앞에서 맨 뒤까지 수레를 두 부분으로 나누고 있으며, 양쪽에는 각각 6개의 독방이 설비되어 그 안에 수감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약 45센티미터의 쇠사슬을 사이에 두고 그들의 발목에 채워져 있으며, 그들의 다리는 금속으로 된 무릎 가리개로 속박되어 있다. 호송차는 일망 감시 장치의 동적인 등가물이며 하나의 교정 장치였다.    

     

교정장치로서의 감옥은 재범을 유발한다. 감옥은 어김없이 비행자들을 만들어 낸다. 재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감옥은 수감자의 가족을 빈곤상태에 떨어뜨림으로써 간접적으로 비행자를 만든다. 이러한 결과를 보고 결국은 감옥이 실패하였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감옥은 실패했다는 비판을 뒤집어 볼 때, 감옥의 실패는 권력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지속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감옥이 재범자를 양산하는 것은 권력의 의도이다)


감옥에서 재범자를 지속적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재범자들의 위범 행위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멋대로 하게 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압박을 가하며 일부의 사람들을 배제하고, 다른 일부의 사람들을 쓸모 있게 만들며, 이쪽 사람들은 무력하게 만들고, 저쪽 사람들은 이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감옥의 실패는 의심할 여지없이 바로 이 점에 입각하여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경찰력은 매춘부, 무기밀매, 마약밀매 같은 범죄를 통제 가능하다(통제 가능하다는 것이 범죄 재범을 막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들이 감옥의 교정 실패에 의해 다시 사회로 돌아가면 권력의 통제기술은 그들의 지속적으로 경계, 감시한다. 그들은 사회적 범죄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다시 통제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감옥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은 그들을 정기적으로 범범자로 만들고 다시 감옥에 집어넣으면서 지배집단의 통치술이 적용되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권력은 범죄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다시 통제하며 사회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야! 시민들아! 우리 권력이 무질서를 잘 통제하며 질서화시키고 있지. 우리 잘하지! 한다는 말입니다.)      



제3장 감옥 체계     

    

이미 살펴보았듯이, 형사사법에서 감옥은 처벌 절차를 교정, 교화의 기술로 변모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와 같은 교정교화의 기술이 전 사회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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