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러웨이 선언문” 중 ‘사이보그 선언’은 ① 『집적회로 속 여성들을 위한 공통 언어라는 아이러니한 꿈』 ② 『금이 간 정체성들』 ③ 『지배의 정보과학』 ④ 『‘가정 밖의’ 가사 경제』 ⑤ 『집적회로 속의 여성들』 ⑥ 『사이보그 : 정치적 정체성의 신화』 등 총 6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서문에서 ‘캐리 울프’는 “나로서는 30년 넘게 비판이론과 문화이론에 관한 문헌을 읽어왔지만, ‘사이보그 선언’에 견줄 만한 걸작은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례사 비평이라는 말이 있듯 서문을 쓰면 좋게 쓰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보고 서문을 읽어보았는데 서문의 말이 그리 과장만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이보그 선언’이 시대에 거대한 질문을 한 책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이보그 선언’이 6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니 6회에 걸쳐서 각 파트마다 주요 문장을 설명하며 소개하는 글을 올리려 합니다.
“사이보그 선언” - 해러웨이
Ⅰ. 집적회로 속 여성들을 위한 공통 언어라는 아이러니한 꿈
1) “이 글은 페미니즘, 사회주의, 유물론에 충실하면서 아이러니한 정치 신화를 세우려고 시도한다. ---- 나의 아이러니한 믿음, 신성모독의 한 복판에 사이보그의 이미지가 있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인 해러웨이는 신성모독, 아이러니의 언어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녀의 전략 중심에는 사이보그의 이미지가 있다.)
① 신성모독 : 사회주의 페미니즘, 세속화된 종교, 복음주의가 깊이 스며든 미국 전통에서 채택한 방법이다. (지속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아서 해러웨이의 의도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② 아이러니 : 상대와의 관계에서 합일을 찾기보다는 모순과 긴장을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나가 전적으로 옳고 다른 것이 그르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언어는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개인, 사회,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아이러니 상태를 버티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③ 사이보그 이미지 : 정보과학 시대에 인간은 혼성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과 과학의 산물은 호환 가능하여 혼종성이 강화된다는 말이다. 이를 이미지로 잘 나타내는 것이 인간과 기계가 결합하여 전기적 신호로 서로 피드백하는 사이보그이다.
2) “사이보그는 허구이면서도 삶 속 경험의 문제로, 20세기 후반에 ‘여성 경험’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의 기준을 바꾼다.”
① 전통적 경험 : ⇒ 전통적으로 인간은 성, 인종, 경제, 문화의 차이 없이 바라보고, 느끼고, 인식하는 경험의 세계는 남성 경험을 받아들이며 만들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근대 인간은 서구의 교육받은 백인 성인 남성의 경험으로 세계를 경험하였다.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허구를 실제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해러웨이는 그녀의 책에서 “서구의 학문과 정치의 전통”이란 “인종주의적이고 남성 지배적인 자본주의 전통, 진보의 전통, 자연을 문화 생산의 원재료로 전유하는 전통”이라고 말한다. 이런 전통은 “유기체와 기계가” 줄곧 경쟁을 벌였던 전통과 같이한다.
② 여성의 경험 : ⇒ 국제 여성운동은 여성의 경험을 발견하고 사실적 경험으로 만들었다. 이후 여성의 경험은 사회, 정치적으로 영향을 발휘하는 실제가 되었다.
③ 사이보그의 경험 : ⇒ 20세기 후반, 우리 시대는 이미 사이보그 사회이다. 여기서 사이보그 사회라는 것은 과학기술 발전에 의해 인간과 기계의 혼종성이 사회 곳곳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서구의 학문과 정치의 전통”과는 다른 이미지와 실제를 보여준다.
사이보그의 경험은 다름을 유기적으로 단일화시킨 경험을 거부하고, 부분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전일성을 지향하는 경험을 거부하고, 오이디푸스적 전통으로 공동체의 질서를 경험하는 것을 거부한다.
3) “이 글의 끝에서는 사이보그 SF로 돌아가겠지만, 이 시점에서는 세 가지 주요 경계의 와해를 알리려 한다”
① “20세기 후반 미국 과학 문화에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 ⇒ 진화의 사다리에서 인간이 가장 상위를 차지한다는 신화는 이제 과학적으로 무너져버렸다. 인간과 동물을 존재적으로 구별하려 했던 수많은 과학적 언변들도 그 지위를 지키지 못한다.
“사이보그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신화로 출현한다. 사이보그는 인간의 둘레에 장벽을 쳐서 다른 생명체와 인간을 서로 격리하는 것을 나타내기는커녕, 거북하고 짜릿한 만큼 단단한 결합을 암시한다.”
② “경계에 틈이 생긴 두 번째 구분은 동물 – 인간(유기체)과 기계 사이에 있다.”: ⇒ 기술문명과 인간의 삶을 분리하여 해석해오던 신화는 파괴되었다. “20세기 후반의 기계들은 자연과 인공, 정신과 육체, 자생적 발달과 외부로부터의 설계를 비롯해 유기체와 기계 사이에 적용되던 수많은 차이를 철저히 섞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남성) 인간이 기계적 힘을 이용하며 보여준 미래 비전은 끝이 났다. 그리고 동물, 인간(유기체), 기계 사이의 경계도 사라졌기에 사이보그 경험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사이보그 경험으로 정치적 발언으로 해야 한다.
③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경계가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의 생산품은 물질과 비물질의 영역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다. 과학기술이 만든 최신 전자 물품은 전자기 신호가 핵심이므로 비물질인 전자기 신호와 물질인 전자 상품의 경계 지어 물질만으로 현대 과학의 생산품을 명명한다는 것이 맞지 않게 되었다.
전자기 신호의 운영으로 만든 소형화된 과학기술 상품은 다국적 기업의 생산품이다. 이 생산품의 핵심 부품인 칩은 대개가 아시아 여성 노동자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 사이보그의 핵심 부품인 칩을 만드는 아시아 여성노동자의 이미지에서 기술문명의 억압과 사이보그의 대항 이미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사이보그는 군사, 가부장제의 사상이지만 자신의 기원을 배반하는 이미지도 품고 있는 것이다.
4) “나의(해러웨이) 사이보그 신화는 경계 위반과 융합의 잠재력, 위험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진보 정치의 자원을 찾아보는 것과 관련된다."
① 해러웨이가 사이보그 이미지에서 새로운 진보의 가능성을 보려는 태도는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두 상황에서 나왔다. 첫째는 미국 사회주의자와 페미니스트가 아직도 정신과 육체, 동물과 기계의 혼종성, 아이러니를 보지 못하고 두 간극을 심화시키는 이원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하나의 가치로 다른 대상을 치유하려는 사유가 전제되어 있다. 둘째는 그래서인지 지금 시기가 지배체제에 저항을 위해 연대가 가장 절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② 해러웨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사이보그 세계는 군사기술 형태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본다. 이와 같은 군사기술 형태의 사이보그 세계는 여성의 경험을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동물, 인간, 기계의 경계의 무너짐을 볼 수 있고 물질, 비물질의 혼종성 속에서 사이보그 이미지를 전유하여 대항 담론의 출발로 삼을 수 있다.
해러웨이는 이 두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관점을 동시에 보는 것이 진보 정치 투쟁을 열 수 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