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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Aug 22. 2022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 (2)

- 금이 간 정체성들 - 

Ⅱ. 금이 간 정체성들           



1) 오늘날에는 개개의 페미니즘을 한 개의 수식어를 붙여 명명하기 힘들다. 심지어 페미니즘이라는 명사를 어떤 상황과 무관하게 주장하기도 어렵다. 명명이 배제를 낳는다는 의식이 첨예하다. 정체성은 모순적이고 부분적이며 전략적인 것처럼 보인다.      


① 페미니즘은 초기 여성의 참정권 운동의 역사부터 포스트모던의 시대까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름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적 차이, 주체의 차이에서도 풍성한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페미니즘을 하나의 정체성 가진 이론으로 규정한다면 다양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페미니즘들 간의 모순성을 보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한 부류의 주장만을 확대하여 전체를 대표하듯이 받아들이는 큰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② 여성을 하나로 묶어내는 ‘여성 됨’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이 핑크색이나 연보라색을 좋아한다는 통념은 시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조선시대에 여성들이 핑크색이나 연보라색을 좋아했을 리가 없다.      

‘여성 됨’의 상징인 부드러움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 산에서 나무를 해오고 밭일과 집안일을 함께 했던 여성분들을 많이 보아 왔다. 그녀들의 모습은 여성성의 특징으로 규정된 부드러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여성이 아닌가?      


③ 이제 페미니즘이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을 중심으로 본질성을 찾거나 통일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서로 간에 연대로 상황이 처한 위기를 극복해나가려는 인식이 넓혀져 가고 있다.       


        

2) 첼라 샌도벌은 유색인 여성이라는 새로운 정치집단이 형성되는 특정한 역사적 순간을 주시하며 희망적인 정치적 정체성 모델을 이론으로 만들었다. “대립 의식”이라는 이름의 이 모델은 인종, 성, 계급이라는 사회 범주에 안정적으로 소속되기를 거부했던 이들이 권력의 그물망을 읽어내던 기술로 탄생했다.      


① 유색인 여성의 정체성은 유색인 여성의 어떤 본질적 기준점에 의해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미국 내 멕시코계 미국 여성이나 흑인 미국 여성은 백인 주류(교육받은, 중산층, 백인, 기독교인 등) 여성에게 부정되며 그 하나하나의 정체성이 부과된 것이다.      


② 백인 주류 여성에서 부정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했던 유색인 여성은 그래서 백인 주류 여성에게서 타자화된 여성들과 의식적인 연대나 결연, 정치적 친족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대립 의식에 의해서 탄생된 유색인 여성 정체성은 기존 페미니즘의 단일한 정체성 대신 차이의 바다에서 효과적인 통일성을 이루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3) 케이티 킹은 정체성 정치의 한계와 함께 문화적 페미니즘의 생성적 구심점인 ”시“읽기를 이루는 정체성의 정치적/시적 역학을 강조해왔다. 킹은 서로 다른 실천의 “순간”이나 “대화”에서 나온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전체의 텔로스(목적)인 것처럼 보이게 분류하는 경향을 계속 보였다고 비판한다.  

    

------ 킹과 샌도벌에게 공통된 성과는 전유, 통합, 분류학적 정체화의 논리에 기대지 않고/시적 정치적 통일성을 직조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데 있었다.          

 

① 첼라 샌도벌과 케이티 킹은 페미니즘 이론이란 각각 자신의 역사성 속에서 태어났고 단일한 목적성(텔로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모든 자연적이고 유기체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은 그 근거를 잃게 된다.           


4) 어떤 유형의 정치가 부분적이고 모순적이며 영원히 개방된 개인적, 집합적 자아의 구성을 포용하면서도 충실하고 효과적이며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 페미니즘적일 수 있을까?     

 

----- 사이보그 페미니스트라면 ”우리“는 자연적 통일성의 기반을 더 이상 원치 않으며 총체적 구성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           



5)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래디컬 페미니즘 모두는 “여성”이라는 범주와 “여성들”의 사회적 삶에 대한 의식을 자연화하는 동시에 탈 자연화해왔다.      


①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 모두의 주요 성과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속의 노동에 초점을 맞추고 동의 범주를 확장함으로써 (일부) 여성들이 했던 일을 노동의 범주의 포함한 것이다. 특히, 여성의 가사 노동과 어머니로서 행하는 활동을 마르크스의 노동 개념 방식으로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      


② 탈 자연화 :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그 여성성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자연화된 여성성이다.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계급구조의 관점으로 출발로 하였고 래디컬 페미니즘은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구성한다는 관점에서 시작하였다. 이 두 관점 모두 여성성의 자연화를 탈피하였다.      


③ 자연화 :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래디컬 페미니즘은 둘 다 기존의 생물학적 성을 기반으로 성 간의 역할을 구분시키는 근거를 무너뜨렸지만(탈자 연화) 여성을 각각의 이론적 토대로 본질화시키는 방식을 취하면서 다시 여성성을 자연화 시켰다. (자연화란 자연적으로 원래 타고난 것처럼 여긴다는 말이다.)     



6) 캐서리니 매키넌이 제시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은 그 자체가 전유, 통합, 총체화 경향을 보이는 행위의 근거가 되는 서구 정체성 정초 이론의 풍자화이다. ----- 매키넌의 근본주의적 경험론은 극단적인 총체화를 하게 되며, 다른 여성들의 정치적 발화나 행위의 권위를 주변 화하는 정도가 아니라 말소한다. 이는 서구 가부장제 자체가 한 번도 해낸 적 없는 수준의 총체화다.  

              


7) 프랑스의 이론가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여성이 청년과 마찬가지로 2차 대전 이후에야 등장한 역사상의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제, 지식 대상 내지는 역사의 행위자로서 “인종”은 늘 있었던 것이 아니고, “계급”은 역사적으로 생겨났으며, “동성애자”는 매우 최근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무리 없이 떠올릴 수 있다.      


① 여성, 인종, 동성애자들은 역사의 어느 시기에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여성, 인종,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관념의 토대는 어느 특정 시기에 역사적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대의 여성, 인종,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관념은 즉 인식의 토대는 최근에 들어진 것이다. 이를 여성, 인종, 동성애자들은 최근에 등장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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